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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Mar 21. 2019

쏟아지는 먹방, 위험신호일까?

먹방 미디어 규제, 배경 설명부터 토론의 시작



먹방, 음식을 먹는 것을 방송하는 콘텐츠는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미디어 방송 콘텐츠 중 슈퍼스타인 먹방은 한류의 중심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먹방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쓰면서 먹방 콘텐츠를 재생산할 정도니깐 말이다.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유튜버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다. 떵개떵, 밴쯔, 도로시, 슈기 등 먹방으로 유명한 유튜버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음식의 양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상상해 보지 못한 음식들의 조합을 선보이기도 한다. 





먹방과연 단순한 유행일까?     


먹방을 즐겨 보는 많은 사람들, 혼밥이나 혼술이 대세가 되었고 가끔은 지출 비용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먹방은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활기를 주는 콘텐츠가 되어줄 것이다. 그런데 먹방을 보면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들 때가 많다고들 말한다. 일반인이 먹기 힘든 양을 섭취하는 먹방을 시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상을 따라 음식을 많이 주문하기도 하고, 원래 자신의 양보다 많이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이 먹방 미디어가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여론이 뜨거웠다. 2018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에 따르면, 먹방은 국민의 비만을 초래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 대다수의 건강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가 대두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규제 시도에 반대하며 국민 청원을 올리고 국가가 먹방을 시청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도 되는지 항의하기도 했다.      





먹방 가이드라인이 대두된 이유는 무엇일까     


먹방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점, 그래서 먹방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시점, 여기가 토론이 시작되는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먹방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긍정 측은 아카데미식 토론의 첫 발언을 맡는다. 정해진 형식이 없이 진행되는 자유 토론과 달리, 아카데미식 토론은 발언 순서와 시간 등의 형식이 정해져 있다. 첫 번째 입론의 앞부분에서 약 1분 내외의 시간 동안, 긍정 측은 논제의 배경과 정의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토론자는 입론을 통해 이 논제를 토론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논제의 배경과 연결되어 있다. 논제 A를 언급한다고 했을 때 ‘상황 B이므로, A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청중에게 상황 B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청중이 논제의 배경과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면 토론자의 주장에 몰입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입론에서 배경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청중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기반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 156쪽


정부가 보기에 어떤 문제가 심각한 것일까? 먹방 규제와 관련된 정책이 나오게 된 이유는 국민 건강에 뜬 위험 신호인 비만 문제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비만율이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혹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 혹은 청소년의 비만율은 심각하다” 와 같은 현실 인식에서 정책의 당위성이 생겨난다. 2017년 현재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간주되며, 30대 남성의 46.7%가 비만 환자로 분류된다는 복지부의 자료 등을 인용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청중에게 인지시키는 것은 긍정 측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설명과 함께 논제를 정의하는 과정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청중이 논제에서 다루는 단어의 뜻을 오해하게 된다면 토론자의 의도가 잘못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제의 주요 단어인 먹방은 신조어이기 때문에 먹방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감도 안 잡히는 단어일 수 있다. 그래서 먹방이라는 것이 어떤 콘텐츠를 의미하는지 그 뜻을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먹방을 규제한다고 할 때, 이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건지를 정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규제라는 뜻이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말인지, 이 규제가 먹방이 제작되기 전에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작된 콘텐츠를 감독한다는 것인지 청중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규제라는 단어를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먹방을 ‘규제’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인지를 청중에게 명확하게 인지시킨 후에 본격적인 토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논제에 관련하여 토론에서 다루게 될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먹방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은 먹방을 보면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고, 따라서 시청자의 비만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또한 먹방을 많이 시청하는 청소년들은 영상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 제도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계속해서 먹방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경쟁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은 먹방 미디어가 비만을 직접적으로 발생시킬 정도로 시청자들의 분별력이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먹방이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금, 정부가 괜히 나서서 콘텐츠 수출을 가로막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영상 콘텐츠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버리는 조치보다는 근본적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서로 부딪치게 되는 지점에는 현실에 대한 인식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토론자는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기 위해 청중이 기존에 비만과 먹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충분히 예상해보고 설득의 기술을 적재적소에 발휘해야 한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아카데미식 토론의 순서 및 방식과 같은 이론적인 이야기에 실제 사례를 덧붙여 쉽게 설명하여, 독자들에게 토론과 설득을 위한 최고의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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