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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시우 Aug 23. 2018

부동산거래,
권리당사자의 동일성 확인

이야기로 쉽게 보는 부동산판례

          부동산, 권리자의 동일성 확인 유무에 따른 책임


 진일보적인 과학기술, 특히 I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각종 위조문서를 만든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신분증 위조는 부동산 거래 시 대형사고 등을 쉽게 유발하기도 한다. 
거래 당사자나 공인중개사나 반드시 의심스러운 정황이 엿보이는 경우
이를 필히 꼼꼼하게 확인하여야만 한다.

△ 대법원 전경
[해당 판례]
서울고등법원 2009나 5829 손해배상(기)
서울서부지방법원 2007가합 12739 손해배상(기)     
[해당 법조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손해배상책임의 보장)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하던 유공인과 이조수, 거래 한건 체결하기 힘든 최근의 부동산중개시장에 그래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며 매일같이 뛰고 또 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이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급기야 일 전에 중개해 주었던 전세아파트와 관련해서 법원에 피소되기까지 하는데... 피고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된 유공인과 이조수...      


(법정에 서게 된 유공인과 이조수는 만감이 교차하듯 한껏 억울하고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피고석에 나란히 서있다.)     


“사장님,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글세 우리가 사기 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중개한 죄밖에 없으니 큰일이야 일어 나겠어? 원고의 입장이 안타깝지만 할 수 없지 뭐”     

“잘 되겠죠 사장님?”     


사건의 내역은 이렇다.     

유공인과 이조수는 서울시 마포구에 유이라는 상호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한 후 성실하게 중개업을 하던 중 이 사건 아파트의 임차인인 원고 나살리가 거주하고 있던 서울시 마포구 소재 숲길아파트를 중개하였다.     

위 숲길아파트는 소외 이대팔의 소유였으며, 이순돌은 이대팔의 아들로 이대팔을 대리하여 2006년 9월 26일부터 계약기간을 1년으로, 임대차 보증금은 2억 원으로 하는 전세계약을 유공인과 이조수의 중개로 원고인 나살리와 체결하게 되었다.(추후 밝혀진 사실로 이순돌은 성명불상자가 신분을 위조하여 이순돌 행세를 한 것임.)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의 체결 이면에는 굉장한 반전이 있었다.      

사실 이순돌은 이 사건이 벌어진 숲길아파트에 임차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체결 당시 추후 숲길아파트를 이용하여 일을 벌일 요량으로 본인의 신분을 숨긴 채 우연히 입수한 타인의 신분증 상 이름인 김길동이라는 이름으로 보증금 10,000,000원에 월세를 1,000,000원으로 하여 월세계약을 2년 간 체결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신분증으로 숲길아파트의 월세계약을 체결한 성명불상자는 두 달 후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펼치기로 마음먹고 계약서에 기재된 집주인인 이대팔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등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 이를 이행하기에 이른다.     


“음 부동산에 근무하는 전문가들 조차 속았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일을 꾸며볼까? 하하하”


사진출처 : 문화방송, http://imnews.imbc.com/replay/2017/nwdesk/


한 번의 속임수로 김길동 행세에 성공하여 아파트를 계약까지 한 성명불상자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성명불상자는 자신이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숲길아파트의 소유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아파트를 임대한 후 전세보증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2007년 2월 5일 이 사건 아파트의 임대에 관한 광고를 생활정보지에 게재하였고, 유공인의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이조수는 이를 유공인에게 좋은 물건이 광고에 나왔다며 알리게 된다.     

“사장님, 여기 시세보다 싼 물건이 전세로 나왔네요.”     

“그래? 전세도 귀한데 싸기까지 하다면야... 이조수씨 어서 전화해봐.”     


유공인의 지시로 이조수는 성명불상자가 낸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매물로 나온 숲길아파트에 대해 소유자, 임대차 조건 등 전반적인 내역을 파악하였다.     

성명불상자는 통화 중에 물건은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며 자신은 평소 일이 바빠 집에 잘 거주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면서 열쇠는 숲길아파트 정문에 위치한 편의점에 맡겨두겠다고 하여 이조수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이후 이조수는 곧 계약이 체결될 것 같은 예감에 이를 사장인 유공인에게 설명하고 마침 전세아파트를 구하고 있던 원고에게 중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장님 통화해봤는데요. 물건도 괜찮고 손님 모시고 가서 부담없이 구경하기도 좋을 것 같아요. 임대인이 일이 바빠서 집에 잘 없다고 열쇠를 맡기고 갔네요.”     

“어 그거 잘됐군. 얼마 전에 전세아파트 찾는 나살리씨한테 브리핑해봐.”     

사장 유공인의 지시로 손님에게 전화를 건 이조수, 다음 날 이조수의 전화를 받은 나살리가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사모님 잘 오셨어요. 아주 급하게 시세보다 싼 물건이 나와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     

“그래요? 아주 잘 됐네요. 이 동네에서 물건이 없으면 어쩌나 애태우던 중이었거든요.”     

“자 어서 가서 보시죠.”     


이조수의 안내로 성명불상자가 내 놓은 전세아파트를 구경 간 두 사람.      

(이조수는 계약이 성사될 것 같은 예감에, 나살리는 싸고 좋은 물건에 들뜬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어떠세요? 이만한 규모에 이만한 가격으로는 사실 힘들 거든요. 여기 주인이 일 때문에 바쁘셔서 집에는 잘 안 계신다며 급하게 내놓으셨습니다.”     

“네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집도 깔끔하고 저렴해서 맘에 들어요. 계약은 바로 할 수 있나요?”     

“네 그럼요. 그럼 이곳으로 하는 걸로 하시죠.”     

“좋아요. 그렇게 하지요.”     


둘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로 돌아가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     

서둘러 성명불상자에게 전화를 거는 이조수, 그러나 성명불상자는 자신이 매우 바쁘니 다음 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한다. 한 건이라도 계약을 체결하고 싶은 이조수와 싼 물건을 놓치기 싫은 나살리는 다음 날 성명불상자의 사무실에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       

다음날 원고인 나살리와 공인중개사인 유공인 그리고 물건 안내를 하였던 이조수, 이렇게 세 명은 성명불상자가 말한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 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계약 시 꼼꼼한 성격의 유공인은 성명불상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과 자신이 지참한 등기사항전부증명원을 대조하여 앞에 앉아 있는 성명불상자가 집주인임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 서 작성 시 유공인은 계약을 체결할 당사자인 나살리에게도 앞에 앉은 성명불상자가 제시한 신분증과 자신이 지참한 등기사항증명원 상 인물이 동일인임을 확인까지 시켜주었다.       

그러나 성명불상자는 자신도 사업으로 인해 하루 급히 돈이 필요하니 계약금과 중도금을 한 번에 지급해주면 좋겠다고 말하자 혹시나 하는 생각이든 유공인은 이를 만류하지만 마음 급한 나살리는 대신 조금 깎아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사모님 제가 사업이 요즘 좀 힘들어서 그러는데 계약금하고 중도금 같이 지급해 주시죠. 그러면 이사도 빨리 할 수 있고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럼 조금만 깎아 주시면 좋겠는데. 좀 빼주시면 그렇게 할게요.”     

“좋습니다. 그럼 천만 원 빼드릴게요.”     

“아 좋아요. 감사합니다.”     


결국 나살리는 유공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만 원을 깎아 준다는 성명불상자의 말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같이 지급하기로 하고 1억 원을 성명불상자가 말한 계좌로 송금하기에 이른다.     

계약 체결 후 잔금 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살리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근무 중인 이조수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는 차질없이 진행가능한지 성명불상자에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말한다. 이에 이조수는 나살리의 말대로 성명불상자에게 전화를 하는데 도통 연결이 되지 않는다. 조금 이상한 생각에 이조수는 사장인 유공인에게 이를 말하고 둘은 함께 계약서를 작성하였던 성명불상자의 사무실에 찾아갔는데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이 사람 사무실을 옮겼나?”     

“글세요. 사장님 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서둘러 여기저기 성명불상자를 찾아보지만 결국 성명불상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함께 건네받은 일억 원을 들고 도주를 한 상태였다.     

“이 일을 어쩝니까? 사장님. 우리 이제 큰일 났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휴우~ 열심히 살아도 사기꾼에게 한 번 걸리면 끝장이라더니 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원고 나살리는 결국 공인중개사인 유공인과 직원인 이조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원고 나살리의 주장       


“일반인인 본인은 법적인 지식도 없어 이를 부동산 거래 전문가인 공인중개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문가인 유공인과 이조수가 잘 확인했더라면 이런 사기로 인하여 본인이 피해볼 일이 없었으므로 이를 유공인과 이조수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무리 집주인이 바쁘다고 하더라도 중개사무소가 아닌 집주인의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말이 됩니까?” 


유공인과 이조수의 반론     


“저희는 나살리씨가 좋다고 허락해서 성명불상자의 사무실까지 가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계약을 체결할 당시 신분증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나살리씨도 같이 확인하고 동의한 사안이어서 저희가 도의적인 책임은 몰라도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판부의 판단       


“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상 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공인중개사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공인중개사법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바 중개를 의뢰받은 공인중개사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이를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등기부등본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위 권리관계 중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매도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부동산등기부와 주민등록증 등에 의하여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민등록증 위조를 통한 부동산 거래 사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므로, 공인중개사로서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엿보이는 경우 매도인의 동일성 확인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 나상실에게 공인중개사인 피고 유공인과 중개보조원 이조수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한 재판부의 시사점은 부동산 거래 전문가라면 권리 당사자의 신분확인에 모든 걸 동원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위조된 신분증은 얼마든지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사건의 유공인이 단순히 성명불상자가 제시한 신분증과 자신이 지참한 등기사항전부증명원의 대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제시한 신분증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해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함으로 인해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등 신분증에 대한 진위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기계들을 각 중개사무소마다 비치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공인도 이조수도 간과한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ARS 1382번이나 우리나라 정부 사이트 민원24와 경찰청 홈페이지 면허증 위변조 조회 사이트에 접속하면 쉽게 신분증의 위변조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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