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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후 Feb 15. 2021

디자이너의 글쓰기

디자이너의 책 출간 도전기

디자이너의 책 출간 도전기


마지막 윤문(글의 오류 수정 및 문장을 다듬는 작업)을 마치고 편집장님께 장문의 메일이 왔다. 편집장님도 글을 다루시는 분이다. 이메일은 한 편의 완성된 글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동안의 글쓰기가 끝이 났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원고를 보면서 '디자이너의 글쓰기'라는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꼈고, 성실한 글쓰기와 태도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글 쓰는 디자이너로 더 성장하시길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디자이너의 글쓰기'라는 부분은 편집장님이 직접 작은따옴표를 붙이고 강조한 부분이다. 정말 감사한 칭찬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디자이너의 글쓰기'에 선입견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을 쓰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출판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그런 선입견을 느낀 지점이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그것도 딱 한 번이긴 하지만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내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리고 출판사의 기획 방향에 맞는 콘텐츠를 쏟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출판사도 저자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상업 저작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뢰가 생기자 배경에 상관없이 콘텐츠만 바라보고 협력을 하였다. 결국, 우리는 기분 좋게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책은 여러 사람의 노력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걸 경험했다. 책 출간을 먼저 제안하고 긴 시간 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출판사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덕분에 나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디자이너의 글쓰기 

글쓰기는 전공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이제부터는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디자이너와 글쓰기’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학교가 떠올랐다. 학교에서는 문과/이과/예체능으로 계열을 분류한다. 그리고 예체능 학생은 마치 공부와 거리가 먼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이 선입견의 시작은 거기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계의 문과 출신은 글을 잘 쓰고, 이공계/예체능 계열은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부류로 분류된) 인문계 출신이 들어도 화들짝 놀랄만한 선입견이다. 참고로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문과를 졸업하고 > 대학교는 이과 계열의 건축학과에 입학했다가 > 다시 입시를 치러서 디자인과로 전향한 이력이 있다. 어쨌든 글쓰기는 전공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글쓰기는 머릿속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의 행위이지 전공에 따라 발현되는 능력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말을 잘해야 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결과물을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명을 넘어 설득의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디자인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특성이 있다. 호불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디자인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시키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 의사소통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말로 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말자이너’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이다. 그런 디자이너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디자인 업계 종사자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볼만한 글이 꽤 많이 있다. 아쉬운 점은 너무 전문 분야의 이야기만 다루다 보니, 디자인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누구나 관심 갖고 접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글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리하면

글은 전공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다만, 직장인의 글쓰기는 매우 힘들다.

책은 한 번에 나오는 게 아니라 꾸준한 글쓰기 조각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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