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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후 Feb 15. 2021

디자이너의 직업병

디자이너는 1픽셀의 간극을 온몸으로 느낀다

디자이너는 1픽셀의 간극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1픽셀은 모래알 정도의 크기이다. 고작 모래알 정도 되는 위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일반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간극을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거나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낀다. 정말 피곤한 삶이다.  성향은 일상생활에도 이어진다.  

업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퇴근 후 집 현관으로 들어서는데 신발이 좁은 현관 안에 정신없이 어질어져 있다. 아이들의 운동화, 아내의 캔버스 화와 운동화, 그리고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 꺼내놓고 신지 않은 로퍼까지 뒤죽박죽이다. 피곤하고 귀찮은 탓에 그냥 들어서고 싶지만, 뒤죽박죽 된 신발들이 눈에 거슬린다. 무심한 척 발로 툭툭 차면서 신발들을 정리하니 대충 정렬이 되어 보인다. 그렇게 신발을 정리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다시 관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발길을 잡는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상단 정렬을 해야 하나, 하단 정렬을 해야 하나...'

출처: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
디자이너의 본성을 건드리는 신발 정렬

디자이너의 직업병은 일상생활에도 이어진다. 보도 블록의 간격을 맞추며 길을 걷기도 하고, 수저의 끝선을 계속 맞추며 밥을 먹어야 한다. 사물의 정렬이 흐트러지거나 균형이 깨진 상황을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직업병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불균형한 상황을 균형감 있게 만들었을 때 제품은 완성된다. 1픽셀의 전쟁은 디자이너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일상 속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을 검색해주세요!

* 이 게시물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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