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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적 독립운동가 Jan 31. 2021

우리 아이들은 미래에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 - 채수찬 엮음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 - 채수찬 엮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를 읽고 난 한줄 소감입니다.


항체의약품 제조회사에서 품질업무와 제조업무를 경험해오던 중, 우연한 기회에 [바이오스펙테이터]에서 출간한 [암 정복 연대기 - 남궁석]와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 도준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상기의 두 책을 통해 CTLA-4와 PD-1 타겟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고, 그때 느꼈던 흥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자기 (Self)로 인식하여 공격하지 않는다'라는 그간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면역항암제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의 업적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저는 이 순간을 인류 역사 진보의 장면 중 하나로 기억합니다.


면역관문억제제 개념에 대한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7년에는 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 (노바티스)와 예스카르타 (카이트 파마/길리어드)가 혈액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획득하였습니다. 2021년 현재 면역항암제 기술개발 현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합니다. CAR-T 세포 치료제의 사전 생산 및 보관을 가능케 하려는 Universal CAR-T, 대식세포 대상 면역관문억제제, 암백신, 암세포가 항암 치료 물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이중항체, NK세포 대상 면역관문억제제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암-면역 사이클 중 T세포 면역관문억제제와 다른 단계에서 작용하는 치료제의 경우에는 T세포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치료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상기의 면역관문억제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를 지나 현재는 핵산 치료제에 대한 개념까지 등장했습니다. 핵산 물질을 체내에 주입하여 특정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 중에 개입하여 그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RNA 간섭 치료제는 중간 매개체인 mRNA를 절단하여 단백질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입니다.


십수년 전 대학원 진학 고려 시, 진학을 희망하는 연구실 중 하나였던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가 siRNA, miRNA, RNA 간섭 등이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생물학에 대한 이해도의 성장으로만 여겼던 위의 연구 주제들이 이제는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렇듯 너무나도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본 책을 통해 바이오헬스 업계를 움직여가는 다방면의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약개발을 연구하는 바이오벤처의 목소리를 비롯하여, 의료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고민하는 목소리, 스마트 헬스케어에 대한 의견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 투자와 창업, 바이오벤처 상장요건 검토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독서 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인 가지치기 독서법을 이번에도 적용해 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 가지치기 관심분야는 siRNA, miRNA, RNA 간섭, ASO (Antisense Oligonucleotide) 등입니다. 이와 연관되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에 대해서도 공부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가지치기 관심분야는 바이오 벤처캐피털, 바이오벤처 액셀러레이터입니다. 세 번째 가지치기 관심분야는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더 나아가 구글이라는 기업입니다. 이 중 첫 번째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창문, RNA - 김빛내리]에 대한 독서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크리스퍼가 온다 - 제니퍼 다우드나, 새뮤얼 스턴버그]입니다.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창문, RNA - 김빛내리]


[크리스퍼가 온다 - 제니퍼 다우드나, 새뮤얼 스턴버그]


[그림 출처: KTSDESIGN/SCIENCE PHOTO LIBRARY/Getty]




[Chapter 1 무병장수와 바이오테크놀로지]

02 신약 개발의 현실적 미래, 화학물과 바이오의 결합 - 김용주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p.44

Q: 레고켐의 핵심 기술인 항체-약물 결합체 ADC 기술은 무엇인가?

A: ADC 기술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 (운반체)를 약물과 연결해 암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미국의 이뮤노젠 Immunogen이라는 회사가 ADC 기술로 30여 년 전에 처음 벤처를 설립하였으며, 201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80여 개의 ADC 기반 항체신약이 임상시험 중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면역항암제, 항체신약, 세포치료제 등이 이슈인데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ADC 기술을 이용한 항암제이다.


03 이중항체를 활용한 뇌질환 (치매) 치료제 개발 -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 외

p.51

Q: 이중항체가 기존 방식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어떤 이점이 있는지?

A: 지난 8월 워싱턴에서 열린 이중항체 포럼에 참석했는데, 제넨텍 Genentech, 로슈 Roche의 항체 후보물질 중 80%가 이중항체였다. 그리고 최근 뉴스를 보니 아밀로이드증 항체가 실패했는데, 로슈에서 혈뇌장벽 BBB*를 거쳐 가는 이중항체로 임상에 진입했다는 소식도 있다. 트렌드가 이중항체로 바뀌기 시작한 거다. 뇌질환 분야에서 뇌로 들어가는 항체의 양은 극히 제한적이다. 관련 논문에 의하면 0.1~0.2%밖에 안 된다.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게 일종의 미충족 의료 영역이다. 혈뇌장벽 통과율을 0.1%에서 1%로 높인다면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상 10배는 엄청 큰 발전이다. 예를 들면 임상시험에서 뇌로 들어갈 수 있는 양이 60이라면, 단독항체는 60의 효과를 나타내지만, 이중항체는 600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약의 효능을 나타내는 약의 양을 훨씬 더 많이 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현재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부각되고 있다.

*BBB (Blood-Brain Barrier): 뇌과 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으로 뇌에 외부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여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


p.53

Q: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치매의 차이점은?

A: '치매'는 질환의 이름이 아니라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언어기능에 문제가 생겨 결국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태를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이다. 치매의 원인 질병으로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그리고 파킨슨과 유사한 원인에 의한 루이소체 치매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알츠하이머가 치매 발병 원인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기억력 손실을 아주 많이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같이 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치매의 원인 중에 알츠하이머가 있는 것이다. 파킨슨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받아 운동기능 장애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병도 진행되면서 인지기능 장애를 동반하게 된다. 운동기능 장애도 뇌 신경세포의 손상이나 퇴화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모두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04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산업의 출현 - 천종식 (천랩 대표)

p.62

Q: 장내 세균이 아토피, 비만, 치매, 자폐증, 우울증, 뇌질환 등의 질병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A: 마이크로바이옴은 코, 입, 피부 등에서도 발견되지만 숫자로 보면 대부분 대장에 분포한다. 이들은 우리가 소화하지 못한 남은 음식물과 우리가 직접 만드는 점액질을 먹고 산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들이 무엇을 먹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내뱉는지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물질을 만드는데, 이것이 대장 벽을 통해 우리 핏속으로 들어가고, 온몸에 퍼져 있는 혈관을 통해 간, 뇌 등 어떤 장기에도 쉽게 다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내 미생물이 인간의 수많은 질병들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p.64

Q: 장내 세균의 종류가 많고 사람마다 균형 상태가 다를 수 있지 않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장내 세균, 이들과 인체와의 상호작용 등 밝혀야 할 사항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가?

A: (...) 그러나 지금까지 주로 임상연구에 사용된 대변 미생물 이식 방법은 '약'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모든 약은 그 성분과 조성, 순도가 철저하게 규제되는데, 치료에 사용할 대변의 미생물 생태계는 공여하는 사람에 따라, 시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내용물을 일정한 조성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형태로 장내 미생물 신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 여러 기업에 의해서 진행 중이다.


05 줄기세포 치료, 유병장수에서 무병장수의 시대로 - 이병건 (SCM 생명과학 대표)

p.74

Q: 줄기세포란 무엇인가? 상용화까지 어느 정도 걸릴지가 궁금하다.

A: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나 아직 분화되지 않은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이러한 줄기세포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먼저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가 있고 분화 시 독성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다 자란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 역시 독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제대혈 (탯줄혈액)이나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뇌세포, 혈액 등에서 추출해낸 '성체줄기세포'는 앞서 언급한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처럼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는 없으나 표적기관 (정해진 장기나 조직)으로는 분화할 수 있는데, 안정성 면에서는 거의 다 증명되어 우리나라에서 현재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 본인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해도 거부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턴트에 따르면 향후에는 이러한 성체줄기세포가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 몸에 손상이 생기면 줄기세포가 복구하는데, 이를 호밍 효과 Homing Effect라고 한다. 몸 안에 있는 양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더 넣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줄기세포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긴다. 효과는 분명 있지만 아직 그 작용과정은 밝혀지지 않아 미국 FDA에서는 아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노화방지 Antiaging가 빅이슈가 되면 줄기세포가 먼저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상당 부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데이터를 갖춘 이후 치매나 파킨슨, 중풍 등의 질병에 대입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06 동물 장기이식, 장기이식 부족 상황의 현실적 해법 -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

p.83

(...) 이후 2010년대에 들어 이종장기 관련 지식이 축적되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형질전환된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목표 하에 이종장기를 표방한 회사들이 설립되었다. 형질전환된 무균돼지를 이용해서 이종장기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종장기 개발을 위해서는 영장류 비임상시험이 필수사항이다. 또한 이종장기의 원료가 되는 형질전환 무균돼지를 생산할 사육시설도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들을 갖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을 활용한 비임상시험 수탁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종장기 개발까지 긴 시간 동안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익사업 Cash Cow으로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각종 신약의 효과, 독성 등을 판단해 줄 수 있는 위탁연구기관 CRO 사업을 영위하고, 동시에 이종이식 및 세포 임상까지 진입하고자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기이식만 하는 전문병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p.88

Q: 이종장기 이식 관련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A: IXA (International Xenotransplantation Association, 국제이종이식학회)라는 협의체가 있어 무균돼지, 무균사육시설, 우수제조관리기준 GMP 시설 등 시설에 대한 부분과 전임상 관련하여 6마리 중 4마리 혹은 8마리 중 6마리가 6개월 이상 영장류로 진행해야만 임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지금으로선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가야 한다. 형질전환 부분에서는 GGTA, CMAH, B4GaINT2라는 돼지 유래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에 적용하기 위하여는 CD46, CD39, 트롬보모듈린 Thrombomodulin이라는 유전자를 넣어야 한다는 것 역시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상황이다. 지금은 누가 먼저 해내느냐의 싸움이다.


p.89

Q: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및 지원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신약, 의료기기 등 전통 제품군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점하고 있고 기초과학에 대한 축적도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 그와 비교해 재생의료, 특히 이종장기 이식은 뚜렷한 주도 국가가 없는 상황인데,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의료테크닉, 면역 거부 등 과학적 문제 해결 대상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바이오헬스 분야인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또한 그러한 생각을 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형질전환을 시키고 하드웨어만 받쳐준다면, 나 같은 사람이 영장류에서 확인할테고, 실질적 임상시험 인력과 임상시험 계획을 잘 짜면 얼마든지 우리가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성공한다면 주변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이종장기 이식을 받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외에 지사를 설치한다면 국가적으로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Chapter 2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헬스]

01 질병경로 분석을 통한 건강과 질병의 관리와 예측 - 김규찬 (란드바이오 대표)

p.108

Q: 최근 유전체 분석 벤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질병 관리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A: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 등을 진단한다. 예를 들어 어느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다운증후군이 생기는지를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이 당뇨병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아니고 여러 개의 유전자가 그룹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런 경우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유전자 A, 유전자 C, 유전자 G17 등의 유전자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면 당뇨병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그렇게 되는지는 불확실하므로 범주 Category에 맞는 환자 대략 2,000명 정도를 추적해 보면 질병의 진행경로별로 데이터가 나올 수 있고, 질병의 향후 진행경로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질병과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250개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연관성이 있는지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이 질병 코스를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 다음 환자들의 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여 표준치료를 통해 추적하면 같은 질병 카테고리라 하더라도 유전체별로 차이를 찾아내 치료법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p.114

Q: 기업이나 병원들이 유전체나 임상 정보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연계분석해 질병의 주기를 예측하거나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실제 실현하는 데 어떤 큰 문제가 있는가?

A: 현실적인 문제는 이같이 구축된 빅데이터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이다. 만약 국가 사업으로 진행한다면, 부처에서 지원하고 각 대형 병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앞으로 질병 관리 시스템 및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A라는 질병이 진단될 경우 1, 2, 3, 4, 5라는 약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A라는 병이 진단되기 3년 전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통해 2년 반 내지 3년 후 그 질병이 발병될 확률이 95% 이상이라면 발병하기 전 어떤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 질병이 발병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그런 조치가 환자에게 분명한 임상적 혜택을 주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면 국민 전체 질병 관리와 국가 질병 부담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그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 발생을 예측 및 예방하며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하는 등 질병 자체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치료법이 특정 질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 치료법에 의한 질병 진행 억제효과가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과 더 늦은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이 다르다고 가정한다면, 당연히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그 질병의 유병률과 이환율 감소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질병이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야 하고, 어느 시기에 해당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치료법을 적용한다면, 더 늦은 진행 단계로 이행되는지, 후기 단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의 발생이 억제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분석과 판단에 근거가 되는 모든 데이터 역시 만들어야 한다. 이와 같이 질병 진행과 특정 치료 간의 상관성 분석 등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맞는 임상연구를 실시함으로써 제시된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런 여러 부분을 감안하고 처음부터 필요한 데이터 내용과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임상시험에 대한 기획을 하는 등의 최상위 전략이 있어야 한다.


04 AI 기반 신약 개발의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 -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p.140

Q: 최근 창업을 하셨다. 신약 개발 쪽인가?

A: (...) ICD9 (국제질병사인분류)의 코드 분류를 보면 12,000개 정도가 되는데, 그중 5,000개 정도가 치료가 되는 질병이고 나머지는 아직 치료방법이 없다. 내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방법대로 신약 개발을 하면 문헌정보 및 논문 리스트를 뽑아 여러 사람이 나눠서 읽고 토론을 한 후 가설을 세운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작업하면 대략 1년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극단적으로는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Q: 왓슨과 같은 시스템을 만드는 비즈니스가 목표인가?

A: 왓슨은 문헌정보는 이미 잘 하고 있을 뿐더러 기술적으로 벤처가 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경쟁 AI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의 목표는 오믹스 Omics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하는 것이다. 유전체, 단백질체, 전사체, 신진단백질체 등 작용하는 레벨의 크기가 다르다. 오믹스와 관련된 데이터가 데이터베이스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들을 모아서 상호작용체 Interactome를 만들어 이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목적에 맞게 지표를 만들어 설계해야 한다.


Q: 특정 질환에 집중하고 있는가?

A: 질환은 아니다. 복합체학 Multi Omics에 대한 연구는 현재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접목시켜 신약의 효과와 독성 및 안정성을 예측해 신약 개발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기술은 없었다. 이러한 기술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Q: 복합체학을 해도 결국은 어떤 질환에 관련된 약을 만드는 쪽으로 되지 않겠나?

A: 그런 부분은 제약바이오사와 협력을 하려고 한다. 주력 질환이 정해진 제약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협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만든 것은 신약 발굴 후보물질 단계에서도 활용 가능하고, 생체표지인자 Biomarker를 발굴할 때도 활용할 수 있어서 이런저런 목적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 같다.


[Chapter 3 지속 가능한 바이오헬스의 미래]

01 진화하는 신약 개발 생태계, 변화가 필요한 제도와 관례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테라퓨틱스 대표)

p.186

Q: 신약 개발 측면에서 규제환경은 어떤가?

A: 벤처기업들이 미국으로 가려는 이유는 시장이 크기 때문이지만 국내의 미흡한 규제환경 영향도 있다. 규제도 나라의 경쟁력이지 않은가. 우리나라 데이터가 좋고 규제환경이 좋다면 왜 처음부터 미국 가서 하려고 하겠나. 미국은 데이터 질만 맞으면 임상 2상까지 임상환자 모집에 큰 규제가 없다. 미국에 있는 암환자들은 대부분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사실 임상이라는 것이 실험대상이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증환자들의 경우는 다른 치료 옵션이 없기 때문에 절박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많은 환자들이 최첨단 약물의 혜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을 개발하는 데 임상환자 모집 등에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 환자들은 새로운 약을 접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도 약가를 높게 쳐주지 않기 때문에 첨단 신약이 국내에 못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임상에서라도 개발 중인 첨단 신약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Q: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미로도 들린다. 실험 중인 약물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테니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자 접근성과 안전관리 둘다 고려하는 방향은?

A: 미국 FDA의 경우 임상실험 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IND할 때도 마찬가지로 거기는 데이터만 본다. 일일이 실사할 돈도 시간적 여유도 없다. 데이터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실사한다. 대신 "이 데이터는 믿어주겠는데 너희들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망할 줄 알아", 그런 식으로 임상시험 관련 회사가 부담해야 할 환자보호용 보험료를 높게 만든다. 그럼 기업체 입장에서는 잘못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회사가 망하니까 당연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임상 스폰서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면 데이터나 임상시험에 대해서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임상 1상을 미국 가서 하면 임상 관련 보험료로만 3~4천만 원 정도 낸다. 기본적으로 커버리지가 1인당 10억 원 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규제기관이 시장의 자율적 규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고, 초기부터 일일이 관여하려고 한다. 그리고 보험료가 굉장히 저렴하다. 결국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임상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회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높게 책정하게 하면 (임상에서의 사고에 대한 보험 커버를 확대하고 규모를 늘리면) 어느 회사가 데이터가 불안정한데도 대담하게 임상에 들어가겠는가.


Q: 신약 개발에서 우리나라 제도가 다른 선진국과 잘 맞지 않는 사례는?

A: 우수제조시설기준 GMP와 우수실험시설기준 GLP이 있다. 다행히 개정된 원칙인데, 우수제조시설기준, 우수실험시설기준은 특정 국가의 정부가 향후 수출 인허가를 원하는 자국 또는 타국 (수행)기관의 생산시설, 실험실을 시찰하고 허가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에서 하든, 우간다에서 하든 신경을 안 쓴다. 미국에 진출을 원하는 수행기관에 대해서만 미국의 우수제조시설기준, 우수실험시설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한다.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서 인정해 준 나라'같이 나라별로 구분한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중국에서 독성실험을 했는데 이 데이터를 가지고 미국에서 임상시험 승인신청을 잘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임상시험을 신청하려 하니 규정이 OECD 가입국에서 수행한 독성실험만 IND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수제조시설기준 혹은 우수실험시설기준은 OECD가 관장하는 게 아니다. FDA와 같이 국가별 규제기관에서 인정해 주는 거다. 왜 그런가 봤더니 약물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 나라별로 화학물질의 안전성과 관련된 것들을 국가에서 평가를 하다 보니 화학물질 안전환경 테스트에 대한 OECD 국가간 상호협약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니 규정이 신약 쪽과는 맞지 않게 된거다.


02 의료기기 산업의 현재와 미래 - 허영 (한국스마트의료기기협회 부이사장)

p.200

Q: 의료기기 규제환경이 변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유럽 의료기기지침 MDD과 의료기기규제 MDR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지침 Directive'은 안내 Guide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뀐 지금은 '규제 Regulation'인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하는거다. 여기에 포함된 대표적인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임상평가보고서 CER 제출이다. 두 번째는 IEC-3판에서 준비하고 있는 위험관리 Risk Management이다. 의료기기지침에서는 가이드였지만, 이것이 의료기기규제로 변했기 때문에 내년 5월부터는 새로운 심의를 받기 위해 여러 가지 추가사항에 대한 제품 개발과 동시에 임상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기기 개발에서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되는 임상평가보고서는 연구소나 기업 등에서 시행할 수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대부분이 병원에서 수행해야 한다. 일부 전임상의 경우 대구, 오송 등 첨단의료복합재단에서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결국 대학이나 대학병원에서 임상교수들로부터 임상평가보고서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기업은 임상교수들과의 의사소통을 더욱 긴밀히 해야 한다. 모든 의료기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임상평가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되는 과정으로 변하고 있다.


04 Physician Scientist, 연구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 박래길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

Q: 연구역량을 가진 의사가 환자 진료에 중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 중 일부 환자들이 국내 대형 병원 같은 곳에 가지 않고 미국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 병원들도 첨단 의료시설과 의료장비 등이 미국 병원만큼 많고 시설도 좋은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폐암환자의 정보는 병원에 있는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및 병리검사에서 얻은 폐암의 영상정보, 혈액소견, 종양 지표 Marker 및 전이 여부 등을 포함한다. 반면 미국의 유명 암센터는 우리나라와 같은 병원검사실과 더불어 해당 분야의 연구실에서 폐암조직의 또 다른 특성들, 예를 들어 암유전자, 암전이인자, 신생 혈관인자, 신생 리프조직인자, 악성지표, 세포성장인자 및 수용체, 방사선 치료 반응인자, 화학항암제 내성인자 등 병원검사실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연구실 수준의 폐암조직 특성을 포함한 환자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치료에 반영한다. 즉, 우리나라 병원은 검사실 수준의 환자 정보를 의사에게 주는 반면, 미국 병원은 검사실 및 연구실 수준의 환자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두 국가 간 의사의 환자 치료 내용과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연구역량을 가진 의사는 진료영역에서도 수월성 높은 우수한 치료역량을 갖출 수 있다.


05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주제 찾기와 신기술에 대한 규제 운용 - 박소라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p.226

Q: 우리나라 줄기세포치료제 연구의 특징은?

A: 우리나라는 중간엽줄기세포 연구보다는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앞으로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중간엽줄기세포의 리더십을 가진 국가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하여 중간엽줄기세포 기초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여전히 혁신이 필요한 중간엽줄기세포 단일항체 개발, 중간엽줄기세포 다양성 연구, 중간엽줄기세포 작용기전 규명 등의 연구를 위해 기업은 우수한 기초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이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둘째, 중간엽줄기세포 효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임상연구를 강화하고 임상연구 및 임상시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 규명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셋째, 제조기술 혁신을 통해 기반산업을 강화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 생물학 중심의 중간엽줄기세포 연구에 '세포공학 Cell Engineering'이 융합되어야 한다. 이는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므로 시장 확장성에 기여할 것이다.


p.229

Q: 인하대학교에서 GSRAC 글로벌, 재생의료 연구개발촉진센터라는 줄기세포치료제 분야 동향 분석과 정책연구, 글로벌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센터를 2011년부터 운영해 오셨다.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운영하면서 느끼셨던 국가 연구개발 과제 기획과 수행, 평가체계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은?

A: (...) 모든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 체계에 관하여 언급하기보다는 미래 의료기술에 국한해서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첫째, 새롭게 출현하는 미래의료기술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분야별 촉진기관을 운영하여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전 주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둘째, 미래의료기술은 환자에 적용되는 "끝점"을 기반으로 연구개발 사업이 기획되어야 하고, 그 사업의 평가 및 과제 관리 방안도 혁신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촉진기관은 연구-산업 생태계 정보의 집약지가 되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는 국가를 대표하여 글로벌에 대응할 수 있는 특성 분야 클러스터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범부처적 지원이 필요하다.


11 의료서비스와 바이오헬스 산업, 두 마리 토끼 잡기 -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p.299

Q: 의료보험 외에 민간보험도 많이 가입하고 있다. 공공보험에서 보장하는 범위가 크지 않고 잘 안 되니까 불안함이 생기기 때문에 민간보험이 활성화된 것 같다. 이에 따른 사회 전체적인 비용 낭비 측면은 없는지?

A: 현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양상을 보면 전체 진료비의 약 65% 정도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불해 준다. 나머지 35%는 자신의 호주머니 Out of Pocket ; OOP에서 나오거나 민간의료보험에서 부담해 준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국민건강보험이 100% 다 부담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서 실제로는 그렇게 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처럼 사회보험제도를 갖고 있는 유럽 선진국의 예를 보아도 최대 80% 정도를 공적 건강보험에서 커버해준다. 참고로 문재인 케어의 임기 내 목표는 70%이다. 따라서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80% 정도까지는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도록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국민건강보험이 바람직한 것은 민간보험에 비해 훨씬 유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은 전체적으로 100원을 걷어서 95원, 즉 95% 이상 국민에게 돌려준다. 이윤 개념이 없고, 관리 운영비가 작기 때문이다. 민간보험은 50% 이상 돌려주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사회보험이 더 효율적이라고 답하는 이유이다. 소득재분배 등 바람직한 사회통합 기능이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


p.301

Q: 공공보험, 사보험을 떠나 의료비 보장이 강화되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까지 병원에서 권유하고 보험료를 타기 위해 추가진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A: 의료비 보장이 강화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비가 저렴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싸진 만큼 더 많이 이용하려고 한다. 불필요한 이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진료비 지불방식을 혁신하는 과제이다. 현재의 진료비 지불방식을 행위별 수가제라고 하는데, 이는 의사나 공급자가 진료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입이 증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비용부담이 적으니까 더 많이 이용하려고 하는 환자, 진료량을 더 많이 늘릴수록 돈을 버는 공급자가 결합하는 현실을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에서 MRI 급여를 실행하자, 대형 병원의 경우 밤새 MRI를 가동해야 할 만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있을까? 급속한 고령화와 건강보장 강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 등으로 국민의료비 폭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 이상 개혁을 미루기는 어렵다.


p.302

Q: 다른 나라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A: 선진국에서 우리와 같은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국민의료비의 증가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의사나 공급자들이 진료량을 늘리면 오히려 손해를 보도록 제도를 설계하여 운영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앞서 소개했던 영국의 주치의 제도의 경우 인두제 Capitation 방식으로 수입이 미리 정해져 있어 환자를 많이 보거나 진료량을 늘리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질환군 (DRG, Diagnosis Related Group: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질환군)별로 진료비를 미리 정해 놓아 공급자가 자원을 적게 들이는 방식으로 진료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방식도 있다. 병원의 경우 아예 1년치 예산을 연초에 확정해서 지불하고 일정 범위의 지역주민을 진료하도록 해서 가능하면 담당 지역주민을 병원에 오지 않게 하고, 오더라도 효율적인 진료를 통해 자원을 절약하도록 유인하는 제도도 있다. 이렇게 되니까 병원이 자발적으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만성질환자를 관리하여 합병증으로 입원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활동을 한다. 유럽 국가들이 이미 고안해서 효과를 보아 온 방법이 많다. 우리도 하루속히, 그리고 반드시 진료비 지불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Chapter 4 바이오 투자와 창업]

01 바이오 창업의 기획사, 액셀러레이터 -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p.310

Q: 바이오 분야는 2000년대 후반에 전공자들이 창업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비전공자도 창업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 도메인 전문가는 제품을 만들 때 제품의 사양, 즉 스펙 Spec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꼭 개발자나 전공자가 아니어도 마켓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면 될 수 있다. 반면 솔루션 전문가는 도메인 전문가가 제시한 스펙을 개발하고 달성하여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개발자나 전공자가 아닌 도메인 전문가도 솔루션 전문가들을 모아서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전공자의 창업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려면 개발뿐만 아니라 인증, 재무상황, 유통 등 여러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 솔루션 전문가만 있으면 기능적인 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바이오는 기능이 메인이기 때문에 솔루션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성장시키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기업 경영의 통찰력이 있다면 같은 기술이어도 비전문가가 더 큰 회사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기술로 간암치료제를 만들었다고 해도, 5백억원 규모의 회사가 될 수도 있고, 1조 원 규모의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즉, 보유한 기술을 지렛대 삼아 다른 투자를 유치하여 그 다음 아이템으로 기술을 라이센싱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회사의 스케일을 키워나갈 수 있다. 이는 기술개발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솔루션 전문가와 도메인 전문가의 균형이 필요하다.


02 벤처캐피털, 한국 바이오벤처 투자의 역사와 미래 -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p.326

Q: 바이오벤처를 발굴하는 방식은? 기술만 분석할 수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장분석만 해서 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주로 무엇을 보나?

A: (...)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특허'다. 바이오벤처의 부가가치는 특허에서 나온다. 특허의 단순한 등록 및 출원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청구항이 방어 측면에서 얼마나 공고히 준비되었는지, 특허전략이 무엇인지, 이 특허를 둘러싸고 무효화나 침해 이슈가 없을 것인지 등을 두루 살핀다. 더불어 경영진들에게 이러한 청구항과 방어특허에 대한 개념이 서 있는지를 확인한다. 미국 회사를 예로 들면 그들은 청구항이 140번 이상 되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8번까지 가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양적으로 특허의 출원 및 등록을 늘리는 것까지는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는 특허의 질적 기준을 높여야 할 때다. 세 번째로 중요한 건 '데이터'이다. 나는 시험관 내 in-vitro, 생체 내 in-vivo, 생체 내 약효 및 독성, 약물동역학 Pharmacokinetics ; PK 데이터 등 모든 실험 데이터들을 다 요청한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쭉 살펴보면, 최소한 2~3년 내 그 회사의 흥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


p.330

Q: 요즘 벤처캐피털 심사역을 하고 싶어하는 바이오 분야 전공자들이나 경영 전공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바이오 전공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산업계 경험을 하고 와야 한다. 희망적으로 이야기하면 최소 3년 이상 산업계 연구개발 경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조금 세게 이야기하면 10년쯤 경력이 있어야 회사의 기술 평가가 가능하다. 그리고 평소 논문을 정말 많이 읽으면서 논문 읽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 경영 전공자들도 실제 현장 경력을 통해 회사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본인이 무엇을 중점으로 봐야 하는지 깊이 통달하는 수준이 되어야 남의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03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한국 바이오벤처 성장의 관문 - 양연채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 팀장)

p.332

Q: 국내 기술특례상장제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 두 번째로 보는 게 기술 성공 가능성이다. 기술 성공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후보물질을 가장 먼저 본다. 명확한 기전을 가진 플랫폼에 기반해야 확장성을 가진다고 판단하며, 하나의 후보물질만 있는 경우 상장이 쉽지 않다. 후보물질이 실패했을 때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임상 중인 후보물질이 1개 이상, 특히 임상 1상 이상인 후보물질이 있어야 회사의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다. 다만 합성신약은 1상 가지고는 조금 어렵다.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의 경우 임상 1상에서 평가가 가능해서 임상 2상 이후에 조건부허가를 받아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합성신약은 그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언제 매출이 발생할지 기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암제의 경우 임상중인 후보물질이 1개 이상, 다른 일반 합성신약의 경우 2개 이상이 있어야 한다. 임상 결과가 있는 회사라면 임상 결과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항암제를 예로 들면 임상 1상에서의 반응률이나 질병 조절률, 무진행성 생존기간과 같은 유효성 평가기간 등을 분석한다. 또한 이미 신약으로서 개발에 성공한 항암제의 임상 유효성 평가 데이터보다 얼마나 좋은 약효가 나오는지도 판단한다. 그리고 회사의 후보물질의 기전 또는 효능과 관련해서 논문이 발표되었는지, 해당 논문의 피인용지수 Impact factor는 어느 정도인지도 검토한다. 최종적으로 약을 시판했을 때 그 약과 경쟁하는 약의 시판가격이 어떻게 되는지도 비교한다. (...)


04 바이오헬스에 뛰어드는 대기업, 그 가능성과 전략은? - 최수진 (OCI 부사장)

p.356

Q: 개발이 지체된 후보물질을 인수해서 개발 중심 바이오벤처를 하는 전략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

A: 어떤 임상 개발에서 포기된 후보물질이라도 다른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후보물질로서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임상을 수행한 것들은 대체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수한 후보물질의 임상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국내에서 최근 대표적 사례가 나왔다. 브릿지바이오는 레고켐으로부터 폐섬유증 후보물질을 사와 임상 2상을 진행하던 중 베링거 인겔하임에 1.2조에 라이센스 아웃 하였다. 회사 설립 3년 만에 큰 성과를 낸 것이다. 로이반트 자회사로 중추신경계 질환 모델을 다루는 악소반트 Axovant사가 있는데, GSK에서 치매치료제 임상 3상에서 실패한 것을 사와 임상 프로토콜을 재구성하여 유럽과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했지만, 또다시 3상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반전은 악소반트가 임상 3상까지 끝냈지만 해외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었던 SK 뇌전증치료제의 유럽과 미국 판권을 확보함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기존의 인적자원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로 짧은 시간 내에 로이반트의 포트폴리오를 원상복구시켰다.


p.357

Q: 악소반트의 사례가 바이오 사업 진출을 생각하는 대기업들에게 인력의 중요성 외에 다른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A: 악소반트가 강조한 점은 '우리는 빠르고 남들이 못 가진 직관력을 가지고 간다'이다. 이게 지금 바이오산업의 특징이다. 악소반트는 또한 '우리는 직관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아주 잘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생각보다 늦지 않다. 다른 사업보다 성과가 오히려 빠르게 나오고 있다. 바이오의 특성상 오래 걸린다고는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만 하고, 남과 함께 하면 빠른 시간에 성공을 할 수 있다. 더구나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바이오산업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민첩성을 가진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1990년대 화이자는 10위권 밖의 회사였다. 당시 머크가 1위였지만 폐쇄적인 조직이었다. 반면 화이자는 외부 후보물질을 많이 사왔다. M&A해서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결국은 화이자가 전 세계 3위가 되었다. 노바티스와 존슨앤존슨도 별도의 벤처캐피털 VC을 만들어 투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바이오 사업에서의 인내력과 민첩성을 갖추기 위한 조직 구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06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텍 기업, 창업을 경험한 교수가 본 우리나라 바이오 창업 - 신영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p. 378

Q: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창업의 어떤 점이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A: 시대적인 흐름은 어쩔 수 없다. 뉴욕에 처음 자동차가 나왔을 때 대부분의 운송수단은 마차였다. 차는 한두 대뿐이었다. 2~3년 뒤에 다시 뉴욕 거리 사진을 찍어보니 판도가 뒤집혀 있었다. 대부분이 차였고 마차는 한두 대뿐이었다. 그 당시 마부들에게 이것은 엄청난 위협이었을 것이며, 필사적으로 반대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적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 20세기에는 일반적으로 30년마다 새로운 혁신기술이 발견되면서 이로 인해 새로운 직종이 열려 왔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은 새롭게 형성된 신기술 직종에서 일함으로써 기존 직종에서 일하던 기성세대들과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직종의 세대교체가 일어났던 것이다. 창업은 새로운 직종을 창출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 기여한다.


p.381

(...) 평소 신약 개발의 초기부터 마지막 허가 단계까지 전 과정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 당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회사인 제넨텍으로 이직했다. 여기에서는 학구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잘 수용되었고, 보고서 등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또한 조직 구성원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개인의 경력 개발 계획 Career Development Plan 보다는 회사가 정한 목표 Goal에 따라 주어진 각자 본연의 임무에 더 집중하게 한다. 반면, 제넨텍에서는 여러 기능의 그룹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다른 업무도 잘 알아야 한다는 조직 철학이 있어서 다양한 그룹의 일들을 직, 간접적으로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제넨텍의 기업문화도 개방적, 친화적이라 부서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보통 작은 회사일수록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하고 도와줄 멘토도 없다 보니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일에 치여 소진 Burn Out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넨텍에는 각 분야의 멘토링 전문가들이 많아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


[Chapter 5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화]

01 글로벌 제약산업의 위기와 국내 바이오산업의 대응 -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 대표)

p.415

Q: 글로벌 제약사는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가? 누구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것 같다.

A: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다국적 제약사가 선택하는 혁신 Innovation 패턴은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가장 접근하기 쉬운 점진적 혁신이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이미 알려진 생명 작용 Biology을 기반으로 잘 정제된 빅데이터를 가지고 예측하는 것에는 강하지만, AI를 통해 생산성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새로운 미충족 의약품의 개발은 생명 작용 Biology이 충분히 규명되지 못하고, 과거의 접근법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영역에서 창출되는데, AI가 이런 분야에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나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을 통해서는 대박 모델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두 번째,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분야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들 분야는 근본적인 치료를 해주는 기술적인 내용을 갖고 있지만 제조 측면의 어려움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치료제의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짧은 시간 내에 주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환적 Transformative 혁신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핵산치료제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전략 모두 중요하긴 하지만 세 번째에 초점 Focus을 맞춰서 연구개발 혹은 벤처투자가 이루어져야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양식이 필요하다.


p.417

Q: 차세대 양식 Modality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가 참고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A: 각종 동향 논문 Review Paper을 보고 정리해서 차세대 양식에 무엇이 있을지 구성해 봤다. 유전자치료, 핵산치료제, 세포치료제, 단백질분해표적 키메라 Protac*, 저분자 Small Molecule를 이용한 RNA 표적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새로운 양식이라고 보여진다. 유전자치료와 세포치료를 제외하고 차세대 양식을 가진 국내 회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rotac : Proteolysis-targeting chimera


p.419

Q: 먼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황을 진단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복제약 생산에 주력했는데,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변천과정은 어떠했는가?

A: (...) 2010년대는 '바이오시밀러와 라이센싱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삼성이나 셀트리온이 성공적으로 해냈고, 라이센싱은 한미약품을 계기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년에 한 건 내지 두 건 정도 성사되던 라이센싱이 2015년 이후에는 꾸준히 10건 정도 나오고 있다. 그 다음 시기는 '우리나라 혁신신약이 해외 임상을 경험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10년대 바이오시밀러가 우리나라 제약산업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시밀러를 들고 해외 시장을 경험함으로써 노하우를 얻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다. 이제는 '2020년대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라이센싱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고, 신성장산업에서 주력 성장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국내 제약산업이 주력 성장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06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모색하다 -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p.485

Q: 의료데이터 공유가 화두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 공유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까?

A: 구글도 구글헬스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플랫폼 사업을 했었는데 실패한 이유는 시장의 요구를 읽지 못해서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지 않고,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서 병원에 자기 정보를 잘 만들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다른 병원의 데이터를 이식하고 관리하는 데 비용이 소모되니 별로 관심이 없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생각과 병원에서 실제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유지, 관리하는 입장은 실제로 차이가 많다. 의료인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인들끼리의 데이터 공유는 불법도 아니고 비식별화 처리는 기본으로 되는 것이니, 환자들의 동의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전자의료기록 EMR*이나 영상저장전송시스템 PACS**도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서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정부가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줬기 때문에 널리 확산된 것이다. 결국 병원 입장에서는 돈이 되기 때문에 쓰는 거다. 다른 병원의 데이터를 끌고 온다고 해서 병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건 전혀 아니다. 미국의 경우 특별히 오바마가 병원들끼리 데이터 호환 시스템을 구축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해서 동기부여가 된 거다.

*EMR : Electronic Medical Record

**PACS :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특별 이슈 간담회] 코로나 이후 한국 바이오헬스케어의 기회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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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문명의 변화, 특히 비대면 사회로 가는 것, 교통이 제한받고 통신이 중요시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 김형석 교수께서 거시경제 학자로서 코로나 사태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어떤 거시적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지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A: 스페인 독감에 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추정한 모형들 중에 하버드의 배로 Barrow 교수가 추정한 치사율 기준의 모형이 있다. 스페인 독감 치사율이 2%였다. 그러면 1인당 소득이 6% 감소하고 1인당 소비는 8% 감소한다. 이게 스페인 독감 때의 일이고, 사망자를 현재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1억 5천 명이 사망한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실제 치사율은 5% 가까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독감 추정 모형에 의하면 3억 7천 5백만 명이 사망한다. 과연 그렇게 나올 것인가? 이미 우리가 많은 방역을 했고 세계 사람들 또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여기에 접근하고 있다. 배로의 추정 모형에 따르면 1인당 소득이 15~18% 감소하고, 소비도 20~22% 감소한다. 실제 각 선진국의 1분기, 2분기 국민총생산 감소가 이에 근접하고 있다. 거시경제적 재난위기로 보는데, 1, 2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재난위기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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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직적 분업뿐만 아니라 한국이 플레이어가 되는 수평적 분업의 문이 열릴 거라는 말씀인 것 같다. 코로나로 주목받고 있는 진단 관련 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A: (...) 그동안 널리 써왔던 저분자, 항체, 백신 등이 과연 바이러스의 진화속도를 맞출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IT분야에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변화했던 것처럼, 진단, 치료, 백신에 있어서도 기존의 단백질이나 저분자 화합물질 기반에서 염기서열 파악 Sequencing 기반으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일 먼저 백신 개발에 들어가는 게 mRNA 백신인데, 여러 회사들이 뒤따라 들어가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mRNA는 안전성이 DNA 백신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이것이 상용화된다면 백신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아직 국내에는 mRNA 백신을 연구하는 곳이 없으나, 당장 연구를 시작한다면 빠른 추격이 가능하다고 본다.


Q: 치료제 분야는 어떤가?

A: 기본 역량은 있다고 생각한다. 염기서열 자체에 대해서 공략을 하는 siRNA 등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런 새로운 플랫폼은 기존 글로벌 제약사도 가지고 있지 않던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러 회사가 siRNA 치료제 개발을 시도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빠르게 일어나는데,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은 siRNA 치료제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벤처들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해 나갈지에 따라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러스가 아무리 빨리 진화해도, RNA 유전자를 읽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siRNA 치료제를 만드는 기술은 바이러스 진화보다 더 빠르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국이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핵심 기술, 원천특허를 확보한다면 세계적으로 이 분야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은 RNA 염기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분자진단을 전 세계에서 대규모로 시행한 역사상 첫 사례이다. 이는 염기서열 파악 기반의 분자진단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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