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서 자문자답 활용하기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성범죄 등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이 디지털 교도소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특히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불허되고 나서 사람들의 분노는 디지털 교도소로 모여 들었다. 이 교도소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로 강력 범죄자 백여 명의 얼굴과 자세한 신상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사적으로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목표 하에 운영되던 디지털 교도소는 최근에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되었던 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다.
디지털 교도소는 정말 정의를 구현하는가
얼마 전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 일명 ‘교도소장’이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베트남에서 검거되었다. 디지털 교도소에서 무단으로 신상정보를 게시하여 법을 위반하였고 일부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한 명목으로 운영자가 체포되었지만, 2기 운영자가 디지털 교도소를 물려받겠다고 나섰다. 그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이어지지만 대한민국의 성범죄자들은 그 죄질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의 징역을 살고 나면 면죄부가 주어진다”라고 말하면서 계속 디지털 교도소를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전체 접속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이러한 결정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찬반 입장에 대해 정리해보자.
디지털 교도소가 계속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신상을 공개하는 형식으로 사적 제재를 하는 것이 오히려 죄질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웠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법 감정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교도소의 존재를 긍정하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에서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심판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디지털 교도소를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교도소가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악용하는 위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단 조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충분히 악용되거나 부작용을 야기할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가해자가 이미 처벌을 받았음에도 디지털 교도소에 의해 이중처벌을 받게 되거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되는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할 때, 토론자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을까?
기본적으로 토론자는 청중이 우리 측의 발언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청중이 집중해 듣게 되면 우리 측의 입장과 논리에 설득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청중을 집중시키기에 좋은 방법은 자문자답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질문을 받게 되면 그 답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답이 무엇일지에 대해 궁금해 하게 된다. 토론자가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고 잠시 답변을 기다리며 생각할 시간을 줄 경우, 청중은 답변을 떠올리며 이 토론에 집중하게 되고, 이어질 말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 이때 토론자는 자신이 준비한 주장과 근거를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시해 청중에게 각인시킨다.
우리가 위에서 잠시 다룬 주제와 관련하여, 《디지털 교도소 접속 차단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라는 논제로 토론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긍정측은 디지털 교도소의 공익성에 대해, 부정측은 디지털 교도소의 위법성에 대하여 주장할 것이다. 이때 부정측이 이렇게 질문을 한다.
“여러분, 명예훼손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아십니까?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한 사람의 명예, 즉 사회적 지위와 가치를 송두리째 깎아내리는 이 행위는 당사자의 사회적 삶을 말 그대로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에 디지털 교도소에서 허위로 신상정보가 게시되었을 경우에, 잘못 게시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인정받는다고 해도 그의 삶이 이전처럼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명예훼손에 대해 청중 모두는 상당수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며, 명예 훼손 행위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다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토론자는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점을 질문으로 던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으로 청중이 보다 쉽게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문자답을 하는 방법은 토론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이자 근본적인 문제,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내용일수록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61쪽
이처럼 자문자답의 방법을 사용하여 표현력과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은 토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계획하는 것이 좋다.
적재적소에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들을 배치하는 토론 준비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토론, 설득의 기술』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