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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4. 2019

# 18. 하와이

#2019-002

이제 온천에 가는 것은, 때가 되면 반드시 행해야 하는 하나의 정규 일정이 된 것 같다.


주말을 끼고 휴일이 이어질 때면, 그중 하루는 꼭 온천에 다녀오는데 집에서 출발하면 이십 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부곡으로 간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부곡온천은 전국에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 재일교포가 일본의 온천형 워터파크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곳으로, 내 또래의 대부분은 기억 속에서 '부곡하와이'라는 단어를 여유롭게 꺼낼 수 있을 정도다.


당시에는 부곡에 다녀온 후, 하와이 여행하고 왔다며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많았고 심지어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기까지 했다.


지금은 관광호텔이 여럿 들어서면서 객실형 가족탕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부곡의 부흥기를 이끌던 부곡하와이는 나의 방문을 기다려주지도 않은 채 결국 폐장됐다.


매번 부곡의 초입에 들어설 때면, 사방 어디를 가도 농지와 산 뿐인 한 시골마을의 찬란했던 삼십여 년 전을 떠올리고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물놀이를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은 싫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도 종종 들러 시원한 물을 받아놓고 놀곤 하는데, 이렇게 싸늘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그 가치는 여름의 몇 곱절이다.


제법 큰 욕탕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놓고 함께 들어가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제제는 준비해온 장난감을 가지고 첨벙거리며 즐거워하고, 나와 아내도 함께 들어가 따뜻하게 온천욕을 즐긴다.


탕에 누워 가만히 천정을 올려다본다.


사십 년에 가까운 세월, 부곡하와이의 흥망성쇠를 생각하다 보니 더불어 내 지난 삶의 여러 자취들까지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어렸을 때, 부곡하와이가 하와이보다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던 한 초등학생은 이제 마흔넷 중년이 됐다.


아내와 아들의 웃음소리가 부드럽게 귓가에 흐르고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래,

여기가 하와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들만의 하와이에 다녀왔다.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고 준비운동을 겸해 신나게 놀아요.
이제 온천욕도 가능해진 44개월 제제입니다. (물론 물온도를 적당히 맞춰야 하죠.)
아빠 말이 맞아. 뜨거운데 이상하게 시원해~
어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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