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과 불이익 쟁점
‘오늘 영화 보러 갔다가 관크 당했다.’
이와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과연 관크가 무엇일까?
관크란 한자 볼 관(觀)자와 영어 단어 ‘critical’(비판적인, 비난하는)을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 공연이나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일체를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러 간만큼 관크와 같은 행동으로 피해를 입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관람을 방해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극장을 찾은 어린이 관객들의 ‘관크’가 화제가 되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겨울왕국>의 후속편이 개봉을 하게 되자 가족 단위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는 와중에 아이들이 크게 이야기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내내 울음을 터뜨리거나, 또는 앞좌석을 발로 차는 등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이에 영화 리뷰 창에서는 애들 좀 조용히 시켜 달라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 식당이나 카페가 노키즈존을 선언하듯, 극장에서도 노키즈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견도 나오게 되었다.
노키즈 영화관, 과연 필요할까?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는 호소의 바탕에는 문화비를 지불하고 영화를 보러 간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것이 깔려 있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영화를 보기 힘드니, 아예 노키즈존을 만들어서 피해를 받는 사람 없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의견에는 헌법 15조에서도 말하고 있는 ‘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 역시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영화관과 같은 업소에서도 노키즈존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노키즈존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은 어린이와 부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더욱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별이 바로 헌법 11조에 쓰여 있는 기본권인 평등권을 침해하고, 나이로 인한 이유 없는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화관에서의 노키즈존이 나아가 아동혐오를 조장하고 비행기나 호텔과 같은 다른 공간으로 차별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같이 노키즈 영화관에 대해서는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이 서로 충돌하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정책토론을 할 때 주요 쟁점은 바로 ‘이익과 불이익’이다. 노키즈 영화관 도입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쪽이 긍정 측이다. 반면에 반대 측은 이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불이익을 제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 ‘이익과 불이익’ 쟁점에서 청중은 불이익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왜 그럴까?
“왜냐하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새로운 대안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이익은 한두 가지이고, 그 효과도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추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 측에서는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주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때 효과적인 방법은 토론의 종반부인 반론 시간에 긍정 측이 제시한 이익과 부정 측이 제시한 불이익의 근거를 비교하며 열거하는 것입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92쪽
이처럼 청중은 추정에 불과한 이익보다는 불이익을 더 쉽게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부정 측에서는 긍정 측이 제시한 이익은 간단하게 언급하는 식으로 정리하고 부정 측의 근거를 나열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 즉 영화관 노키즈존이 어린이,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될 확실한 불이익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부정 측이 할 수 있는 반론 내용을 보이자면,
“긍정 측에서는 영화관 노키즈존을 도입할 경우 어린이 관객으로 인한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시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정 측에서 말씀드렸듯이 영화관 노키즈존이 도입되면 아동은 공공장소에서 쉽게 배제되는 대상이 되며, 아동을 동반한 가족 역시 사회적 차별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아이들의 사회, 문화적 활동의 반경이 좁아지며 아동혐오가 일반화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미래에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적 구성원으로 자라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부정 측의 사례를 들었지만, 이처럼 토론을 할 때에 긍정과 부정 측 모두는 양쪽의 근거를 비교하면서 청중에게 자신의 근거가 더 많다고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 좋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사회적 이슈를 사례로 들어 실전 토론에 효과적인 전략을 소개하며, 토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