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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적 독립운동가 Jan 08. 2021

바이오시밀러는 왜 바이오제네릭이 아닐까?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온다 - 김시언, 이형기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온다 - 김시언, 이형기]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온다 - 김시언, 이형기"는 바이오의약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제조와 허가 단계를 넘나들며 바이오시밀러와 기준바이오의약품 간 상호대체가능성, 설계기반 품질고도화 (Quality by Design, QbD) 등의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 유럽과 달리 FDA에서는 어떤 Risk로 인해 바이오시밀러와 기준바이오의약품 간 상호대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바이오시밀러는 왜 바이오제네릭이 아닌지), 상호대체를 위해서는 어떤 사항이 선결되어야 하는지, 제네릭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규제적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상세 내용 또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Regulatory Affairs (RA), Process Validation, Manufacturing, 분석법 개발 등 여러 각도에서 위 문제 (바이오시밀러와 기준바이오의약품 간 상호대체가능성, 설계기반 품질고도화 (Quality by Design, QbD))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QbD에 대한 심화 이해를 위해 다음 학습 자료로는 PDA Technical Report 42-2005 Process Validation Of Protein Manufacturing과 PDA Technical Report 60-2013 Process Validation: A Lifecycle Approach를 선정하였습니다.


[PDA TR 42-2005 Process Validation Of Protein Manufacturing]


[PDA TR 60-2013 Process Validation: A Lifecycle Approach] 




[2장 현대 생물학의 기본 원리]

p.40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가장 먼저 1차 구조는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서열, 즉 아미노산의 순서를 말한다. 다른 아미노산 서열을 갖는 단백질은 다른 구조를 갖게 되고 이는 결국 다른 기능으로 이어진다. 2차 구조란 서열상 인접한 아미노산 사이에 형성되는 규칙적 구조를 말한다. 대표적인 2차 구조는 알파나선구조와 베타병풍구조이다. 단백질의 3차 구조는 더욱 멀리 떨어진 아미노산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형성되는 구조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두 아미노산의 황 sulfur 원자가 결합하는 이황화결합 disulfide bond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4차 구조는 서로 다른 단백질 사슬 간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그러므로 4차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은 두 개 이상의 단백질 사슬로 이루어짐을 전제한다. 

(...)

예를 들어 주변 환경의 산성도 pH나 온도가 변하면 아미노산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이 달라져 구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구조가 변하면 기능도 변한다. 따라서 생명체는 DNA에 적힌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단백질을 합성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이 적절한 구조를 유지하도록 주변 환경을 조절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아미노산만으로 다양한 구조를 만드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구조가 다양하면 기능도 다양해지므로 생명체는 다양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냈다. 바로 당 sugar이나 지질 lipid처럼 종류가 다른 분자를 단백질에 붙이는 방식이다. 단백질에 다른 성분이 추가된 셈이므로 이를 당단백질 glycoprotein이나 지질단백질 lipoprotein이라고 부른다. 결과적으로 단백질은 당이라 지질과 결합함으로써 아미노산만으로 구성된 경우보다 훨씬 다양한 구조를 가진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백질이 모두 합성된 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단백질의 '번역후변형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이라고 부른다. 


[3장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은 어떻게 다른가?]

p.49

단백질이 접히거나 folding 특정한 분자를 아미노산 서열에 붙이는 작업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일종의 생화학 반응이다. 가령 세포가 산성 환경에 노출되면 단백질이 다른 방식으로 접히게 된다. 세포를 기르는 배양액에 특정 당 성분이 부족하면 번역후변형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단백질이 만들어질 때 환경이 미묘하게 변해도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세포배양액 속 용존산소량이나 배양액을 젓는 속도를 일정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동일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

특히 단백질이 접히는 과정에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치므로 단백질의 원래 서열과 주변 환경을 모두 고려해 구조를 추정하기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복잡한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상세히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분자의 구조를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면 최종 산물인 바이오의약품이 사전에 정한 품질규격을 만족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묘연하다. 바이오의약품 구조를 분석하기 어려운 탓에 완제품의 품질을 별도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기술이 없다면 합성의약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p.52

반면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지적한 대로 동일한 의약품을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동일하더라도 동일함 자체를 확인하기조차 쉽지 않다. 따라서 바이오의약품에는 최종 산물의 구조 분석이라는 강력한 품질관리 및 품질보장 수단이 없는 탓에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안전성과 유효성이 시제품에도 그대로 유지될까?"라는 의문에 마주하게 된다. 

더욱이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 달리 유효성분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단백질은 같은 유전자에서 비롯되어 같은 세포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조금씩 변이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번역후변형 과정인 당질화 glycosylation를 예로 들어보자. 동일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는 단백질도 한 세포 안에서 다양한 당질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작은 차이까지 모두 잡아내 단백질을 분리하는 작업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바이오의약품은 단일한 유효성분으로 이루어진 의약품보다는 일종의 유효성분 '혼합물 mixture'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결국 바이오의약품에서는 "동일한 의약품인가?"라는 질문의 뜻 자체가 달라진다. "합성의약품에서 의약품이 동일한가?"는 "같은 성분을 가지고 있는가?"의 의미지만, 바이오의약품에서는 단백질의 변이형이 비슷한 '비율'로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된다. 바이오의약품 자체가 일종의 혼합물이기 때문에 "혼합 비율이 유사한가?"라고 묻는 셈이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의 혼합 비율을 의약품의 순도 purity와 헷갈려서는 안 된다. 순도가 높은 의약품에는 유효성분과 관계없는 부산물이 적게 들어 있다. 따라서 순도가 높은 의약품은 유효성분이 효율적으로 추출됐다는 의미다. 반면 바이오의약품이 일종의 '혼합물' 형태로 존재한다고 해서 바이오의약품에 불순물이 많은 것은 아니다. 단백질의 혼합 비율은 기본적으로 아미노산 서열이 같고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단백질이 섞여있는 정도를 말한다. 물론 당질화처럼 세부적인 분자 구조가 달라지면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변할 수 있지만, 동일한 단백질 변이체끼리는 아주 유사한 생리 기능을 지닌다. 

[출처: www.nature.com/articles/nbt.1839.]

바이오 의약품의 분석 결과. 생산 공정을 바꾸기 전과 바꾼 후 단백질 '혼합' 비율이 달라진 사례를 보여준다. 이 단백질의약품 아라네습 (Aranesp)은 번역후변형의 양상에 따라 일곱가지 변이체를 가진다. A에 나타나듯 공정 변경 전후로 변이체가 차지하는 상대 비율이 다르며, B에서 보듯 공정 전후에 각 변이체별 함량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생산 공정이 변화된 이후에 단백질의약품의 효과나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 당연히 공정 변화가 의약품 품질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정 변화 시점의 전후로 변이체 비율과 함량이 유사한지 따져야 한다. 


p.55

공정이 곧 제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최종 산물의 구조를 분석하기 어렵고, 더욱이 유효성분이 다양한 단백질 변이체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최종산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불충분한' 구조 분석만으로는 의약품이 일관되게 생산된다는 사실, 즉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제약회사는 완제품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대신에 공정이나 제조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써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려 한다.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품질의 보조적 증거로 사용하는 대신, 엄격한 통제하에서 생산된 단백질이라면 단백질의 구조나 변이체의 비율 역시 일정하게 유지됐으리라 가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제약회사는 생산에 사용할 세포를 키우는 배양 조건, 예를 들어 배양탱크 내의 온도나 산성도, 영양 성분의 조성, 용존산소량, 심지어 배양탱크의 크기까지 엄격히 통제한다. 배양액 속 세포 수가 너무 많아지면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배양 밀도나 기간도 통제의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단백질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분자이므로 추출하거나 제형에 맞추어 제조하는 과정도 의약품의 효능을 바꿀 수 있다. 당연히 바이오의약품 회사는 임상시험에 사용한 의약품을 생산했을 때와 동일한 제조 공정을 이용해 완제품의 추출과 제형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공정 (제조 과정)이 곧 제품이다"는 말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공정이 달라지면 최종 제품도 달라진다. 거꾸로 동일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은 동일한 제품으로 인정된다. 요컨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동일한 의약품이란 동일한 공정, 즉 동일한 배양, 정제, 제형 조건에서 '키운' 의약품을 지칭한다. 


p.57

(...)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산 공정과 임상시험 과정이 분리되지 않는다. 만일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공정이 변했다면 최종 제품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때에 따라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임상시험 자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따라서 바이오의약품에 '총체적 접근 totality of evidence'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생산공정을 통제하는 조치만으로는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결국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을 보장하려면 생산 공정을 통제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석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의약품의 품질 개념이 다른 탓에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의 규제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4장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p.63

바이오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물리화학적 속성 physicochemical properties, 2) 생물학적 활성 biological activities, 3) 면역화학적 특성 immunochemical properties이다. 물리화학적 속성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나 당질화 양상과 같은 구조적 특성을, 생물학적 활성은 세포나 동물실험에서 관찰한 반응 특성이나 활성 정도를 말한다. 면역화학적 특성은 항원-항체 반응과 같은 면역반응 양상을 지칭한다. 


p.64

예를 들어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숙주세포 단백질 host cell proteins을 추출하진 않지만, 생산 방식과 추출 기술의 한계 때문에 최종 바이오의약품에서 숙주세포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숙주세포 단백질은 불순물에 해당한다. 

어떤 물질이 유효성분 (치료 물질)인지 아니면 불순물인지 결정하려면 해당 물질과 유효성분의 효과와 안전성이 비슷한지 comparable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숙주세포 단백질은 단백질 합성에 사용한 세포가 생산한 또 다른 단백질이다. 그러나 전술한 대로 숙주세포 단백질은 의약품 개발자가 의도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숙주세포 단백질은 순도를 계산할 때 유효성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반면 번역후변형을 거쳐 당질화 양상이 약간 달라진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유효성분과 구조가 거의 동일하고 치료 효과도 유사하기 때문에 순도 계산에 포함된다. 이러한 물질을 제품-관련 물질 product-related substanc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면역반응을 유발하거나 응집체 aggregates를 형성하는 경우처럼 효과와 안전성에 변화를 초래하는 단백질 변이체는 불순물로 분류한다. 

'오염물 contaminants'은 바이오의약품에 포함되지 말아야 하는 물질이며, 엄격한 공정 관리를 통해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무균 공정이 적절히 적용되면 최종 산물에서 충분히 배제할 수 있는 오염물이므로 최종 바이오의약품에 남아 있어선 안 된다. 오염물은 의약품에 포함되지 않도록 엄격히 규제하거나 검출한계 미만으로 매우 낮은 양만 허용한다. 반면 불순물은 임상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종류별로 상한선 이하의 양을 허용한다. 


p.66

단백질에 당사슬 sugar chain이 붙는 작용인 당질화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허가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번역후변형이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ABO 혈액형도 사실은 적혈구 표면의 단백질에 붙은 당사슬의 종류에 따른 구분법이다. 

단백질에 붙은 당사슬은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당사슬은 특정 세포를 인지하게 해주는 표식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세포가 서로 결합할 수 있게 보조하기도 한다. 또한 항체 단백질에 부착되어 항체와 면역세포 간 상호작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거꾸로 일부 박테리아는 항체에 부착된 당사슬을 절단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저해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p.68

불순물은 다시 공정-관련 불순물 process-related impurities과 제품-관련 불순물 product-related impurities로 나뉜다. 공정-관련 불순물은 말 그대로 공정의 특성상 발생하리라 예상되거나, 공정이 변화함에 따라 조성 혹은 함량이 변화하는 불순물을 의미한다. 제품-관련 불순물은 제품의 특성상 발생하리라 예상되거나, 제품에 따라 조성 혹은 함량이 변화하는 불순물을 의미한다. 

(...)

따라서 보통 제품-관련 불순물은 치료 단백질과 물리화학적으로 유사하지만 상이한 임상 효과를 보이는 물질로 규정된다. 응집체나 단백질 합성 과정 중에 함께 만들어지는 중간체 intermediates가 제품-관련 불순물의 대표적인 예다. 

공정-관련 불순물에는 숙주세포 단백질과 세포배양액이 있다. 특히 숙주세포 단백질은 대표적인 공정-관련 불순물로 치료 단백질을 제외한 세포에서 생산된 기타 단백질을 의미한다. 숙주세포 단백질이 주된 공정-관련 불순물로 꼽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단백질 추출 과정에서 숙주세포 단백질을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으며 둘째, 인간 이외의 종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이라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

숙주세포 단백질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숙주세포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은 매우 다양하며 세포의 배양조건에 따라 조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치료 단백질을 추출하는 방식에 따라 완제의약품에 남게 되는 숙주세포 단백질의 종류가 달라진다. 그리고 치료 단백질과 유사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보이는 단백질은 분리-정제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최종 산물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이처럼 숙주세포 단백질을 분석하고 분리하는 과정이 까다로워서 발현 세포의 종류와 단백질 정제 방식이 변함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품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

최근 유전체학 genomics, 단백질체학 proteomics,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과 같은 시스템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숙주세포 단백질을 더욱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2차원 겔 전기영동 기술이 개량돼 재현성이 높은 숙주세포 단백질 프로파일을 얻게 됐으며, 치료 단백질과 유사한 특성으로 인해 잘 분리되지 않던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지시하는 유전자를 아예 생체에서 제거 knock-out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또한 숙주세포 단백질 중 특히 인체 내 단백질과 구조와 특성이 유사해 심각한 유해반응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단백질을 생물정보학 분석으로 추려내기도 한다. 


p.73

1. 단백질 겔 전기영동

(...)

다만 단백질은 동일한 서열인 경우에도 다양한 접힘 구조를 보이거나 전하를 띨 수 있다. 따라서 특별히 산성을 띠는 도데실황산나트륨 sodium dodecyl sulfate, SDS 용액 속에서 접힘 구조를 해체하고 음전하로 전하를 통일한 다음, 겔 전기영동을 거치게 된다. 우리는 이를 도데실황산나트륨 용액을 사용한 전기영동이라는 의미에서 SDS-PAGE sodium dodecyl sulfate-polyacrylamide gel electrophoresis라고 부른다. SDS-PAGE를 활용하면 단백질을 크기별로 분류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mblintl.com/products/sds-polyacrylamide-gel-electrophoresis-mbli/]


2. 크로마토그래피

(...)

분리된 물질의 구조를 탐색하기 위해 질량분석기 mass spectroscopy, MS를 크로마토그래피에 부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LC-MS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LC와 질량분석기 MS를 붙여서 분리와 구조 규명을 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의미한다. 


3. ELISA와 웨스턴 블롯

(...)

웨스턴 블롯은 단백질 전기영동을 수행한 단백질 혼합물의 항원-항체 반응을 관찰함으로써 특정 단백질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분석법이다. 

[출처: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medicine-and-dentistry/western-blotting]


p.79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의 안정성 문제로는 고농도에서 치료 단백질이 뭉치면서 치료 활성을 잃게 만들거나 최종 제품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응집체 발생이 있다. 단백질 응집체는 같은 종류의 단백질이 고농도로 존재할 때 서로 얽히거나 겹침으로써 정상적인 접힘 구조를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단백질은 생물학적 활성을 잃기도 하고 서로 뭉쳐져 크기가 커지면서 약동학이나 약력학 특징이 달라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응집체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반복적인 분자 구조는 세균의 외벽으로 인체가 인식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개 응집체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바뀌거나 단백질 접힘 조절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지만, 제제 공정에서 산성도가 변하거나 단백질이 공기와 물 접촉면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응집체가 형성될 위험이 커진다. 


p.81

그렇다면 면역원성이 체내에서 어떤 문제를 유발하기에 이토록 면역반응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을까? 의약품이 면역반응을 초래하면 체내에서는 의약품과 결합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소위 항약물항체 anti-drug antibody, ADA가 만들어진다. 다른 항체처럼 항약물항체도 자신의 항원인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게 체내에서 제거하거나 활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항약물항체가 만들어지면 일반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의 활성이 낮아지고 체내에서 잔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

바이오의약품의 면역원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유해반응 중 하나는 항약물항체가 체내에 이미 존재하는 내인성 단백질 endogenous protein을 억제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 바이오의약품이 항약물항체를 형성하고 이 항약물항체가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구조의 체내 단백질에 결합해 정상적인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대상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

항약물항체가 야기한 면역반응은 전임상 단계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독성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독성시험은 고농도, 반복 투여, 장기간 투여가 원칙이므로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항약물항체의 발현 양상과 이차적인 면역반응의 양상은 동물과 사람에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항약물항체의 발생 유무에 따라 의약품의 체내 분포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항약물항체가 자주 발생하는 생물학적 의약품에서는 동물에서 확보한 전임상 독성시험 결과를 신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5장 항체의약품과 백신]

p.103

한편,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은 일종의 '블랙박스'였다. 백신에 정확히 어떤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어떤 종류의 항체를 만들어 감염이 예방되는지도 몰랐다. (당)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적인 바이오의약품과는 달리 백신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분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정확히 어떤 분자가 항체 형성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병원균 표면에 위치한 특정한 막단백질이 항체 형성을 유도할 수도 있고, 바이러스 표면의 특이한 단백질 구조가 항원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더욱이 '블랙박스' 백신을 투여했을 때는 한 번에 여러 종류의 항체가 형성될 수도 있어서 해당 백신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감염을 예방하는지 밝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주요 변수, 즉 핵심 품질특성 critical quality attribute, CQA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초기 백신은 말 그대로 "제조 공정이 곧 제품"인 의약품이었다. 공정이나 원료가 변하면 백신의 성분이 변화됐고 궁극적으로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컸다. 따라서 초기의 백신은 지극히 제한적인 원료 공급원과 공정 조건에 의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투여하기 전에 품질을 측정할 만한 지표가 부족했으며, 화학적 검사를 통해서 제품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탓에 백신을 투여받은 환자에게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는지 오랫동안 주시해야 했다. 

최근 면역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해반응을 최소화하는 백신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병원체를 통째로 whole pathogen 이용하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을 따르면 병원체가 항체와 결합하는 부위를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없다. 반면 병원체 자체가 변이를 갖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항체가 만들어지면 서로 면역학적 간섭이 일어나 이상반응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그래서 대안으로 재조합 항원 recombinant antigen이 제시됐다. DNA 서열을 이어 붙여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처럼 병원체 DNA를 이어 붙여서 발현하면 면역반응을 일으킬 항원의 구조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물론 재조합 항원을 만들려면 우선 병원체 중 어떤 구조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알아야 하고, 백신의 작동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9장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재조합 항원 기술은 '설계기반 품질고도화'라는 최근의 품질관리 방식과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최근 개발되는 백신은 점점 더 좁은 의미의 바이오의약품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6장 유전자치료제와 CAR-T 치료제]

p.118

벡터의 정의와 종류

1. 바이러스성 벡터

1) 아데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adenovirus는 주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DNA 바이러스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입하더라도 아데노바이러스를 통해 전달된 유전자가 세포의 유전체 안으로 삽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체세포가 분열하면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준다. 또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는 세포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유전자를 전달하기 때문에 낮은 농도로 바이러스를 삽입하더라도 체내에서 증식하면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면역반응 때문에 항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되면 더 이상 같은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할 수 없다.


2) 레트로바이러스: 레트로바이러스 retrovirus는 자신의 RNA 서열을 숙주세포 안에서 DNA로 변환시켜 유전체에 삽입하는 바이러스를 총칭한다. 아데노바이러스와 달리 레트로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해 유전자치료를 수행하면 유전자를 숙주세포의 유전체 안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하더라도 오랜 기간 치료 효능이 유지된다. 반면 레트로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비분열 세포에는 유전자를 주입하지 못해 뇌나 간, 근육처럼 분열을 멈춘 조직의 치료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레트로바이러스의 일종인 렌티바이러스 lentivirus를 활용해 비분열 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졌다. 한편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유전체에 무작위로 유전자를 주입하기 때문에 삽입형 종양형성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3) 아데노부속바이러스: 아데노부속바이러스 adeno-associated virus는 다른 바이러스의 도움을 받아야 복제가 가능한 바이러스로, 다른 바이러스성 벡터에 비해 삽입할 수 있는 유전자의 크기가 작다. 하지만 아데노부속바이러스는 아형에 따라서 감염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신경계나 간, 근육으로 다양하게 치료 부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7년 말 FDA가 아데노부속바이러스를 벡터로 활용한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 Luxturna를 승인하면서 아데노부속바이러스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럭스터나는 희귀망막질환인 선천성흑내장 Leber congenital amaurosis, LCA 환자를 위한 유전자치료제로 RPE65라는 효소유전자를 망막에 삽입해 시력을 회복시킨다.


2. 비바이러스성 벡터 

원형 DNA 분자인 플라스미드 plasmid나 DNA 분자 자체를 벡터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체내에 주입했을 때 면역반응이 발생하지 않으며, 바이러스와 달리 감염이나 종양형성 등 유해반응이 발생할 우려가 적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벡터와 달리 유전자를 유전체에 삽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 발현 수준이 낮고, 체내 치료의 경우 특정 조직에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주입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7장 바이오시밀러는 왜 바이오제네릭이 아닐까?]

p.131

이런 상황은 1984년 미국에서 <해치-왁스만법 Hatch-Waxman Act>이 발효되면서 달라지게 됐다. <해치-왁스만법>은 후발 제약기업의 복제약 개발을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가격 경쟁을 통해 약가를 낮추고, 대신 선발 제약기업의 독점정보를 추가로 보호해주는 일종의 '거래'를 제도화했다. 

<해치-왁스만법>에선 두 가지 조항이 중요하다. 첫째, 간략화된 신약허가신청, 즉 약식식약신청 Abbreviated New Drug Application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복제약 허가 시 불필요한 임상시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후발 제약회사는 기존의 신약허가신청 New Drug Application에 필요한 검증 단계를 일일히 거치는 대신, 기준의약품과 복제약의 생물학적동등성 bioequivalence을 보임으로써 복제약의 허가를 받게 됐다. 이때부터 복제약은 제네릭 혹은 제네릭의약품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결국 <해치-왁스만법>은 복제약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였고, 궁극적으로는 의약품 가격을 낮출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해치-왁스만법>은 처음 허가받는 제네릭에 180일의 제네릭-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후발 제약사가 더욱 신속하게 제네릭을 시장에 도입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제네릭을 둘러싼 규제를 과도하게 완화하면 신약 개발을 향한 투자 의지가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해치-왁스만법>에는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을 장려하는 유인이 함께 마련됐고, 이것이 두 번째로 중요한 조항이다. 이를 위해 미 의회는 신약을 개발하고 FDA가 심의하는 데 걸린 시간 일부를 특허 기간으로 연장하고, 신약 허가일로부터 5년간 신약 개발자에게 자료독점권 data exclusivity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한 자료독점 기간에는 제네릭의 허가 신청을 아예 받지 않음으로써 원개발사의 시장독점 기간을 보장했다. 


p.134

생물학적동등성시험 bioequivalence test 또는 생동성시험은 이런 목적에 적합하다. 생물학적동등성은 비교하는 두 약물의 흡수 속도와 총 폭로 exposure 정도가 동등함을 뜻한다. 따라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에서는 약물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학적 성과 biopharmaceutical performance가 같은지 확인한다. 다시 말해 유효성분이 체내로 흡수되는 속도와 폭로 정도가 유사하면, 체내에서 유효성분의 약동-약력학적 특성이 같다고 간주해 제네릭이 기준의약품과 유사한 효과나 안전성을 보이리라 기대한다. 


p.135

바이오의약품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합성의약품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던 새로운 규제 쟁점이 발생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합성의약품은 주성분, 함량, 제형이 기준의약품과 같고 생물학적동등성이 입증되었을 때 제네릭으로 허가받게 된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은 애초에 '동일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생산 시설 안에서도 세포를 배양하는 탱크에 따라 이른바 로트 간 변이 lot-to-lot variability라 부르는 변이가 발생한다. 배양액의 온도나 산성도, 용존산소량이 미세하게 달라도 단백질이 다르게 접히고 번역후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후발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이 기준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하리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의약품 분석의 관점에서 보면 바이오의약품과 제네릭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은 아니다. 


p.136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동등성 대신 생물유사성 개념을 도입했을 뿐, 언뜻 제네릭과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복잡한 약물 구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과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규제되고 있다. 특히 약물 구조의 특성을 온전하게 분석하지 못하므로 규제기관에선 구조 분석의 취약함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안전상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다. 가령 생동성시험만 실시하고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네릭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1상 및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시판후안전성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도 당연히 제네릭보다 바이오시밀러에서 더욱 까다롭고 광범위하다.

또한 치료적동등성을 확보한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해 처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기준바이오의약품을 대신해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할지는 아직 원칙이 정립되지 않았다. 현재 바이오시밀러는 처방자 (의사)의 동의 없이 기준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할 수 없다. 바이오시밀러도 결국은 "공정이 곧 제품"인 바이오의약품이기 때문에 생산 공정은 물론, 생산 시설이 다른 기준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한 제네릭은 기준의약품과 동일한 고유명 nonproprietary name으로 불린다. 고유명이 같기 때문에 제네릭과 기준의약품은 시장에서 구별되지 않고, 따라서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할 때는 기준바이오의약품의 고유명에 생산자 정보를 접미사로 붙여 이름을 짓는다. 

* 미국 FDA의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을 포함하여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기준의약품을 같은 고유명으로 허가한다. 


[8장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전망]

p.148

희귀병의 국가 지원을 공식화한 대표적인 예로 1983년에 미국에서 제정된 <희귀의약품법 orphan drug act, ODA>이 있다. 이 법은 허가받은 희귀의약품에 7년 동안 시장독점권을 부여하며, 연구지원금과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규정을 골자로 한다. 개발 유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희귀의약품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물질 신약에 시장독점권이 5년간 부여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희귀의약품법>의 인센티브는 매우 강력한 셈이다. 

(...)

또한 일단 희귀의약품이 개발된 뒤에는 적응증 확대 indication extrapolation라는 방식으로 시장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레미케이드 Remicade나 아바스틴은 적응증 확대를 통해 희귀의약품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변모한 사례다. 레미케이드는 처음에 크론병을 치료하는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되었다가 점차 류마티스관절염, 건선관절염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했다. 또한 로슈 Roche사의 아바스틴도 처음에는 신장세포암종을 치료하는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다른 고형암을 치료하는 적응증을 추가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됐다. 


p.157

하지만 제네릭과 달리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개발 비용 감소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과정에 내재적 변이 inherent variability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기준바이오의약품과의 동등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길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본래 의약품 사이의 동등성은 어떤 환자에서도 기준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동일한 임상적 결과를 보인다는 걸 의미하므로 바이오의약품처럼 조성과 구조 분석에 한계가 존재하면 반복적인 임상시험 수행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데 드는 투자 비용은 제네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더욱이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실시하려면 대조약으로 사용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환자 1인당 연간 1억 원에 육박한다. 이런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대신에 바이오베터, 즉 새로운 바이오의약품으로 제품 개발을 시도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는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므로 기준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하여 사용될 수 없고, 새로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하지만 기준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위약과 비교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임상시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p.158

제네릭과 오리지널 합성의약품 사이의 가격 경쟁은 효과적으로 약가를 낮춘다. 제네릭이 출시되면 대개 6개월 안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매가 75% 이상 줄어들고, 전체 가격은 제네릭 출시 이전 대비 40% 이상 감소한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하락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에서 최초로 승인된 바이오시밀러인 작시오는 출시 6개월 동안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인 뉴포젠 Neupogen의 판매량을 단지 10%밖에 낮추지 못했다. 가격 감소도 15%에 불과했다. 

(...)

결국 핵심은 현행 규제 제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제네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동성시험을 통해 허가만 받으면 사실상 동일한 의약품으로 취급되는 제네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처럼 대체 조제가 가능한 substituted 의약품이 아니다. 의사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처방하면 약사가 임의로 바이오시밀러를 조제할 수 없다. 의사의 명시적 처방을 약사가 임의로 바꾸지 못하게 한 이유는 규제 관점에서 볼 때 바이오시밀러가 아직은 새로운 종류의 의약품으로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9장 바이오의약품의 새로운 규제 쟁점]

p.167

2017년 1월 FDA에서는 '기준의약품과 상호대체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고려 사항 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Interchangeability with a Reference Product'이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기준바이오의약품을 대신해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려면 어떤 시험을 거쳐야 하는지, 어떤 결과를 얻어야 하는지 서술한다. 지침의 서문에서 밝히듯, 상호대체가능성이 논의의 주제로 부상한 배경에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통과된 <BPCIA>가 있다. 

(...)

상호대체가능성이 인정되면 의사가 기준바이오의약품, 즉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처방하더라도 상호대체가능성을 인정받은 바이오시밀러를 약사가 대신 조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사도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자제하던 보수적 입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고,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서 매출 확대를 도모할 기반이 마련된다.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확대되면 국가 역시 약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바이오시밀러의 상호대체가능성을 입증하려면 더욱 엄밀한 연구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전술한 FDA의 지침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가 기준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하려면 치료전환시험 switching test에서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환자가 기준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교대로 사용하더라도 기준바이오의약품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약물의 특성 (약력학, 약동학적 특성), 효능, 안전성에서 중요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p.171

그렇다면 기준바이오의약품이 적응증을 확대할 때 바이오시밀러는 기준바이오의약품이 '새로' 확보한 적응증을 자동으로 부여받을까? 현재 FDA 기준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의 자동 적응증 확대는 불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준바이오의약품의 확대된 각 적응증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개별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상호대체가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는 기준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적응증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기준바이오의약품이 추가로 허가받은 적응증 역시 (그 정의상으로는) 자동으로 얻게 된다. 

이렇듯 FDA는 상호대체가능성을 도입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가 높은 개발 장벽을 성공적으로 뛰어넘은 뒤에도 시장에서 기준바이오의약품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중고를 해결하려고 한다. 상호대체가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는 이전보다 더욱 면밀한 허가 과정을 거치겠지만, 처방한 의사에게 사전고지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약사가 대체 조제를 할 수 있으며, 기준바이오의약품의 적응증을 자동으로 물려받음으로써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p.175

설계기반 품질고도화 Quality by Design, QbD라는 품질관리 개념은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 설계기반 품질고도화는 기존의 시험기반 품질고도화와 달리, 의약품의 임상적 성능에 주요한 특성이 되는 변수를 골라내 이를 중심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이러한 주요 특성 변수를 핵심품질특성 Critical Quality Attributes, CQA이라고 부른다. 핵심품질특성을 결정하려면 임상적 성능에 미치는 영향과 검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핵심품질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조 공정 변수를 주요공정변수 Critical Process Parameter, CPP라고 한다. 시험기반 품질고도화가 완제의약품의 특성을 분석해 위해를 평가한다면, 설계기반 품질고도화는 핵심품질특성과 주요공정변수를 선정하여 제조 공정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한다. 따라서 설계기반 품질고도화 방식의 품질관리는 생산 과정을 감시하고 원료 물질, 공정별 산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실시간으로 품질을 보증한다. 

(...)

이처럼 설계기반 품질고도화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분석해 위해 요소를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품질을 보장한다. 기존의 시험기반 품질고도화는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위험을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위험도 차이에 따라 규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어렵다. 반면 설계기반 품질고도화에서는 위해요소와 위중도를 미리 목록으로 만들어 이를 근거로 적절한 통제 범위를 설정한다. 핵심품질특성과 주요공정변수를 선정했다면 충분한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생산 변수를 얼마나 통제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임상적 성능을 보장하는 주요공정변수의 허용 범위를 설계 공간 design space이라고 부른다. 


[10장 코오롱 인보사 사태와 한국 바이오의약품 산업]

p.188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투여가 암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걱정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인보사 2액이 비록 GP2-293 세포라도 연골세포의 종양원성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제품 출하 이전에 방사선을 조사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와 투자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변명이라고는 해도, 인보사 허가에 가장 중요했던 근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이름만 바뀔 뿐 여전히 안전하다", "연골세포가 아니라도 효과가 있다"는 등의 주장은 코오롱이 과연 제약사로서 합당한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임상시험은 허가 이전에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단계다. 임상시험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이전 단계에서 수행했던 각종 물리화학적 검사, 세포실험, 동물실험, 비임상시험의 결과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만일 인보사 2액에 들어 있는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발암성 위험을 가진 GP2-293임을 코오롱이 미리 알았더라면, 당연히 임상시험 이전에 더 많은 비임상시험을 통해 정말 GP2-293이 안전한지를 밝혀야 했을 것이다. 

의약품 허가는 규제기관과 제약회사에서 거짓이나 조작 없이 정직하게 진행해야 하는 과학적 소통의 과정이다. 따라서 2액이 연골세포라고 '잘못' 전제하고 진행한 허가 과정과, 이 과정에서 축적된 증거를 코오롱의 주장처럼 GP2-293 세포의 안전성과 효능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는 없다.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이전에 GP2-293가 안전하다는 타당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신장세포' 인보사가 유발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어림짐작으로 종양원성 문제에 국한해서도 안 된다. 

(...)

의약품부정표시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규제기관이 상당한 전문성을 토대로 허가 자료를 심사해야 한다. 식약처가 2액 세포의 원천을 파악하지 않은 채 인보사를 허가했다는 사실은, 세포치료제의 경우 세포의 원천이 제약회사의 주장과 동일한지 확인하기 위해 어떤 자료 (인보사의 경우 STR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더욱이 이 의심은 인보사를 둘러싼 오랜 의약품부정표시 의혹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통증 경감 효과밖에 보이지 못하는 인보사를 최첨단 의약품 advanced therapies 중 하나인 유전자치료제라고 식약처에서 허가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한 마디로 식약처가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를 제대로 심의하고 허가할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허가된 총 8개의 줄기세포치료제 중 절반인 4개를 식약처에서 허가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걱정스럽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실시한 나라는 미국이지만, FDA에서는 아직까지 단 하나의 줄기세포치료제도 허가하지 않았다. 


[11장 바이오의약품 주식에 계속 투자해야 할까?]

p.204

아쉽기는 하지만 임상시험 레지스트리를 활용하면 개인 투자자도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들어가 제약기업의 이름이나 개발 중인 약물의 개발명을 검색하면 어떤 임상시험이 계획 또는 진행 중인지 알 수 있다. 더욱이 구체적으로 임상시험에 모집할 환자 수와 임상시험 대상자의 선정 기준 eligibility criteria, 효과나 안정성 평가에 사용될 결과 변수 primary outcome처럼 임상시험에 핵심적인 정보가 대부분 공개되므로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한 임상시험이 얼마나 잘 설계되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만일 임상시험이 얼마나 잘 설계됐는지 평가하기 어렵다면 동일한 적응증 (치료 대상)에서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임상시험 설계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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