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공유의 가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by 앓아야 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책방 열면 돈이 되나?"

"아이디어는 좋은데,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쉽지 않을 텐데..."


모바일과 AI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현실과 비대면 온라인이 '진짜 현실'이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우리들의 손과 눈은 모바일 화면을 벗어날 줄 모르고, 사람들과의 관계와 스킨십도 온라인이 먼저가 되었습니다. 편리와 효율을 명분으로, 우리의 생각과 판단도 AI에 아웃소싱되고 있습니다. 마치 AI기술이 코딩으로 설계한 '온라인 현실'에서, 사람들은 입력된 값을 학습하고 실행하며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과연 '생계를 위해' 종이책 서점을 열 수 있을까요?

과연 먹고사는 일과 무관하게, '내가 정말 좋아서' 종이책 서점을 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저의 게으른 고민보다 세상은 늘 부지런합니다.

혼자만 생각하던 저의 편협함은 누군가와 연대를 통해서 사고를 확장하는 것을 보며 '아차'합니다.


낡은 공유가 그 '아차'의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본의 아니게 집에 모셔둔(?) 책들이 있습니다.

내가 너무 아껴서 혹은 읽으려고 구입했으나 읽지 않은 혹은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등등의 이유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중고책을 공동의 책방에 내어 놓고, 판매된 수익금은 책방의 운영비와 기부금으로 다시 환원하는 '공유 책방'입니다. 책방 내에는 약 80~100여 개의 작은 책장이 있고, 이 책장에 개개인이 입점하여 자신의 중고책에 직접 가격을 책정하여 꽂아 둡니다. 물론 입점을 위해 1개월 기준, 5천원에서 1만원 수준의 입점비를 납부합니다.


저도 작은 책장에 입점하여, 제가 가지고 있던 소중한 책들, 그리고 딸들이 보던 글밥책들을 조금씩 내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이 누군가에게 판매되면, 그 수익금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구입으로 다시 선순환하고자 합니다.





투박하고 낡은 것들 그리고 공유의 가치


늘 세련되고 새것을 원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에 머물러 있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들도 '우리들'의 연대와 공유를 통해서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메이저리그의 전설 요기 베라의 말처럼,

사물도 사람도 그 끝을 누구도 함부로 예단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게 된 직장인도,

후보선수로 벤치에 앉아있던 시간이 많았던 운동선수도,

입시와 취업의 문턱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는 수험생도,

꾸준히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남기고 있는 일상의 작가들도,

결혼 후 가정과 육아를 위해 경력이 단절되어 불안안 엄마와 아빠들도,

이름 석자 알리진 못했지만 여전히 소극장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 연극배우와 인디가수들도,


늘 세상을 채우고 있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나와 당신, 우리, 그들'입니다.


강화도 포도책방 내부의 낡은 공유의 흔적들
저도 작은 책장에 입점하여, 막내 딸과 함께 소중한 책들의 중고가격을 직접 책정하였습니다.
저의 입점 책장이름도 브런치의 '앓아야 안다'와 동일하게, 낡은 공유의 가치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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