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마지막 발언 준비하기
정정보도, 뉴스가 시작할 때 앵커의 멘트로 짧게 언급되거나 신문의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나오던 유감의 말을 기억한다. 오보가 발생하면 이처럼 언론은 정정보도를 낸다. 그렇지만 이 정정보도의 형식에 대하여 처음 오보의 과오를 묻기에는 모자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의견의 의중에는 언론사가 잘못된 기사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정정보도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언론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20년 7월 10일 정정보도와 관련하여 정청래 의원이 언론중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에는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는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한다’고 적혀 있다. 쉽게 말하면 오보가 10매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면 정정보도 역시 그 양만큼 10매의 분량으로 써야 하며 위치 또한 원보도와 같은 위치에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9년 7월 발간한 '2018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를 보면, 많은 언론사가 원고지 3매 이하의 분량으로 정정기사를 냈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가 6매, 톱기사가 10매를 넘어가는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와 같이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낼 때 피해자와 정정보도의 내용이나 크기에 관해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정정보도의 분량과 지면 위치가 결정되고 그것에 따라 보도해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187
이와 같은 정정보도에 대한 개정안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기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현재 이루어지는 정정보도가 그저 비난을 피하기 위한 허울뿐인 면피의 수단이 될 뿐이었다고 현실의 문제점을 인식한다. 그리고 앞으로 법이 통과되면 정정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처럼 찬성 측은 언론이 피해 구제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정보도의 형식을 규제하는 내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여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의 편집권이다. 언론의 편집권이란 언론인들이 외부의 간섭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신문이나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권리이다. 만약에 법으로 정정보도의 분량을 강제한다면 이는 언론의 편집권이 심하게 침해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 측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정정보도를 위하여 언론의 편집권을 제한하는 것이 정의로운 처사인지 되물을 것이다.
위와 같이 찬반 의견은 언론이 오보의 책임을 어느 정도 질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여 대립하는 상황이다.
정정보도에 관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새로운 정책이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토론이 시작된다는 것은 언론이 오보를 내 그 피해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 청중들이 대부분 공감한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토론은 사람들이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론을 하다 보면 긍정 측이 주장하는 새로운 대안이 가지고 있는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반대 측의 주장과 근거는 새로운 대안을 시행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인 불이익을 청중에게 인지시킬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찬성 측은 어떠한 전략을 쓸 수 있을까?
찬성 측은 토론의 마지막 발언 순서를 맡는다. 마지막 발언은 청중과 심사위원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사람들은 제일 마지막에 들은 것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마지막 발언에 영향을 받을 확률도 높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긍정 측이 취해야 하는 전략은 바로 현재의 문제점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다.
긍정 측의 마지막 반론자는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할 수 있습니다. 긍정 측이 제시한 대안에 사소한 문제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청중을 향해 호소하는 것입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90쪽
《언론은 원 보도에 상응하는 지면 및 분량으로 정정보도를 게재해야 한다》는 논제에 대하여 찬성 측 마지막 발언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한 번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 오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쓰레기로 버려야 할 단무지를 만두에 사용했다는 보도는 냉동만두 사업을 하던 대표가 자살을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부풀려진 내용이었고, 결국 오보가 냉동만두 사업을 한 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만들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든 것입니다. 잘못 보도된 기사 하나가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대도 당시 언론은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 정정보도의 형식을 정해서 오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언론 역시 동참해야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긍정 측 토론자는 위와 같이 현재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언급하면서 문제가 심각하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청중을 강하게 설득해야 한다. 문제에 대해 공감하게 하고, 해결의 당위성을 청중에게 인식시키는 것. 이것이 긍정 측이 세울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이처럼 현재의 문제점에 관한 토론을 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