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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3. 2019

# 19. 하루를 일 년처럼, 일 년을 하루처럼

#2019-001

눈부신 햇살 아래,

넓게 뻗은 백사장에 나란히 섰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없이 서있는 제제를 지켜보자니  많은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와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아빠, 바다가 아름다워."


나지막하게 말하는 제제를 돌아보았다. 지난여름의 어느 바다에서 제제는 같은 말을 했다. 그날의 후텁지근했던 바람은 두 가지 계절을 지나며 차고 매섭게 변했고, 그 변화만큼이나 제제도 성장했다.


"그래, 참 아름답다."


바닷물이 밀려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수백 번, 내 지난 일 년도 그와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아내는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으려 우리를 향해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그녀의 지난 일 년도 나와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하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하루를 일 년처럼 풍성하게 사는 것, 일 년을 하루처럼 간결하게 사는 것, 어느 쪽이든지 아름다운 일임은 분명하다.


"아빠도 바다가 좋아?"


"그래, 참 좋아."


다만, 그 와중에도 내 인생에 피어난 제제라는 꽃은 시나브로 자라고 있던 셈이니, 나는 바다보다 내 아이가 더 아름답다고 느낄 따름이다.


괜히 쑥스러워서

'제제, 네가 더 좋아'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빠와 아들, 참 보기 좋았어요."


"그리 보이던가?"


제제를 안고 돌아가니 아내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준다.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아내가 사랑스러웠다.


괜히 부끄러워서

'제니스, 당신 모습이 더 보기 좋아'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느덧 한 해가 다 지나갔다.

밀려왔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바닷물처럼 살았지만, 내 지난 일 년에 후회 따위는 없다.


눈을 잔뜩 찡그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년 이맘때에도 부디 한 점의 후회가 남지 않기를...


하루를 일 년처럼 풍성하게,

일 년을 하루처럼 간결하게,

2019년에도 우리 내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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