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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Dec 09. 2019

만 18세 선거권 찬반 토론

토론에서 입증 책임을 지는 쪽은 어디일까?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가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선거권을 부여한다. 다만 이 선거권을 행사하게 되는 연령에는 다소 제한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만 19세 이상이 되어야 선거권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첫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되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전에도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관한 토론이 다시금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이다. 과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나이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갖게 된다면, 즉 일명 ‘고3투표법’이 실행된다면 어떤 점이 개선될 수 있고, 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될까?     



토론은 현실을 바꾸자는 목소리로부터 시작한다. 지금의 현실은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 현실을 변화시켜서 만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하향 조정하자는 의견은 이 토론의 긍정 측을 맡는다. 토론의 논제는 긍정 측의 목소리를 따와 “만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와 같이 정해질 것이다. 이에 반대하여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지금의 현실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은 토론의 부정 측을 맡게 된다.      


이 토론의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우선 18세 청소년이 과연 정치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에 관한 쟁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곧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정치적 선택을 책임감 있게, 그리고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하는 것과 같다. 찬성 측에서는 청소년이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나름대로 정치적 신념을 확립할 수 있고, 자신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정치 참여에 대한 권리의식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18세 청소년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참여에서 소외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부정 측에서는 입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정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바쁜 학업을 우선하여 정치 참여를 소홀히 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영향을 쉽게 받아 정치적 결정을 무책임하게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같이 토론은 하나의 쟁점에 대해서 반대되는 생각을 견주게 된다. 긍정과 부정 측은 각자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에 좋은 근거들을 많이 준비하여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논리적 모순이 없고, 청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을 모아 최상의 입론을 발표한다고 해도 꼭 토론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왜나하면 토론에는 질문과 반론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교차조사 시간에는 적절한 질문을 던져 상대방의 논리를 검증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여 잘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반론 시간에는 앞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정리하여 최종적으로 청중을 설득하고자 한다. 따라서 교차조사나 반론을 준비할 때, 상대방 쪽에서 어떤 주장과 근거를 말할지 미리 예상해보고 그에 대해서 어떻게 반박하거나 질문을 할지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 좋다. 


부정 측에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제로 선거 연령을 낮춘 나라들에서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며 투표율이 낮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근거를 댔다고 생각해 보자. 긍정 측에서는 이러한 외국의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특수한 사례임을 말하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근거를 이용해 반박해야 할 것이다.      


긍정 측에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말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OECD 가입 국가 중 대한민국에서만 만 18세의 청소년이 투표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 만 18세가 되면 주민등록증도 나오고, 공무원으로 일할 수도 있고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결혼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제 부정 측에서는 긍정 측에서 말한 근거가 결국 선거연령을 조정해야 하는 당위성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또한 부정 측에서는 긍정 측이 명확한 입증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토론에서는 긍정 측이 자신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입증 책임을 갖는다. 그래서 긍정 측이 만일 변화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토론에서는 부정 측이 승리하게 된다. 따라서 부정 측에서는 긍정 측이 입증의 책임이 있음을 청중에게도 인지시켜야 한다.      


따라서 부정 측은 긍정 측의 근거가 불명확할 경우 ‘그렇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주십시오.’ 또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말로 긍정 측에서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음을 청중이나 심사위원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70쪽     


즉 부정 측에서는 만 18세 청소년이 책임감 있는 정치적 선택을 투표로써 행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그 쟁점에 대하여 긍정 측이 명확한 입증을 해내는지를 청중에게 중점적으로 보여야 한다. 따라서 긍정 측에게 입증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전략을 실전 토론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토론, 설득의 기술』에서는 현재 뜨거운 토론 주제에 관하여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여 토론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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