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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적 독립운동가 Dec 30. 2020

면역항암제 최신 연구 동향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 도준상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 중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선생이 조선시대 문인의 글에서 차용해왔다고 밝힌 이 문구는 유홍준 선생이 독자들에게 문화유산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면역관문억제제나 CAR-T세포 치료제에 대한 정보들은 간간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추가적인 호기심이 없었기에 해당 의약품들의 기전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고, 그 이후의 최신 연구 동향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처음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 도준상"을 읽고 느꼈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류의 면역학 연구 그리고 암과의 전쟁 역사에서 암은 면역 체계로 치료할 수 없는 "자기 (Self)"로 간주되었습니다. 최초의 면역 항암제가 그동안 "자기"로 간주되어 오던 암세포를 인간의 면역 체계가 "비자기 (Non-Self)"로 인식하게 하여 치료를 하는 기전이라는 내용을 접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CAR-T세포 치료제가 환자 본인의 T세포에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발현시킨 뒤, 해당 T세포를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라는 내용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얼마만에 느껴봤는지 모를 지적 희열이었습니다. 


이후의 독서 여정은 계속해서 확대되어 갔습니다. 면역항암제를 다루고 있는 서적을 추가로 찾아 읽었고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찰스 그레이버), 항암제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습니다 (암 정복 연대기, 남궁석). 이후 알츠하이머 치료 기전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 김성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프로세스 (생물의약품 연구개발 프로세스, 고여욱) 및 바이오벤처 투자 (1. 바이오 인더스트리 밸류에이션, 김명기, 2.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 채수찬 엮음)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 도준상"을 알지 못했더라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만 매몰되어 바이오 인더스트리 및 연구개발 동향에는 관심을 갖지 못한 채 근시안적 시각만을 가지게 될 뻔 했습니다.  


담당하고 있는 제품의 기전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해당 제품이 바이오 의약품 기술 발전 역사에서 갖는 위치 및 매출 규모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파악해보려 합니다. Antibody-Drug Conjugate (ADC), 이중항체, NK세포 치료제, Universal CAR-T, 바이오마커, 암세포 포식 촉진 (CD47-SIRPα), 암백신, 항암 바이러스, NK세포 면역관문억제제 등의 신기술 및 바이오벤처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생물의약품 연구개발 및 승인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부족함 없이 이해해두려 합니다. 아직 어느 제약기업도 달성하지 못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기전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해두고, 앞으로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Gene Therapy에 대해서도 공부해두려 합니다. 물론 생물 공정 공학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에 대한 공부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위의 학습 목록은 저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까요? 나중에 도움을 받고 나면 이 또한 하나의 글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공부해둔 내용이 미래의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바이오벤처 투자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현재의 위치에서 성공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현재로써는 호기심의 영역이 더 큽니다. 어떠한 압박감도 없이 순수한 지적 희열을 위해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최근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저에게는 바이오의약품 인더스트리의 이해에 해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I. 프롤로그 면역항암제라는 트렌드]


p.17

면역관문억제제가 암 치료제 가운데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CAR-T세포 치료제는 면역항암제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몸속에서 꺼낸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용한다. 키메릭 항원 수용체 (Chimeric antigen receptor, 이하 CAR)는, 종양을 인지하는 부위와 T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부위 등, T세포가 암을 인지해 없애는 데 필요한 여러 수용체의 기능적 부위를 모아 인공적으로 합성한 수용체다. 이를 암 환자 자신의 T세포에 삽입한 다음 환자 몸 밖에서 대량으로 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한다. 


[II. 시작]


p.24

이 세포들은 종양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 TME)을 형성하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혈관을 새로 만드는 등 암세포의 성장을 도우면서 항암제의 효능을 저해한다. 

(...)

종양 안에 새로 만들어진 혈관을 표적하는 아바스틴 (Avastin, 성분명: Beva-cizumab)을 필두로 종양미세환경에 관여하는 세포들을 표적하는 약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암세포를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으로 암 치료의 관점이 확장된 것이다. 


관점의 확장은 계속되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에 대항해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고 면역세포가 항암 작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해낸다. 암은 면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할 때 걸리는 질병이고, 암 환자는 암과 면역의 전쟁에서 암이 승리한 결과였다. 즉 암은 단순 유전자 변이에 따른 병이 아니라, 암과 면역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관점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암을 직접 표적하지 않고, 면역 기능을 강화해 간접적으로 암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면역항암 치료'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출처 : 삼성서울병원, 표적치료에 대한 이해]


표적항암제는 성분에 따라 단클론항체, 신호전달억제제(티로신키나제 억제제, 혈관신생억제제), 면역억제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암치료에 사용되는 단클론항체는 항체의 일종으로 암세포에 과발현되는 표적을 정확히 쫓아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미사일과 같습니다. 항체 치료제가 암세포에만 달라붙은 후 주위의 자연살해세포들을 불러 모아 암세포를 처치하는 것이지요.


항체의 암세포 파괴과정 

1. 항체가 암 세포의 표면(항원)에 달라붙는다. 

2. 자연살해(NK)세포가 항체의 꼬리 부분에 달라붙는다. 

3. 자연살해(NK)세포가 암세포 용해 물질을 주입한다. 

4. 암세포가 사멸된다. 



항체는 인체가 자연적으로 외부 침입자 모양에 따라 각기 달리 만들어낸 방어용 면역단백질입니다. 반면 소분자 화학물질은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만듭니다. 이러한 사람의 항체를 동물세포로 대량 생산한 것이 항체 표적치료제입니다.


대표적인 항체표적치료제로 CD20 유전자 표적이 있는 악성림프종 환자에게 사용되는 리툭시맙(rituximab)이 있습니다. 



또한 HER-2 유전자 표적이 있는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이 있습니다. 유전자가 많으면 세포의 성장신호가 전달하여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허셉틴 성분이 암 세포의 성장을 차단시켜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항체 치료제로 암세포의 혈관을 만드는 신호물질(VEGF)에 달라붙어 차단하는 아바스틴이 있습니다. 암세포가 이 신호물질(VEGF)을 분비하면 암세포 주위의 혈관세포들은 새로 혈관을 만들어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암세포에 있어 이 혈관들은 생명줄과 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아바스틴이 투여되면 혈관을 생성하는 신호가 차단되기 때문에 결국 영양분의 공급이 끊겨 암세포는 굶어 죽게 되는 것입니다.



신호전달억제제인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와 소분자 계열의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 억제제는 내 몸에 있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암세포를 잘 인식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암세포를 죽이도록 하는 표적치료제입니다. 


원래 우리 몸은 매일 끊이지 않고 비정상적인 암세포가 만들어지지만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이를 없애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관건은 면역세포인 경찰세포가 내 몸에 해로운 암세포를 알아내는 것이지요. 암세포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고 본디부터 우리 몸에 없던 암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데 면역세포는 이 물질을 인지해서 암세포를 죽입니다. 하지만 암세포들은 이러한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면역 회피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면역 회피 물질이 있으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해서 공격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면역 회피 물질에는 PD-1, PD-L1, CTLA-4 등이 있습니다. 암세포에 있는 이 물질에 달라붙어서 면역 회피 기능을 마비시키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III. 면역항암제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면역]


p.44

수지상 세포

면역 시스템을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으로 분리해 개념화했지만, 이 둘은 따로 떨어져서 작동하지 않는다. 둘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수지상세포 (Dendritic cell)는 감염원을 잡아 먹는 선천면역계에 속한 면역세포지만, 감염원의 정보를 적응면역계에 전달하는 통신원의 일도 함께 한다.


수지상세포는 감염원을 포획해 펩타이드 형태로 잘게 쪼갠다. 이렇게 쪼개진 펩타이드는 수지상세포 표면으로 올라가는데, 마치 수지상세포가 무엇을 먹어치웠는지 표시한 것처럼 보인다. 무엇을 먹었는지 표면에 표시해놓은, 그래서 항원제시세포 (Antigen presenting cell)가 된 수지상세포는 림프절 (Lymph node)로 움직인다.

(...)

T세포 가운데 수지상세포가 제시하는 항원 정보에 반응하는 것이 있는데, 이런 T세포는 수지상세포의 정보에 반응해 활성화되고 그 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해당 항원을 보유한 세포를 찾아가 항원 특이적 면역반응을 유발한다.


p.47

암-면역 사이클 (Cancer-immunity cycle)은 종양 조직과 림프절 두 기관을 오가며 암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7단계로 구분한다. 

1. 암세포 사멸에 의한 항원 방출 => 2. 수지상세포의 암 항원 제시 (및 림프관을 통한 림프절로의 이동) => 3. T세포 활성화 => 4. (혈관을 통한) T세포의 종양 조직으로의 이동 => 5. T세포의 종양 조직 침투 => 6. T세포의 암세포 인식 => 7. T세포의 암세포 살해 



중요한 것은 T세포의 암세포 살해(7)가 암 항원 방출(1)을 촉진시키므로, T세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단순히 암세포를 잘 죽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전체적으로 높힐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IV. 독성 림프구 이용 면역세포 치료제]


p.53

독성 림프구

독성 림프구 (Cytotoxic lymphocyte)는 암세포를 인지하고 죽이는 면역세포다. NK (Natural killer) 세포와 T세포의 일종인 세포독성 T림프구 (Cytotoxic T lymphocyte, CTL) 등이 대표적인 독성 림프구이다. 이들이 암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은 서로 다른데, 덕분에 암세포가 독성 림프구를 피할 가능성을 줄이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축구로 치면 공격수, 전쟁으로 치면 지상전을 수행하는 보병으로 볼 수 있다.


암-면역 사이클에서 볼 때 가장 쉽게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환자의 몸 밖에서 대량으로 배양한 독성 림프구를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갑자기 경기장에 공격수를 무더기로 투입하거나, 교착상태에 빠진 전선에 백만대군을 한꺼번에 보내는 식이다. 이러한 치료법을 입양세포 치료법 (Adoptive cell therapy, ACT)이라고 한다. 독성 림프구를 이용한 입양세포 치료법은 T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힘을 강력하게 만든 CAR-T세포 치료제의 성공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TIL (Tumor Infiltrating Lymphocytes) Therapy, 출처 : SA Rosenberg et al, 2015)


p.62

조직형을 결정하는 것은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이하 MHC)라는 분자다. MHC 분자는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 항원을 펩타이드로 잘게 쪼개 표면에 제시한다. 모든 세포는 1유형 MHC 분자 (MHC-I)를 표면에 발현하고, 이를 이용하여 세포질에 있는 항원을 세포 표면에 제시한다.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B세포 등의 전문 항원제시세포는 세포밖에 있는 다른 물질을 먹어 분해하여 2유형 MHC (MHC-II)를 이용해 표면에 제시한다. 사람의 MHC는 특별히 HLA (Human leukocyte antigen)라고 부른다. 이름만 다를 뿐 항원을 제시하는 기능은, 면역 시스템을 운용하는 다른 동물들과 같다.

(...)

HLA 유형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생존 전략이다. 만약 HLA 유형이 하나였다면 면역거부반응이 없어 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 이식은 쉬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류의 조직형을 회피하는 특정 병원균에 감염되어 이미 멸종했을지 모른다. 

(...)

한편 T세포는 HLA에 의해 제시된 펩타이드 항원뿐만 아니라 HLA 자체도 인지한다. 자주 마주치는 HLA에 적응하여 활성을 억제하는 '면역관용'을 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잘 마주치지 않던 다른 HLA를 접하면 T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면역거부반응은 T세포가 타인의 HLA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과 관계가 깊다. 


p.68

T세포는 분화된 정도에 따라 나이브 (Naive) T세포, 효과 (Effector) T세포, 기억 (Memory) T세포로 분류한다. 아직 항원을 만나지 않아 활성화되지 않은 T세포가 나이브 T세포다. 나이브 T세포가 항원을 만나 활성화되면 클론 확장으로 수가 늘어나면서 효과 T세포로 분화한다. 

(...)

우리 몸이 가질 수 있는 T세포 수는 한정되어 있다. 즉 나이가 들수록 기억 T세포의 양이 늘어날 것이고, 나이브 T세포는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이브 T세포가 많은 젊은이가 백신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비해, 기억 T세포가 많은 노인에게는 백신의 효과가 낮다. 


p.70

1991년이 되어서야 티어리 분 (Thierry Boon)이 사람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암 항원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긴 암세포에 대해 T세포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에 실질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는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하는 T세포를 몸 밖에서 대량으로 배양하는 것이 의미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다는 프레임의 바탕을 마련해준 것이기도 했다. 


p.73

TCR-T세포 치료제

로젠버그 연구팀은 분리한 흑색종 항원에 특이성을 가지는 T세포의 TCR 유전자를 일반 T세포에 주입했다. 이미 알려진 몇 개의 흑색종 항원에 특이성을 가지는 T세포를 꽤 많이 분리할 수 있게 되면서, 흑색종에 특이적인 TCR 정보가 많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흑색종에 특이적인 TCR 유전자를 주입해 흑색종을 인지하는 T세포를 바로 만들 수 있었다. TCR-T세포 치료법의 탄생이었다. 


p.75

TCR은 특정 HLA가 제시하는 펩타이드 항원만 인지할 수 있다. 만약 TCR 항원 인지 부위를, HLA에 상관없이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또 다른 분자인 항체의 항원 인지 부위로 바꾼 새 수용체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여러 수용체의 다른 부위를 조합하여 만든 수용체를 키메릭 수용체 (Chimeric receptor)라고 부른다. 여러 동물의 다른 신체 부위를 조합해 만든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인 키메라 (Chimera)에서 유래한 용어다. TCR은 항원 (Antigen)을 인지하는 수용체이므로, TCR을 대체하여 여러 수용체의 다른 부위를 조합하여 만든 수용체를 키메릭 항원 수용체 (Chimeric antigen receptor, 이하 CAR)라고 한다. CAR-T세포는 특정 HLA에 의존하지 않고, 암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CAR을 T세포에 발현시킨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HLA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 기존 T세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출처 : S Han, 2016]


[출처 : Institute of Clinical ImmunoOncology]


[출처 : SA Rosenberg et al, 2015]


[출처 : R Houot et al, 2015]


p.78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치료 표적을 고르는 일이었다. 암세포에는 발현하지만 정상 세포에는 발현하지 않는 항원을 찾는다면 이상적인 표적이 될 것이다. 이러한 항원을 종양특이항원 (Tumor specific antigen, TSA)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종양특이항원은 같은 암종에서도 환자마다 다른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항체를 만들더라도 적용 가능한 환자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은 암세포에서 발현되고 정상 세포에도 있는 종양연관항원 (Tumor associated antigen, TAA)을 표적하는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환자에게 투여했다. 단 이렇게 하면 CAR-T세포 치료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면서 정상 세포도 공격했다. 


종양연관항원을 표적하는 항체는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B세포 유래 림프종 치료에 사용되는 CD20를 표적하는 리툭시맙,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HER2 수용체를 표적하는 트라스트주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항체에 비해 CAR-T세포 치료제에서 정상 세포에 대한 부작용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항체보다 CAR-T세포가 훨씬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암세포를 잘 죽이는 만큼 정상 세포도 잘 죽인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암세포로 생명을 잃는 것과 정상 세포가 없어져 고통을 받는 것, 두 가지를 놓고 어느 쪽의 이득이 더 많은지 판단해야 한다. 어렵게 찾아낸 절충안은 암세포와 정상 세포에서 모두 발현하는 항원 가운데 정상 세포를 없앨 때 그나마 독성이 적은 것을 찾는 방법이다. 가장 성공적인 표적은 B세포 유래 혈액암세포와 정상적인 B세포가 모두 발현하는 CD19 항원이었다. 

(...)

2017년, CD19를 표적으로 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 (노바티스)와 예스카르타 (카이트 파마/길리어드)가 혈액암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CD19를 표적한 CAR-T세포 치료제의 결과는 놀라웠다. 


킴리아의 미국 FDA 승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임상2상 (ELIANA)에서, 다른 치료법이 거의 듣지 않는 B세포 유래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에 걸린 소아 환자 63명 중 52명이 완치되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부작용은 나타났다. CD19 표적 CAR-T세포는 환자의 B세포 유래 혈액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B세포도 모두 없앴고, 기억 T세포로 분화하여 환자 몸 안에서 오랫동안 생존하며 새롭게 형성되는 B세포도 지속적으로 없앴다. B세포 무형성증 (B cell aplasia)이 나타나 B세포가 모두 없어지고 더 생성되지도 않으니 병원균에 대한 항체 생산에 차질이 생겼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고 공여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항체를 정맥으로 주입하는 대처법도 있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신성 염증반응을 보이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Cytokine release syndrome, CRS)이 나타나기도 했다. CRS는 많은 수의 CAR-T세포가 환자 몸속에서 활동하면서 면역 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면서 발생한다. 


p.85

실패한 20%의 상당수는 암세포가 표면에 CD19를 더이상 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표적을 버리는 방식으로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확보하는 생존 전략을 쓰는 것이다. 


p.87

마지막 문제는 고형암이다. 혈액암은 암세포가 혈액에 노출되어 있다. 즉 T세포가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암세포를 만나 없앨 수 있다. 그런데 고형암은 다르다. 고형암은 우선 암 조직에 면역을 억제하는 종양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 TME)을 준비해 놓는다. 마치 방벽처럼 작용하는 종양미세환경은, 특히 면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치료제를 무력하게 만든다. CAR-T세포 치료제 역시 종양미세환경을 뚫어야 한다. 한편 혈액암에서는 CD19나 BCMA처럼 암 전체를 통틀어 공통적으로 발현되는 항원이 있지만, 고형암에서는 한 조직 안에서도 부위마다 발현하는 항원이 저마다 다르다. 그중 하나만 표적해 암을 치료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p.89

한편 동종 (Allogenic) T세포를 이용하는 방법도 관심을 끈다. 전에는 환자에게서 직접 T세포를 얻어 몸 밖에서 일정 기간 배양해야 했다. 대략 3~4주 정도 걸리는데, 환자가 아니라면 한 달 정도 기다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암 환자라면 다를 수 있다. 배양하는 동안 환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종 T세포를 이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건강한 사람의 T세포로 기성품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공여자로부터 T세포를 받아 환자가 나타나면 바로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미리 만들어주는 컨셉이다. 


[출처 : J Liu et al, 2017]


p.90

개발 초기에는 T세포의 암세포 살해 능력이 중요했다. 그런데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보니 T세포가 환자 몸속에서 많이 늘어나, 오래 남아 계속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세포를 조금 환자에게 투여해도 그 T세포가 환자 몸속에서 빠르게 늘어난다면, 많은 수의 T세포를 환자 몸 밖에서 배양해 투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치료 효능에서 중요한 것은 T세포의 체내 지속성 (Persistency)이고, T세포가 다른 독성 림프구에 비해 우수한 치료 효능을 보인 것은 기억 T세포로 분화하여 환자 몸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으며 암세포를 없애 암의 재발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p.93

T세포 치료제가 항암 치료에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은, 기억 T세포로 분화하여 환자 몸속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계속 분열해 항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억 형성이 가능한 이유는 '항원 특이성' 때문이다.

(...)

나는 답이 안 보이는 문제를 만나면 '기본 원리를 다시 한 번 따지는 것'으로 문제를 풀 계기를 찾기도 한다. 면역항암 치료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암-면역 사이클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CAR-T세포가 암세포를 죽이는 것은 면역반응의 끝이 아니다. 죽은 암세포를 수지상세포가 잡아먹으며 암세포의 항원을 제시해 몸속에 있는 T세포의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사람은 2.5*10^7 종류 이상의 TCR을 가지고 있으니, 이 과정을 거쳐 원래 CAR-T세포가 표적했던 암세포의 항원 말고 다른 항원에 대한 T세포의 반응을 이끌 수 있다. 엄밀하게 검증된 이론은 아니지만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TCR의 다양성은 변화무쌍한 암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시스템의 최종 병기가 될 수 있다. 


p.94

NK세포 치료제

CAR-T세포가 주목을 받자, NK세포 치료제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NK세포 치료제는 T세포 치료제에 비해 효능은 떨어진다. 그러나 NK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은 T세포의 그것과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T세포 치료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NK세포 치료제로 효과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NK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은 T세포에 비해 복잡한데, 우리는 아직 이 메커니즘을 다 알지 못한다. T세포가 TCR로 암세포 펩타이드 항원이 MHC에 제시된 것을 인지한다면, NK세포는 여러 개의 수용체를 이용하여 암세포가 발현하는 여러 개의 리간드 신호를 통합해 암세포를 인지한다. T세포가 고해상도 사진 정보를 가지고 범인을 정확히 골라낸다면, NK세포는 수상한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를 식별한다. 


T세포의 공격을 피하려면 TCR이 인지하는 항원을 발현하지 않으면 된다. 더 근본적으로 MHC 분자의 발현을 억제할 수도 있다. 이는 실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이럴 때 NK세포는 KIR (Killer-cell immunoglobulin0like receptor)이라는 수용체를 이용한다. 특정 세포가 발현하는 MHC 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것인데, 이 수용체가 억제 수용체 (Inhibitory receptor)다. MHC 분자를 발현하는 세포를 만나면 '정상 세포'로 여기고 죽이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T세포의 공격을 피하려고 MHC 분자를 발현하지 않는 세포를 발견하면 이 세포를 '비정상 세포'로 여기고 공격한다.


NK세포 표면에는 KIR과 같은 억제 수용체 말고 활성화 수용체 (Activating receptor)도 있다.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증식 속도가 빨라지거나 바이러스에 의한 교란 등 비정상적 상황에 놓인다. 이는 세포에 스트레스를 주며, 세포는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 유발 리간드 (Stress-inducible ligand)를 발현하게 된다. NK세포는 활성화 수용체를 이용하여 이러한 스트레스 유발 리간드를 인지한다. 세포들 스스로 비정상 세포가 되었음을 NK세포에 알려주는 것이다.

(...)

활성화 수용체와 억제 수용체로부터 받은 신호를 통합해, 대상 세포가 정상 세포인지 아닌지 구분한다. 정상 세포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죽인다. 이는 어느 정도는 모호한 판단이지만, 모호함은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적을 없애는 데 도리어 유용하게 작용한다.

(...)

T세포와 비교해 NK세포의 장점은 공여자에게 제공받은 NK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

공여자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NK세포 치료제는, 미리 만들어서 얼려 두었다가 필요한 환자가 생기면 녹여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성품으로 가치가 클 것이다. 현재 NK세포에 CAR를 도입하여 항원 특이성을 부여하거나, 그 외의 다양한 유전자 조작으로 기능을 강화한 기성품 치료제 제작을 연구하고 있다. 


p.100

연구자들이 T세포 치료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암을 없애는 강력한 힘 때문이다. 다만 조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강력한 힘이 늘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절에 실패한 강력한 힘의 T세포가 환자를 공격할 수도 있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NK세포는 T세포만큼 힘이 강하지 않아 부작용 정도도 덜하다. NK세포 치료제는 환자 몸에서 1~2주면 분해되고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수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 살아남는 T세포 치료제보다 부작용 통제와 조절에 유리하다. 


장점과 단점은 시소와도 같다. 환자 몸속에서 생존기간이 짧다는 점은, NK세포의 낮은 치료 효능과 바로 이어지는 단점이다. 최근에 NK세포 가운데 체내 생존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암세포를 없애는 효능이 좀 더 강한 아형 (subset)이 발견되었다. 기억 유사 NK세포 (Memory-like NK cell) 혹은 적응 NK세포 (Adaptive NK cell)라 부르는데, 이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νδ T세포 치료제

보통 T세포라고 하면, α, β 사슬로 이루어진 TCR을 이용해 항원을 인지하는 αβ T세포를 말한다. 그런데 드물게 ν, δ 사슬로 이루어진 TCR을 발현하는 T세포가 있다. 이를 νδ T세포라고 부른다.

(...)

νδ T세포는 T세포가 활성화되어 조직으로 이동하기 전 초기 감염에 대응한다. νδ T세포는 선천면역계의 수지상세포나 대식세포처럼 항원을 포식하여 제시할 수 있고, 적응면역계의 T세포처럼 TCR을 발현해 TCR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선천면역계와 적응면역계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νδ T세포가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것은, νδ T세포가 면역세포 가운데 가장 먼저 발달해 배아에서 영아 단계의 면역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아기를 지나 수지상세포와 T세포를 중심으로 한 면역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는 νδ T세포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

단, 확실한 것은 αβ TCR이 조직형을 결정하는 MHC에 제한을 받지만, νδ TCR은 MHC와 무관하게 항원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즉 NK세포와 마찬가지로 공여자의 νδ T세포가 기성품으로 항암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νδ T세포 면역항암제 개발에는 주로 Vν9Vδ2 T세포를 써왔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환자의 암세포 안에 있는 인산화항원을 늘리는 방법이다. IPP (Isopentynyl pyrophosphate) 같은 인산화 항원은 세포 속 대사과정 가운데 하나인 메발로네이트 (Mevalonate) 경로의 중간체로 생성된다. 정상 세포는 IPP를 바로 사용해 세포 안 IPP 농도가 낮다. 반대로 암세포는 대사작용이 정상 세포와 많이 달라져 있기 때문에 IPP가 세포 안에서 쌓인다. Vν9Vδ2 T세포는 이런 비정상적 대사활동의 산물인 세포 안  IPP 농도 증가를 비정상 세포의 증상으로 인지한다. 졸레드로네이트 (Zoledronate), 파미드로네이트 (Pamidronate), 리세드로네이트 (Risedronate)와 같은 약물은 메발로네이트 대사경로의 IPP 소모를 차단해주는 효과를 가지는데, 암세포 안의 인산화항원의 농도를 높여주어 환자 몸속 Vν9Vδ2 T세포의 항암 효능을 높일 수 있다.


둘째, 환자의 몸 밖에서 Vν9Vδ2 T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입양면역세포 치료법이다. Vν9Vδ2 T세포는 혈액 안에 적은 양이 있을 뿐이지만, 졸레드로네이트와 IL-2를 처리해주면 손쉽게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항암 효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νδ T세포의 항암 효능을 높이려는 연구는 여러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NK세포와 비슷하게, CAR를 도입해 기능을 강화한 νδ T세포를 기성품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다. 다음으로 네덜란드의 유르겐 쿠발 (Jurgen Kuball) 박사 연구팀은 Vν9Vδ2 TCR 가운데 항암 효능이 우수한 νδ TCR을 찾아내서 αβ T세포에 주입하고, νδ TCR의 인산화항원 인지 기능을 αβ T세포에 도입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기술로 2016년 가데타 (Gadeta)라는 바이오벤처를 설립하였다. 2018년에 가데타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제약기업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둘은 고형암 치료용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다. νδ TCR의 폭넓은 항원 인지 능력과 αβ T세포의 강력함을 결합한 가데타의 전략이 지금까지의 CAR-T세포 치료제의 빈틈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길리어드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V. 면역관문억제제 1 눈에 보이는 성과]


p.113

암-면역 사이클 가운데 면역관문억제제가 작용하는 곳은 두 곳이다. 림프절에서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과정과 (3번), 암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는 과정 (7번)이다. 


- 암-면역 사이클 (Cancer-immunity cycle) 7단계 

1. 암세포 사멸에 의한 항원 방출 => 2. 수지상세포의 암 항원 제시 (및 림프관을 통한 림프절로의 이동) => 3. T세포 활성화 => 4. (혈관을 통한) T세포의 종양 조직으로의 이동 => 5. T세포의 종양 조직 침투 => 6. T세포의 암세포 인식 => 7. T세포의 암세포 살해 


CD28과 CTLA-4: T세포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T세포가 자동차라면, MHC가 제시하는 항원에 의한 TCR 신호는 시동을 거는 열쇠, IL-2는 연료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시동을 걸고 연료를 주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있어서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야 '운전'할 수 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것이 T세포에는 보조자극 수용체 (Costimulatory receptor)다. 

(...)

나이브 T세포에 양의 보조자극 수용체로 CD28이 있다면, 음의 보조자극 수용체로 CTLA-4가 있다. CD28은 나이브 T세포에 늘 발현되어 있다. 그래서 수지상세포가 활성화되었을 때 발현하는 CD80이나 CD86과 상호작용한다. 

(...)

CTLA-4는 CD28과 달리 나이브 T세포가 항상 발현하지 않고, TCR 신호에 의해서만 발현된다. 구조는 CD28과 비슷하며, CD80이나 CD86과 같은 동일한 리간드와 상호작용해 반응을 보인다. CTLA-4는 CD80이나 CD86에 결합하는 힘이 CD28보다 강력해, CD28의 신호전달을 약하게 만드는 일도 한다. 

(...)

CTLA-4는 처음으로 발견된 면역관문이며, CTLA-4를 차단하는 항 CTLA-4 항체는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로 개발된다. 


p.117

블루스톤은 CTLA-4의 기능을 활용해 자가면역질환 치료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앨리슨은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지점을 잡았다. 그동안 몰랐던 CTLA-4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CTLA-4 항체를 만들어 보았더니 CTLA-4가 면역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슨은, CTLA-4 항체를 이용해 면역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앨리슨은 대략 20년이 지난 2018년, 면역관문억제제의 개념을 제시하고 입증까지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p.124

여보이

논문의 핵심이 제목 앞부분에 있다. 바로 Improved survival이다. 면역항암제의 효능이 기존 항암제와 다른 장기 생존임을 밝힌 것은 BMS 임상3상 성공의 핵심이었다. BMS의 항 CTLA-4 항체는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 여보이 (Yervoy, 성분명: Ipilimumab)가 되었다. 


옵디보 (Opdivo)

또 다른 보조자극수용체 가운데 하나인 PD-1 (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은 T세포 표면에서 T세포의 활성을 막아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나이브 T세포는 PD-1을 발현하지 않지만, 활성화된 T세포는 TCR이나 CD28의 신호를 받아 PD-1을 발현한다. PD-1은 두 개의 리간드 PD-L1 (Programmed daeth ligand 1)이나 PD-L2 (Programmed daeth ligand 2)와 결합해 상호작용 한다. 항원제시제포, 암세포, 그 외의 다양한 세포들이 PD-L1을 발현하는데, PD-L2는 주로 항원제시세포에서만 발현한다.


p.127

항 CTLA-4 항체는 부작용으로 자가면역질환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PD-1 결핍 쥐에서 CTLA-4 결핍 쥐보다 더 늦게 자가면역질환이 생겼다는 것은, 항 PD-1의 부작용이 항 CTLA-4보다 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이런 예측은 입증되었다. 


p.131

키트루다

머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BMS의 항 CTLA-4 항체 여보이로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내성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나선 것이다. 머크는 여보이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항 PD-1 항체를 투여해 효능을 입증할 수 있다면, FDA 승인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계산했다. 임상시험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바스는 2013년 NEJM에 결과를 발표했다.

(...)

키트루다가 나온 후에도 머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머크는 PD-1 리간드인 PD-L1을 많이 발현하는 종양 보유 환자에게 키트루다의 효능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크는 환자의 종양 조직 안에서 PD-L1이 어느 정도 이상 발현하는 환자만을 선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로서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머크의 이런 결정은, 신약 임상시험 참여 조건을 까다롭게 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빼앗았다고 비난받기도 했다. 

(...)

머크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PD-L1 발현이 50% 이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효과를 볼 환자를 정확하게 골라내는 컨셉이었다. BMS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LD-L1 발현이 5%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컨셉이었고, 더 넓은 범위의 환자에게 옵디보를 써보자는 것이었다.


성공은 비난받던 머크의 것이었다. 머크는 임상시험 성공 결과를 2015년 NEJM에 발표한다. BMS의 임상시험은 실패했다. 더 큰 시장을 목표로 했지만 시장 전체를 놓친 결과로 이어졌다. 약의 효능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PD-L1을 활용한 머크의 전략은 이후 다른 신약개발 임상시험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다. 


머크의 혁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전자 변이 정도가 면역항암제의 효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유전자의 변이가 많을수록 암 항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머크는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 특성을 바이오마커로 사용하기로 한다. 


세포는 분열하면서 DNA를 복제하는데, 많은 염기서열의 DNA를 복제하다보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류를 수정하는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고 (DNA mismatch repair deficiency, MMR-d), 오류가 쌓인 초위성체의 불안전성 (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이 높아지는 경우 (MSI-H)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특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키트루다를 투여하자, 전에는 유의미한 효능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던 암종인 대장암, 위암 등에서 효능이 나타났다. 2018년 키트루다는 MMR-d 혹은 MSI-H를 기준으로 한 처방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어떤 암종이든 바이오마커 만으로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사례이다. 


BMS, 오노약품과 머크의 소송은 면역항암제 신약개발 후발주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들은 특허 문제를 피하려고 PD-L1을 표적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T세포 표면에 있는 PD-1은 종양세포에 있는 PD-L1 리간드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나타낸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T세포의 PD-1 수용체를 건드릴 수 없다면, 종양세포의 PD-L1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표적해도 같은 효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연구자들은 곧 종양세포 PD-L1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었다. 덕분에 세 번째 면역관문억제제가 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PD-L1을 표적하는 면역항암제로 승인받은 것은, 로슈 (Roche)의 티쎈트릭 (Tecentriq, 성분명: Atezolizumab), 화이자와 독일 머크 (Merck KGaA)의 바벤시오 (Bacencio, 성분명: Avelumab),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의 임핀지 (Imfinzi, 성분명: Duvalumab)가 있다. 


[VI. 면역관문억제제 2 불완전한 메커니즘]


p.145

항체가 Fab를 이용해 표적 대상에 붙으면, Fc 부분이 밖으로 나와 면역세포의 Fc 수용체와 작용해 다양한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 Fc 수용체는 대식세포, NK세포, 수지상세포 등의 선천면역계의 세포들이 주로 발현한다. 


Fc 수용체가 유발하는 면역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항체의존포식 (Antibody-dependent phagocytosis)이다. 항체의존포식은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가 항체에 결합한 바이러스, 박테리아, 암세포 같은 항원을 잡아먹는 기능을 말한다. 둘째, 항체의존세포살해 (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 이하 ADCC)다. ADCC는 주로 대식세포와 NK세포가 항체에 붙어 있는 세포를 없애는 기능이다. 항 CTLA-4가 쥐에서 조절 T세포를 없애는 메커니즘은 대식세포에 의한 ADCC이다. 


p.149

둘째, Fc에 의한 작용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PD-1을 발현하는 세포나 PD-L1을 발현하는 세포를 ADCC 등으로 없애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개발은 이런 복잡성을 피하기 위해 ADCC 효과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세 종류의 PD-1 항체는 모두 Fc 수용체에 대한 반응성이 낮은 IgG4를 사용한다. PD-L1 항체는 모두 Fc 수용체에 대한 반응성이 강한 IgG1을 사용하고 있는데, 로슈의 티쎈트릭 (Tecentriq, 성분명: Atezolizumab)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Imfinzi, 성분명: Durvalumab)는 ADCC를 최소화하도록 Fc를 변형한 항체를 쓴다. 화이자/독일 머크의 바벤시오 (Bavencio, 성분명: Avelumab)만 강한 ADCC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p.158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약보다도 바이오마커일지 모른다.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약효의 정도, 효과, 속도, 투여 중단 시기까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믿을 만한 바이오마커가 주는 정보라면 꼭 필요한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면역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면역항암제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좋은 바이오마커다. 


[VII. 바이오마커]


p.162

한편 PD-L1을 바이오마커로 사용한 임상시험이 늘어나면서 PD-L1이 좋은 바이오마커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PD-L1 발현이 높지만 치료가 안 되거나, PD-L1의 발현이 거의 없는데도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원인 가운데는 항 PD-1/PD-L1 작용 메커니즘의 복잡성이 있다. 종양세포 아닌 세포에서 발현하는 PD-L1도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종양세포가 T세포와 아무 상관없이 자체적인 종양 발달 프로그램의 하나로 PD-L1을 발현하기도 한다. 이때 종양세포가 발현하는 PD-L1은 치료와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는 것이다. PD-1/L1 항체가 환자 몸속에 주입되면 종양세포의 PD-L1 발현 상태를 바꾸기도 한다. 적응내성이 나타나면서 종양의 PD-L1 발현이 늘어날 수도 있고, 환자 몸 속에서 암이 전이된 장기마다 종양의 PD-L1 발현 상태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종양세포가 발현하는 PD-L1은 단독 바이오마커로는 충분하지 않다.


p.164

종양침투 T세포 (Tumor-infiltrating T cell)는 암의 예후뿐만 아니라 면역항암 치료제 효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양 조직에 침투한 T세포가 얼마나 되는가를 바탕으로 하는 바이오마커도 개발되고 있다. 보통 종양 조직에 침투한 T세포가 많으면 면역항암 치료제가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민감성 종양 (Hot tumor)', 종양 조직에 침투한 T세포가 적으면 효능이 없는 '불응성 종양 (Cold tumor)'으로 나눈다. 이를 정성적으로 표현하는 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민감성 종양을 정의하기 위한 종양침투 T세포의 컷오프 (cut-off) 값을 정하는 것이다. 종양침투 T세포 양을 단독 바이오마커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고 제롬 갈론을 중심으로 국제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다. 이 컨소시엄에서는 T세포의 유형, 밀도, 종양 안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정량화한 면역 점수 (Immuno score)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p.165

T세포는 정상 세포는 발현하지 않는, 암세포 특이적 펩타이드 항원인 신항원 (Neoantigen)으로 암을 인지한다. 즉 암 조직에서 신항원이 많이 발현될수록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면역원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펩타이드 신항원은 변이된 DNA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국 암 조직에서 확인되는 유전자 변이 정도가 T세포에 의한 면역반응과 상관성이 있다. 

(...)

TMB를 분석하려면 DNA 가운데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인 엑솜 (Exome) 영역의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하는 전장엑솜분석 (Whole exome sequencing)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장엑솜분석은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좋은 바이오마커는 아니다. 대신 종양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Mismatch repair deficiency, MMR-d) 종양 유전자 변이 정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장암이나 위암 등에서 일부 발견되는데, 미소위성체 불안정성 (Microsatellite instability)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MSI-H). 그리고 MSI는 PCR을 이용하여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p.171

마이크로바이오타 

우리는 천문학적 숫자의 미생물과 공생하는데, 미생물 가운데 다수는 장에 있다. 이러한 미생물 균총을 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라고 한다. 

(...)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암 발생과 치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환자가 면역항암제에 반응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마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다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가 다른 것을 문제로 꼽기도 한다. 현재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군과 미반응군의 마이크로바이오타를 분석해, 반응군 마이크로바이오타의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마이크로바이오타는 바이오마커로서만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상상해볼 수 있는 이상적인 적용 가운데 하나로, 면역항암제에 좋은 반응을 유도하는 장내 미생물을 분리해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있다. 


[VIII. 병용투여 1 선천면역계 활성화]  


p.179

(...)

면역항암 치료 이론인 암-면역 사이클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면역관문억제제는 림프절에서 새로 온 T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종양에서 T세포의 항 종양 활동을 강화한다. 그렇다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이 미미한 경우는 왜일까? 우선 림프절에 T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수지상세포가 별로 없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수지상세포의 항원 제시 없이는 T세포 활성화도 없으니, 활성 강화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림프절에서 활성화된 T세포가 혈관을 거쳐 종양 조직으로 이동하는데, 이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양 조직에 도착한 T세포가 PD-L1이 아닌 다른 면역관문에 막히거나, 종양 조직의 강력한 면역억제 메커니즘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암-종양 사이클을 바탕으로 한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투여 전략

1) 선천면역계 활성화

- 면역원성 세포사멸

: (...) 반면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같은 비정상 세포가 죽으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 급성 감염은 강한 염증반응을 불러온다. 이렇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며 세포가 죽는 것을 면역원성 세포사멸 (Immunogenic cell death, ICD)이라고 한다.


세포가 사멸하면서 면역반응이 일어나려면 세포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사멸되었음을 알리는 위험연관분자패턴 (Danger associated molecular pattern, 이하 DAMP) 방출이 선천면역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세포나 조직이 손상되면, 손상된 세포 내부의 물질들이 세포 밖으로 방출된다. 이 물질들 가운데 일부가 DAMP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DAMP로는 칼레티쿨린 (Calreticulin), HMGB1 (High-mobility group box 1), ATP 등이 있다. 세포 안에 있어야 하는 이러한 분자들이 세포 밖에 있다는 것은 해당 조직에 상처가 났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세포가 죽었다는 뜻이다. 죽어가는 종양세포에서 방출된 DAMP는 수지상세포를 종양세포로 유인하고, 종양세포 포획과 활성화를 유발한다. 종양 항원을 포획한 활성화된 수지상세포는 림프절로 가서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므로 종양세포의 면역원성 세포사멸은 종양에 대한 면역반응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면역원성 세포사멸은 기존 항암 치료법과 면역항암제를 병용투여할 때 검토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기존 항암 치료법은 암세포를 직접 죽인다. 이때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발할 수 있다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여러 항암제를 대상으로, 종양세포의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하는지 여부를 시험하고 구분하는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면역원성 세포사멸은 기존 항암제의 최적 투여 용량을 바꿀 수도 있다. 기존 항암 치료법은 암세포를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것이 목표였다. 이때의 기준은 '환자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이었다. 그러니 항암 치료 과정에서 면역세포가 함께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암세포의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하고, 면역세포는 덜 손상되는 최적화된 투여 용량과 투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종양 내 수지상세포

: 2018년 [셀]과 [네이처 메디신]에 종양 내 NK세포가 다양한 케모카인을 발현하여 cDC1 (conventional Dendritic cell 1) 등 수지상세포의 종양 조직 유입을 늘린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종양 안의 NK세포는 암세포를 인지해 죽일 뿐 아니라, 수지상세포를 불러와 T세포에 의한 항 종양면역반응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NK세포가 암과의 전쟁에서 최전선 보초병 역할을 하는 점을 생각하면, NK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면서 수지상세포를 통하여 추가 병력을 요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구조인지도 모른다. 


- 암세포 포식 촉진 (CD47-SIRP1α)

: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처럼 포식작용을 하는 세포는 SIRPα를 발현하고, 대부분의 세포는 CD47을 발현한다. CD47은 포식작용을 하는 세포에 SIRPα로 신호를 보낸다. '나를 잡아먹지 마세요!'라는 신호다. 

(...)

그런데 암세포도 CD47을 발현해 '나를 잡아먹지 마세요!'라며 신호를 보낸다. 심지어는 CD47을 과도하게 발현하기도 한다. 즉 CD47은 대식세포의 포식 활동에 대한 면역관문이다. 

(...)

항 CD47의 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CD47 항체의 Fc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항 CD47이 CD47-SIRPα 상호작용을 막을 뿐만 아니라, 대식세포 Fc 수용체를 통한 신호전달로 대식세포의 포식작용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

CD47-SIRPα이 단순히 종양 조직에서 종양세포 포식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종양세포의 항원제시와 림프절에서의 종양 특이적 T세포 활성화까지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되며서 CD47-SIRPα는 더 주목받고 있다. (Nature Medicine, 2015)

(...)

CD47 차단제가 암-면역 초기 반응에 수지상세포 활성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T세포 활성을 증진하는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인 PD-1, PD-L1 항체와도 병용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신항원

: 암 항원은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암에만 있는 '암 신생 항원 (Cancer neoantigen, 이하 신항원)'과 정상 세포에서도 발현하지만 암세포에 더 많이 있는 ERBB2, CD19, 메소텔린 (Mesothelin)과 같은 '종양 연관 항원 (Tumor associated antigen, TAA)'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신항원을 찾으려면 우선 종양변이부담을 측정할 때처럼 전장엑솜분석을 해야 한다. (...) 남은 것은 단백질 변이 부분이 HLA에 의해 신항원으로 제시될 것인가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

환자 암세포 HLA가 제시하는 항원 펩타이드는 질량분석법 (Mass spectroscopy)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단 이 가운데 다수는 신항원이 아닌 정상 펩타이드 항원이다. 어떤 것이 신항원인지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전장엑솜분석으로 찾아낸 변이 단백질이 환자 HLA에 신항원으로 제시가 가능한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측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실험적으로 찾아낸 펩타이드, 전장엑솜분석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찾은 신항원 후보를 비교하면 서로 일치하는 펩타이드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찾은 펩타이드가 환자 T세포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신항원인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단백질 특정 부위가 HLA에 의해 제시될 것인지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머신러닝 등으로 구현하는데, 정교한 실험결과가 있어야 예측 알고리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약 5,000 종류가 넘는 MHC-I이 있다. 한 가지 HLA에 대한 알고리즘을 정확하게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5,000개가 넘는 HLA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 암백신

: 2000년대에 실패한 암백신 개발 프로젝트는 모두 합리적인 면역학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했다. 전임상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 실패는 더 충격적이었다. 암백신의 경우 제형 (Formulation)과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실패한 임상시험의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가 드물기 때문에 실패한 원인을 아직 정확하게 모른다. 다만 세 가지 측면에서 암백신 개발을 계속 밀고나갈 가치는 있다. 


첫째, 암백신은 면역관문억제제와 서로 보완적이다. 면역관문억제제가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면, 암백신은 수지상세포의 항원제시 및 기능을 강화한다. 둘째,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암 항원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 특히 신항원 도입은 암백신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셋째, 백신의 전달 방법이 개선되고 있다. 백신은 제형이 복잡해 제형을 구성하는 성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체에 전달되는가에 따라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 생체 재료를 이용한 약물전달 기술을 쓰면, 여러 백신 성분의 생체 안 시공간적 분포를 조절할 수 있고, 암백신 효능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특정 종양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암백신은 종양 항원 분자를 찾아내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높은 농도의 잘 정의된 종양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양 항원은 DNA, mRNA, 단백질, 펩타이드 등의 여러 생분자 형태로 제조될 수 있다. DNA가 mRNA를 거쳐 단백질로 발현되고, 단백질이 가공되어 펩타이드로 MHC 분자를 거쳐 제시되므로, 여러 형태의 생분자가 모두 종양 항원을 수지상세포가 전시하도록 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은 펩타이드를 바탕으로 하는 백신이다. 다양한 TCR이 있는 T세포의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펩타이드 항원을 섞어서 사용한다. 20~3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로 항원제시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mRNA를 바탕으로 하는 백신 연구도 활발하다. mRNA는 발현이 일시적이라 안전하고, 다양한 펩타이드 항원을 포함할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면역원성을 가져 이상적인 항원 제형이 될 수 있다. 

(...)

전달도 중요하다. 여러 종류의 분자들을 생체 안에서 수지상세포에 정확하게 표적하여 효율적으로 전달하려는 약물전달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이식형 백신은 GM-CSF를 서서히 방출해 몸속 수지상세포를 고분자 스펀지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고분자 스펀지에는 종양세포 용해물 (Tumor lysate)과 보조자극인 CpG를 탑재했다. 고분자 스펀지로 들어온 수지상세포는 종양 항원을 포획하고 활성화되며, 림프절로 이동하여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 항암 바이러스

: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는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숙주 (Host)에 기생하며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치료제의 유전자를 바이러스 안으로 넣고, 암세포가 해당 유전자를 발현하여 항암 치료 물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PD-1/PD-L1 항체를 암세포가 발현하여 분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IX. 병용투여 2 종양 안 면역억제 극복]  


2) 종양접근성 향상

- 케모카인

: 림프절에서 수지상세포에 의해 활성화된 T세포는 혈관을 거쳐 종양조직으로 이동한다. (...) 이때 혈관에서 면역세포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출구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 케모카인 (Chemokine)이다. 

(...)

종양 조직에서 발현되는 여러 종류의 케모카인은 종양미세환경의 성격을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양면역반응을 유발하는 T세포나 NK세포가 주로 발현하는 CXCR3 리간드인 CXCL9, 10, 11 등이 종양 조직에서 발현되면, T세포와 NK세포가 종양 조직으로 유입되는 것을 촉진하고 종양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면역억제세포인 골수유래억제세포 (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 MDSC)나 조절 T세포의 유입을 촉진시키는 케모카인이 종양 조직에서 발현되면, 종양에 대한 면역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에 면역억제세포의 케모카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하는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 종양혈관

: (...) 따라서 빠른 혈류를 타고 이동하는 면역세포가 혈관을 빠져나가려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걸려면 마찰력이 필요하다. 혈관내피세포는 조직 안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TNF-α, IL-1 등에 반응하여 ICAM-1, VCAM-1, P-selectin, E-selectin과 같은 부착 리간드 (Adhesion ligand)들을 발현한다. 이들 부착 리간드는 빠르게 지나가던 면역세포의 속도를 줄여주고, 혈관내피에 부착하거나 혈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종양 조직과 정상 조직의 혈관은 특성이 다르다. 세포가 빠르게 늘어나 급격하게 자라나는 암 조직은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내부에 있는 암세포는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양 조직은 VEGF 등의 신생 혈관 생성 신호 (Angiogenesis signal)를 과하게 발현한다. 암 덩어리 곳곳으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할 혈관을 빠르게 그리고 많이 만든다. 이렇게 급조된 종양혈관은 비정상 (abnormal)적인 형태를 가진다. 종양 조직의 혈관내피세포는 정상 조직의 혈관내피세포와 모양이 다르고, 세포와 세포 사이의 집합부 (junction)도 정상 조직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종양혈관에는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주위세포 (Pericyte)의 수도 적다. 


종양혈관은 이러한 형태적인 결함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결함도 많다. VEGF와 같은 신생 혈관 생성 신호에 계속 노출되어, TNF-α 등 염증 사이토카인에 대한 반응이 무디다. 그 결과 부착 리간드의 발현이 낮아 면역세포가 혈관벽을 뚫고 종양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 


하버드 의대 주다 포크만 (Judah Folkman, 1933~2008) 박사는 종양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인 혈관을 없애 암세포를 굶주리게 만든 후 사멸시키는 항 혈관 생성 치료 (Anti-angiogenic therapy) 개념을 제시했다. 이 아이디어는 제넨텍의 나폴레옹 페라라 (Napoleone Ferrara) 박사에 의해 구현되었다. 2004년, VEGF-A를 표적으로 한 항체는 FDA의 승인을 받아 아바스틴 (Avastin, 성분명: Bevacizumab)이라는 치료제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아바스틴의 효능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영양분 공급 통로를 없애 암세포가 굶어 죽기를 바라던 처음 생각과 달리, 혈관이 없어지면서 치료 약물이나 면역세포가 종양 조직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문β가 생겼다. 또한 산소의 종양 조직 전달이 저해되어 저산소증 (Hypoxia)이 왔는데, 저산소증이 오래될수록 암세포 내성이 강해졌다. 종양혈관을 괴사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었다. 


- 세포외기질

: 한편 혈관을 빠져나온 T세포가 종양 조직에 접근하려면 세포외기질 (Extracellular Matrix, 이하 ECM)을 통과해야 한다. 종양 조직은 섬유아세포 (Fibroblast)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 즉 많은 경우 섬유화 (Fibrosis)가 진행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ECM 밀도가 높아지면 T세포 등 면역세포의 접근을 막는 물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종양 조직 주변부의 ECM은 T세포의 이동과 기능을 막는 요소로,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섬유화를 촉진하는 '형질전환 성장인자-β (Transforming growth factor-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TGF-β 저해제는 T세포가 종양 조직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TGF-β는 종양 조직의 면역억제작용도 해 매력적인 표적이다. 그렇지만 TGF-β의 발현은 종양 조직 이외에도 다양하게 이루어지며, TGF-β가 때로는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역할도 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3) 종양 안 면역억제 극복

- 면역억제세포 (TAM, CAF, Treg, MDSC)

: 종양 조직에는 종양 연관 대식세포 (Tumor associated macrophage, 이하 TAM), 암 연관 섬유아세포 (Cancer associated fibroblast, 이하 CAF), 골수 유래 억제세포 (Myeloid derived suppressor cell, 이하 MDSC), 조절 T세포 등 여러 면역억제세포가 있다. 


이 가운데 TAM과 CAF는 정상 조직에도 있는 세포가 종양에 의해 바뀐 것이다. 대식세포는 종양세포를 없애고 포식하지만, TAM은 종양의 발달을 돕고 면역을 억제한다. 대식세포는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M1과,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M2로 분극화될 수 있다. 조직이 감염되면 우선 M1이 작용해 강한 면역반응으로 병원균을 없애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과 정상 세포도 손상된다. 그러므로 염증반응 후반부에는 M2가 염증을 완화하고 조직을 재생한다. 

(...)

낫지 않는 상처는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만성 염증은 T세포를 탈진시킨다. 대식세포는 M2로 분극화되어 면역을 억제한다. 정상 조직에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ECM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는, 종양 조직에서 CAF가 되어 낫지 않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ECM을 만들어 섬유화를 유발한다. 섬유화는 T세포가 종양 조직으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더불어 CAF는 여러 면역억제물질을 분비하여 항 종양면역을 방해한다. 종양을 낫지 않는 상처로 보면, 종양의 많은 면역억제 특성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조절 T세포와 MDSC는 종양이 발달하면서 혈관으로 종양 조직에 유입된다. 종양 조직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종양 조직의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 때문이다. 종양 안에서 T세포가 하는 항 종양 활동은 조절 T세포의 유입을 촉진하는 케모카인 발현을 유발한다. MDSC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없고, 만성염증이나 암에 걸린 환자 골수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면역 시스템이 균형을 맞추려고, 염증을 완화하기 위해 골수에서 MDSC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종양 조직 안에서 면역억제세포를 표적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특정 세포를 직접 표적하여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어 TAM에 과발현된 수용체인 CSF1R를 표적해 TAM을 없애는 방식이다. 둘째는, 면역억제세포의 특성을 바꾸는 것이다. TLR 자극으로 M2의 특성을 가지는 TAM을 M1으로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는, 혈관에서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다. 


T세포와 조절 T세포가 수용체를 발현함에 있어 비슷하다는 점은, 면역항암제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조절 T세포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로젠버그가 개발한 IL-2는 T세포뿐만 아니라 조절 T세포도 활성화시켜 임상시험에서 좋은 효능을 보이지 못했다. 항 CTLA-4는 T세포뿐만 아니라 조절 T세포에도 작용할 수 있다. 2019년, 사카구치가 포함된 일본 연구팀은 PNAS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항 PD-1 항체가 PD-1을 발현하는 종양 내 조절 T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이런 메커니즘으로 항 PD-1이 면역을 억제해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과다진행 (Hyper progression)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

조절 T세포를 없애면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종양 조직의 조절 T세포의 특징을 좀 더 깊게 이해해, 종양 조직 안에서 조절 T세포를 선별적으로 표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대사활동

: 암세포는 빠르게 분열한다. 빠르게 분열하려면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종양 조직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암세포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더뎌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 더불어 림프관 형성도 원활하지 않아 노폐물이 쌓이고 내부의 압력도 높아진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종양미세환경은 종양 조직 안에 있는 여러 세포들이 영양분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대사 부산물을 매개로 한 복잡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암세포는 빠르게, 많은 포도당 (Glucose)을 섭취한다. 암세포가 많은 포도당을 금방 먹어치우면, T세포가 섭취할 수 있는 포도당의 양이 줄어든다. 한편 암세포는 포도당을 섭취한 후 젖산 (Lactate)을 방출하는데, 젖산은 주변을 산성화시켜 면역반응을 억제시킨다. 암세포는 포도당 외에도 트립토판 (Tryptophan), 아르기닌 (Arginine)과 같은 여러 아미노산도 과도하게 섭취한다. 


더불어 암세포와 TAM은 indoleamine 2, 3-dioxygenase (IDO)라는 효소를 이용하여 트립토판을 키누레닌 (Kynurenine)으로 바꾸는데, 키누레닌은 조절 T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을 억제한다. 


종양미세환경 안에서 면역억제적 대사산물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발견하는 기초 연구와, 해당 효소를 표적하는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 양의 보조자극 활성화

: 자동차에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있다. T세포 면역반응에도 가속 페달과 같은 양의 보조자극 수용체와, 브레이크와 같은 음의 보조자극 수용체가 있다. 음의 보조자극 수용체를 표적하여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임상시험에서 성공했다. 그렇다면 양의 보조자극 수용체인 CD28, 4-1BB, OX40 등을 자극해, 즉 가속 페달을 밟아서 T세포의 면역항암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 4-1BB, OX40 작용제 (Agonist)인 항체가 개발되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

항체의 Fc는 생체 안에서 양의 보조자극제의 작용 메커니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2018년, 영국 사우스샘프턴 대학의 스테판 비어스 (Stephen Beers) 박사 연구팀은 Fc를 이용해 4-1BB 항체의 항암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문을 [이뮤니티]에 발표한다. 4-1BB 항체의 Fc를 IgG1으로 했을 때, 4-1BB 항체는 T세포의 기능을 강화했다. IgG2a로 했을 때 4-1BB 항체는 조절 T세포를 표적했고, ADCC로 조절 T세포를 종양 조직에서 없앴다. IgG1과 IgG2a의 특성을 적절히 혼합한 Fc를 만들어 사용한 4-1BB 항체는,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조절 T세포를 ADCC로 없애 종양에 대한 면역반응을 극대화시켰다. Fc 엔지니어링 (Engineering)이 효과를 보여주었다. 


- 이중항체

: 항체는 Fab와 Fc로 가까이 있는 두 세포 사이의 작용을 유도할 수 있다. 이때 반드시 한 세포는 Fc 수용체를 발현해야 한다. 만약 두 세포가 발현하는 수용체를 각각 표적하는 두 종류의 Fab를 연결한다면, Fc가 없는 두 세포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중항체 (Bispecific antibody)는 항원이 다른 두 종류의 항체의 Fab 부분을 연결해 만든 항체이다. 


BiTE (Bispecific T cell engager)는 암세포 항원을 인지하는 항체와 T세포의 TCR 신호전달 수용체인 CD3를 인지하는 항체의 Fab 부위를 접합해 만든 이중항체다. BiTE의 CD3 표적 Fab는 T세포에 부착되고, 암세포 표지 Fab는 암세포에 부착되면서 T세포가 발현하는 TCR의 종류에 상관없이 암세포를 인지하고 죽이도록 해준다. 

(...)

BiTE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를 이용해 많은 수의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를 만든다는 점에서 CAR-T와 비슷하다. 그러나 CAR-T가 환자 몸 밖에서 유전자 조작한 T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한다면, BiTE는 환자 몸 속에 있는 T세포가 암세포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면역관문억제제와 T세포 보조자극 수용체에 대한, Fab 이용 이중항체 개발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 발현하는 PD-L1과 T세포에 발현하는 OX40을 동시에 표적해 음의 보조자극 신호를 차단하면서 양의 보조자극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중항체는 Fab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따라 효능이 다를 수 있다. 여러 플랫폼의 이중항체가 면역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다. 





- 사이토카인

: (...) 퍼져나간 사이토카인은 세포 주변의 면역반응 환경을 결정한다. 보통 IL-1, IL-6, TNF-α, 등의 사이토카인은 면역반응을 강화한다. TGF-β, IL-10 등의 사이토카인은 면역억제에 관여한다고 이야기된다. 그러나 각 사이토카인의 기능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IL-2은 T세포나 NK세포에 작용하면 면역활성을, 조절 T세포에 작용하면 면역억제를 가져올 수 있다. 


- 면역관문억제제

: NK세포가 발현하는 면역관문을 표적하는 억제제 개발도 활발하다. NK세포도 T세포와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면역관문 분자를 발현한다. 

(...)

NKG2A는 혈액에 있는 NK세포 가운데 절반 정도, T세포 중 5% 정도가 평상시에 발현하는데, 면역반응이 있으면 비율이 늘어난다. NKG2A는 암세포가 발현하는 면역억제 수용체인 HLA-E와 상호작용해 면역을 억제한다. 항 NKG2A 항체를 이용해 NKG2A의 기능을 억제하면, T세포나 NK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NKG2A 면역관문억제제는 PD-1, PD-L1 항체와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병용할 수 있다. 리툭시맙, 세툭시맙과 같은 암 항원 표적 항체와 병용해 NK세포가 발현하는 Fc 수용체의 ADCC를 상승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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