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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Jun 24. 2020

포스트 코로나 복지 :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행하나

토론에서 정책의 예외적 허점에 대한 문제제기 대처방법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복지 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는 현재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여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만약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전격 시행한다면, 불안정적인 고용시장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선택적 복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는 만큼 재원을 마련해야만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 실시에 찬성하는 입장을 살펴보자.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비정규직의 경우 실업 상황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한다면 실업 급여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놓는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량 실직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찬성 쪽에서는 고용보험이 직업훈련을 지원해 실직자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실업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에 반대하는 주장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용보험을 전면 확대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보험료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의 가입자들은 봉급생활자가 대부분이어서 기업과 분담하여 고용보험료를 내고 있었는데, 만일 자영업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한다면 자영업자들 각각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영업자가 일부 보험료를 부담하게 하고 나머지를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해도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또한 반대 측은 실업 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근로 의욕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우리가 알아본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새로운 정책이다. 현실을 변화시킬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쪽은 정책토론의 긍정 측을 맡게 된다. 그런데 어떤 정책도 절대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발생할 부작용 역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유지하자는 입장인 부정 측은 그 부작용을 상세하게 언급하며 긍정 측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에 따르면, 이때 긍정 측 토론자들은 부정 측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추후에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세우면 된다”고 이야기하거나, 추상적인 보완 정책을 급조해내 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토론을 오래하다 보면 긍정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청중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들은 내용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그 부작용이 예외적인 가능성이라고 해도, 청중은 심각한 단점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예외적인 부작용에 대해 공격을 받았을 때 미리 준비를 하여 명확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에 대응하기보다는 변화의 필요성 즉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예외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현재의 커다란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 수는 없으며, 이 커다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우리가 제시한 이 정책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86-287쪽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논제로 정책토론을 열 때, 부정 측에서는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실제로 복지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 사람들 이외에 형편이 어렵지 않은, 풍족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부정수급의 문제를 심각하게 언급할 수 있다.      


긍정 측  :   “이런 문제는 신청과 선정의 과정에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긍정 측에서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답변을 한다면 청중은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부정수급이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긍정 측이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하는 답변을 한다면 청중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긍정 측 : “부정수급의 문제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일 것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 및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1,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실직을 하거나 소득이 급감하여 기본적인 생활이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입니다.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본적인 생활자금을 지원하기 위하여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위에서 긍정 측은 부정수급의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경기 악화에서 어떤 안전망도 없는 계층이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언급한다. 그래서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책의 허점을 공격받았을 때에는 이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필요성현재의 심각한 문제 상황을 더 강조하는 것이 토론에서 청중을 설득하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의 실전 토론 노하우에서 이처럼 유용한 전략을 더 많이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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