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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Mar 26. 2019

[가치토론] 디지털 디바이드, 무인주문기 앞에서

4차 산업 혁명,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패스트푸드점 앞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이제는 더 이상 종업원에게 원하는 메뉴를 말하는 방식으로 음식 주문을 하지 않는다. 줄 지어 기계 앞에 선 사람들은 화면에 떠 있는 여러 메뉴들을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장바구니에 넣고 카드로 결제한다. 나오는 영수증에 적힌 번호는 음식이 준비됨과 동시에 모니터에 표시되고 사람들은 가서 음식을 받아 온다. 패스트푸드점뿐만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음식점이 무인주문기를 사용하여 인건비를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추세다. 앞으로 많은 산업에서 무인 시스템이 정착화될 것이 예상되는 지금, 이 무인화·자동화의 파도 앞에서 망설이며 돌아서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점점 더 커질 디지털 디바이드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급속히 발전하게 된 4차 산업 혁명시대로 들어서면서 정보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커지게 되었다. 이를 디지털 디바이드, 또는 디지털 정보 격차라고 일컫는다. 청년층은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사고, 은행 업무를 보고 교통편을 예약하는 등 비대면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 상대적으로 장년층 같은 경우는 정보의 흐름이 날로 방대해지고 신속해지는 변화 추세에 적응하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어느새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시범적으로 어플을 통한 예약 서비스를 도입한 공항 리무진 서비스를 살펴보자. 리무진 버스 시간표를 보고 정류장에서 기다려 탑승하려던 사람들은 어플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리무진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불편함은 어플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크게 다가올 것이다.     


최근에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내용의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이 편의 제목에 해당하는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은 바로 무인주문기가 있는 식당이었다. 손녀가 어떻게 음식을 주문하는지 방법을 알려주지만, 직접 메뉴를 넘겨보거나 수량을 선택하고 결제를 하는 등 기계를 조작하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할머니는 조작 가능 시간을 넘겨 선택한 상품이 초기화되고 마는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주문을 완료한다. 하지만 받게 된 음료는 원래 시키려고 생각했던 콜라가 아니라 커피였다. 커피로 잘못 주문을 넣은 것이다. 할머니는 기계에 적힌 글씨가 너무 작고, 주문 방법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져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다는 말을 남긴다. 이 영상을 본 많은 네티즌들에게는 아마도 디지털 소외 문제가 비로소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기술적 진보를 추구하여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기술 발전의 속도에 발맞춰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한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인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2017년 기준, 일반 국민의 65% 정도에 그친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을 이용할 능력이 있는지, 또한 이것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아마 이러한 디지털 정보 격차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우리 사회가 기술 발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 불균형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한편 이 격차는 진보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며, 사회 구성원들의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과학 기술 발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두 입장은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나뉜다.




국어사전에서는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가치(價値) :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우정과 사랑, 일과 가정 중 어떤 것을 우선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우정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 둘 다 얻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가치를 따져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우리가 더 중요한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토론을 열게 될 것이다. 예상논제는 “사랑이 우정보다 더 중요하다”이다. 이 논제의 주된 내용은 가치이므로 이 토론은 가치토론이 된다.      


다시 디지털 디바이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기술의 양적, 질적 발전이 중요하므로 정보통신기술 연구 및 상용화에 최대한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여기서 우선시되는 가치는 ‘효율성’일 것이다. 한편 소외되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술 발전의 혜택이 돌아가는 데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형평성’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일 테다.      


가치토론이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 51쪽




효율성과 형평성 중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토론이 중요한 이유는 그로 인해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며, 또 그 정책은 우리 모두의 삶이 조직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토론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전반에 대해 재고하도록 도와준다. 즉 내가 주장하는 가치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성장과 효율의 가치뿐만 아니라 분배와 형평의 가치는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지에 관해서 바로 토론을 통해 그 실제적인 제반 주장들을 알 수 있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이와 같이 유익한 가치토론에 관하여 더 자세한 정보와 사례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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