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조각

지나가는 나에게

by 야생고라니

어떻게 하나만 남은 커리어를 포장해야 할까.


18년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크게 이룬 것도 없이 회사의 녹을 먹고 사는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덜 초라해질까.

아니면 애써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이 나을까.


투자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나에게

여전히 기다리라고, 베팅할 때는 반드시 온다고,

승부는 언젠가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고

그렇게 달래야 할까.

그 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희망 정도는 되어줄 수도 있으니까.


많이 타고, 하얗게, 때로는 빨갛게 남아 버린 게 있다.

그 잔열 같은 뜨거움은

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다시 불붙을 수 있을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젊음이란 걸 한참이나 지나쳐 온 내가

문득 그 시절의 나를 길모퉁이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 친구는 지금의 나를 보며 머쓱하게 웃을까.

어깨를 톡톡 치며

“가을이다. 바람 불면 금방 추워지니까 얼른 집에 가.”

그렇게 말해줄까.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갈까.

그것도 또 그 애답겠지.


스쳐가는 너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언어는 때때로 너무 무겁고,

침묵은 또 지나치게 가벼워서.


타국의 밤.

나의 밤.

또,

어디론가 흘러가는 시간의 밤.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