1.
나는 새해에 더 많은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일주일에 에세이 한 편쯤은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무감으로 글을 시작하면 수월하게 써진 적이 없어서 우선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조각조각 써보기로 했다. 올해에는 에세이, 소설, 시를 두루두루 쓰고 싶지만 욕심을 부려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기에 애써 붕 뜬 몸을 눌러앉혀 차근차근 한 발자국씩 떼기로 했다. 이제는 그런 버릇을 들여야 할 때다.
2.
곧 새 책이 나온다. 처음 공모전에 당선되었다는 공지를 보고 '아, 드디어!'라는 마음과 '이제 시작이다'라는 마음이 교차했다. 그간 게으른 성정 탓에 많은 공모전에 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셔왔으므로 정말이지 값진 경험이었다.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어서 얼떨떨하기도 했다. 동시에 불안감도 들었다. 공연히 ai에게 내 글에 대한 독자 반응이 어떨지 분석해달라고 묻기도 했다. 이미 인쇄에 들어갔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만, 그 책이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이 불안과 설렘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내 글이 지면에 인쇄되는 일이 아주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메일에 딸려오는 '작가'라는 명칭이 나는 아직도 많이 낯설다. 익숙해지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글을 내걸 수 있는 '작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지금 다니는 직장에 제법 익숙해졌지만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마음을 많이 진정시켰음에도 여전히 막연한 불안이 불쑥 고개를 들곤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있다. 어쩌면 또 다른 인생의 막이 펼쳐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언덕이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깜깜한 시간에 멍하니 집으로 향하다 보면 아파트 놀이터의 야트막한 언덕을 제대로 못 보고 발을 내디딜 때가 있는데 인생이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아이쿠, 하고 놀랐다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언덕을 종종걸음으로 넘어가 집으로 향한다. 최악이래봐야 발목을 삐끗하는 정도니, 결국 나아질 것을 믿고 앞으로 가는 수밖에.
4.
요즘 '사랑'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왜 그것이 자꾸 나를 취약하게 만드는지, 잊을 만하면 안부를 묻는지, 작년 이맘때도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많이 울었고 지금은 애써 들뜨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주의력이 부족한 편이라서 나는 종종 눈앞에 테이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무릎을 부딪친다. 아야! 하며 잠시 울상을 짓고 머쓱하게 일어나는 데 익숙해졌다. 언제 들었는지 모를 멍 자국을 보며 피식 웃으면 그리 아프지도 않다.
20대에는 '사랑'을 자주 정의했다. 매번 정의가 달랐고, 대체로 고통이 뒤따라야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내 눈가를 적시지 않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제법 혹독한 편이었다고, 어쩌면 사랑에 빠진 나 자신을 사랑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두 번 다시 그렇게 사랑에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 가장 많은 시를 쓰긴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유치하고 치기 어린 단어의 나열이지만.
5.
여기까지 읽었다면 눈치챘겠지만, 제목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생각이 아주 많다.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게 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요즘은 계속 바쁘게 지냈다. 운동도 다니고, 모임도 다양하게 나갔다. 지난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모임 사람들과 함께 신년 계획을 세우고 - 맛있는 것을 먹고 - 몸 쓰는 활동을 하고 - 영화를 보기도 했다. 책도 꾸준히 읽었다. 아직 1월의 절반도 되지 않았건만 영화는 10편(단편 포함^^) 보았고, 책은 4권을 읽었다.
건강하면서도 심란함을 감추기엔 어려운 연초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마음을 잘 다스리는 편이지만 또 가끔은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대로 지내면서, 보내줄 것은 보내주고 쥐어야 할 것은 놓치지 않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적으니 마음에 공연히 불던 찬바람이 잦아든 느낌이다. 날씨가 추워서 그랬나. 그래도 오늘은 글을 두 개나 썼다. 이럭저럭 성공적인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