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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시우 Nov 25. 2018

복덕방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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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의 유래


생기와 복덕을 아우르는 단어인 생기복덕은 그날의 운수를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로 제관 선정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생기복덕을 가리는 일은 마을 주민 가운데 학문이 높은 사람이 담당하기도 하고 마을에 거주하는 점쟁이나 무당 등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생기복덕은 생기와 복덕을 부를 수 있는 날을 선택, 즉 택일을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며, 이러한 생기복덕에서 연유한 것이 바로 복덕방이다.     


#복덕방 #생기복덕 #가쾌     


Scene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인 고종이 제위하던 개화기. 신구 문물의 부조화가 판을 치던 그 시절 전직 추노꾼인 일식(김병철 분)과 전직 도화서 화원이었던 춘식(배정남 분)이 저잣거리에서 미래를 설계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면이 바뀌며 자신들이 개설한 객주에 들어서며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가는데...     

“위기는 기회라고 했어. 새 세상만난 노비와 벼슬길 막힌 양반이 제일 필요한 시설이 뭐야.”

“뭔데예”

“잘 생각해봐. 물건도 잡혀주니 전당포요. 사람도 찾으니 흥신소요. 필요한 것 다 구해주니 만물상이요. 말만 하시오. 다 해드리오. 그래서 해드리오다 이말이야.”         


△ 자신들의 복덕방 안으로 들어서며 기뻐하는 일식이와 춘식이     


장면이 바뀌고 친일파 이완익(김의성 분)의 여식인 쿠도히나(김민정 분)가 며칠 전 암살당한 친일파 외부대신 이세훈(최진호 분)의 집에서 고종의 최측근인 궁내부 대신 정문(강신일 분)과 대화를 나눈다.     


“어찌 여기서 보자 한 것이냐?”

“바람도 쐴 겸 집도 둘러볼 겸, 일종의 투자지요. 조선이 일본에 넘어가건 러시아에 넘어가가건 땅이야 남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 집을 살까 합니다. 역적의 가택이니 국고로 환수될 테고 조선은 늘 돈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팔릴 테고, 제가 사겠습니다.”

“가쾌를 보내거라. 탁지부에 연통을 해 놓을 터이니”

“그리하겠습니다.”         


△ 친일파 이세훈의 가택에서 대화중인 쿠도히나와 궁내부 대신 정문     


Explanation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우리 말 중에는 팔백금으로 집을 사고 천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말이 있다.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사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좋은 이웃이야 말로 최고의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형제간 보다 이웃사촌이라고 하였을까?     

우리는 보통 이사를 준비할 때 동네를 정하고 그 이후 거주하게 될 집을 자신의 경제상황에 맞게 알아보게 된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발품은 물론이고 인터넷이나 신문 등 각종 정보를 총 동원해서 더욱 좋은 집을 찾기 위해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집을 알아보면서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이나 이사 갈 집의 이웃이라든가 주변 환경 등 이것저것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적으로 발품을 파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방문을 하게 된다.     

공인중개사사무소는 공인중개사자격증을 취득한 대표자가 있는 사무소를 뜻하며,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자격증이 없이 공인중개사제도가 도입되기 전 소개영업법상 부동산중개업이 등록제인 시절부터 부동산중개업을 해오던 중개인이 대표자로 있는 사무소를 말하는데 예전엔 복덕방이라고 불렀었다. 어쨌든 예전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든 중개사무소든 부동산의 중개를 업으로 삼던 곳을 복덕방이라 불렀다.


복덕방의 어원은 생기복덕(生起福德), 즉 복과 덕을 생기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 하며, 복덕방(福德房)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이 있는 방을 말한다.         

 

                                                            △ 자료출처 : 한국민속신앙사전     


복덕방은 건물이나 토지와 같은 부동산의 매매, 임대 등의 중개를 하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말 표현에 등장하는 복덕방은 지금의 의미와는 사실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복덕방에 들어앉았다.'라는 말을 보면 먹을 일이 많고 행운을 나누어 가지게 될 처지에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가 되어있다.

이렇듯 과거 복덕방은 일종의 뒤풀이 장소였다. 마을단위의 당제나 동제를 지내고 난 뒤에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던 당산나무 아래나 그 곁에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일컫는 말이었다. 마을 유지들은 음식과 돈을 기부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제를 올리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제사음식은 모두 골고루 복덕방에서 나누어 먹었던 것이다.


그러면 음식을 나누고 정을 돋우던 복덕방이 어떻게 오늘날 부동산중개업소로 바뀌게 되었을까?     

정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대체로 제사음식을 받으러 윗마을 아랫마을 사람들이 다들 마을입구 복덕방에 모이게 되면서 집안 대소사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간단한 물건을 교환하거나 흥정도 간혹 이루어져 나중에는 타지 사람들까지 그 마을에 빈집이 있는지 동네사람들이 어떤지 알아보곤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그렇다 보니 복덕방이 거래를 원하는 상호간 자연스럽게 집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중개하는 곳이 된 것이 아닐까?       

  

                                                                   △ 자료출처 : 네이버     


복덕방이라는 전문적인 중개를 위한 장소가 태동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나라는 상인의 물건을 위탁받아 팔아주거나 매매를 주선하며, 여러 가지 부수 기능을 담당한 중간상인격인 객주가 있었다. 

객주는 신라나 고려시대에도 있었지만 조선시대에는 특히 성황을 이루었다. 객주의 주요 업무는 위탁매매이지만 숙박을 위한 업무와 도매업무 등도 하였다.  

    

조선시대 중기에는 객주로부터 독립한 전문 직업인인 거간꾼이 등장했다. 먼저 거간은 취급하는 물품에 따라 가거간, 우거간, 금전거간 등으로 나뉘었으며 집과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의 매매나 임차 및 전당 등을 주로 중개한 곳이 가거간이었다. 

가거간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집주름이나 가쾌로 불렀는데 거간꾼은 가거간이나 우거간, 금전거간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통칭하여 부르던 말이었다.


조선후기를 지나 개화기인 대한제국시절에 접어 들어서는 이런 가거간을 가쾌(家儈)로 불렀다. 이들은 1893년 조선 왕실에서 인가한 사람만 흥정을 붙일 수 있게 하는 객주거간규칙을 규정화 했으며, 이때부터 가쾌는 왕실에서도 인정하는 전문 직업인이 되었다.

이러한 가쾌는 후에 복덕방이라는 가거간을 만들어 영업하였으며 복덕방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지면서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부동산을 통칭하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어졌었다.     

 

광복 이후 복덕방은 서울이나 부산 등 주로 대도시에 편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부터 전 국토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이 강력히 추진되면서 복덕방 역할이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중개업은 소개영업법과 소개영업시행령에 의하여 관할관청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 주도의 각종 건설계획에 힘입어 복덕방은 점점 그 의미가 퇴색하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강남개발과 함께 복부인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다. 복부인의 등장은 복덕방이 부동산의 투기화, 돈 많은 사모님의 치맛바람이 이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쌓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자료출처 : 네이버, 1960년대 남대문일대 복덕방의 모습   

  

복덕방은 복부인이 판을 치는 곳, 화투판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결국 1983년 12월 30일 부동산중개업법의 제정과 현 공인중개사제도가 도입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bHtzitQm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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