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정책토론
펫팸족이라는 말이 있다. 반려동물(pet)을 가족(family)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위해서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는다. 반려동물이 먹는 음식을 사는 것부터 액세서리 및 용품 구입비, 미용비 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서 소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하듯이, 유기되는 반려동물의 수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집행하는 동물 복지 예산 및 지자체가 부담하는 유기동물 보호소 및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데 비용도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예산은 2015년 14억 9천만원에서 2019년 135억 9천만원으로 4년 만에 9배 가량 늘었고, 동물보호센터 운영비 등 지자체 유기동물 관리 예산도 2016년 114억 7천만 원에서 2018년 200억 4천만 원으로 2년 만에 75% 증가했다.”
"[인-잇] 강아지 놀이터에 왜 내 세금을 써요? ", SBS뉴스, 2020년 2월 8일 기사 인용
이처럼 점점 더 유기동물관리와 동물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국가가 전적으로 져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일정부분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이와 관련한 이슈로 '반려동물 보유세'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또는 동물복지 기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세금 혹은 부담금이나 기금을 걷어서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을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데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입장이 발표되고 난 후, 반려동물 보유세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찬반의견이 뜨겁게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정책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애초에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을 방지하게 도와주어 결국엔 유기동물을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세금을 동물보호센터 및 전문기관 운영비로 활용하면 유기동물 복지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고, 반려인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만들 수 있는 등 현재보다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은 세금 내기 싫어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보유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선진국과 같이 기반이 잘 잡혀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세금부터 걷어서 반려인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이처럼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과 관련해 정책토론을 하다 보면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게 됐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긍정 측은 보유세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부정 측은 보유세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와 같은 정책토론의 목적이 바로 새로운 정책의 효과를 예측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긍정과 부정 양측은 현 상황과 정책을 시행한 후의 예상되는 상황을 비교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긍정 측에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대안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와 채택되지 않을 경우 야기될 부정적인 변화를 수치나 상황 묘사를 통해 제시합니다. 마찬가지로 부정 측에서도 대안을 통해 생겨날 비용의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변화를 청중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이러한 예측을 할 때는 권위가 있는 사람의 주장을 소개하거나, 검증된 혹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출처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49쪽
미래를 예측하게 도와주는 상황 묘사는 더욱 더 청중을 공감하게 만들고, 검증된 근거자료나 수치는 청중이 양측의 입장을 나름대로 비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즉 미래 상황을 예측할 때에도 설득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토론을 준비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추세나 경향을 고려해서 토론자들이 직접 미래 상황을 예측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토론자는 “저희가 예측하기로~, 저희 팀의 예상으로는~”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표현들이 본래 한 쪽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토론자들이 공정하지 않은 예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토론에서 부정 측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고 하자.
반려동물 보유세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한테 걷어서 동물보호단체나 전문기관을 지원한다고 할 때, 저희가 예측하기로는 불투명한 기금 사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저희가 예측하기로는~” 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경우 해당 내용이 객관적인 근거가 아니라 한쪽의 주장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예측을 활용하여 주장 및 근거를 제시할 경우에는, 논리적인 추론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 250쪽)
즉 불투명한 기금 사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왜 개연성 있는 예측인지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세금을 통해 특정 단체를 지원하다보면 그 단체를 선정하는 것부터 어떻게 기금이 쓰이는지를 쉽게 알 수 없게 집행이 된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론하며, 이러한 추론 과정을 적절한 근거자료를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청중은 부정 측의 의견을 하나의 편향된 주장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듣게 된다.
이와 같이 토론에서 표현 하나하나는 큰 힘을 가진다. 『토론, 설득의 기술』 은 토론에서 효과적인 표현을 소개하여 청중을 설득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