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찍는다
"아빠, 고마워."
"뭐가?"
뜬금없는 감사 인사에 제제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매일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다는 답이 돌아왔다. 괜히 쑥스러워 고개를 들었다. 구름 섞인 고운 하늘 너머로 이십여 년 전 나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피사체를 사랑할 줄 알아야 돼."
더러 아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한양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그 시절, 내게 사진을 가르친 교수님은 분명 그런 말씀을 하셨다. 피사체를 이해하려 애쓰고, 거기에 사랑을 담아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앵글 속을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에 새기지는 못했다. 멋진 장비를 손에 쥐기라도 할라치면 나는 이내 겉멋에 빠지기 일쑤였고, 광고계통에 종사할 때 역시, 자부심 가득한 얼치기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때 나는 앵글 속 피사체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했을는지도 모른다.
교수님의 말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건,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제제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수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어왔다. 그간 내 손에 들려있던 건 휴대전화 하나가 전부였지만 찍고 또 찍었다. 쉴 새 없이 만 사 년 동안 제제의 모습을 사진에 담다 보니 가슴에 새겨진 것도 한 가지쯤은 있다.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찍는 거지 뭐...,
나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고민하거나 보다 나은 사진을 위해 공부할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다. 게다가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 따위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제제를 바라보는 시선에 진한 사랑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
"그때 그 말씀,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교수님의 말씀에 대답이라도 하듯 하늘에 대고 중얼거렸다. 살큼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예쁜 하늘인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휴대전화를 들어 카메라 앱을 켜는데 제제가 곁에서 손을 내밀었다.
"아빠, 내가 찍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