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책 출간 도전기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 30분, 점심시간에 30분, 퇴근할 때 지하철에서 30분,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1시간 정도가 책 쓰기에 주어진 시간이다. 산술적으로는 하루 최대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경우이고 나의 체력으로는 많아야 1시간 30분 정도 글을 쓸 수 있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남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쓴다는 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일이다.
우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나서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든다. 출퇴근 만원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글을 쓰느라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 볼 수가 없다. 점심시간의 경우 다른 동료들이 게임을 하거나 낮잠을 잘 때 나는 쉬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저녁 시간은 말할 것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의 본업은 회사 생활이다. 하루의 에너지는 대부분 회사에서 소진된다. 나의 역량을 120%를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런 유혹이 몇 번 있었으나, 양심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업무 시간에는 책에 대한 생각을 완전 분리하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글 쓰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문제는 회사에서 다 소진해버린 에너지이다. 밤에는 졸면서 글을 쓴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글을 쓴 적도 있다. 소파에 편히 누워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10년 동안 꿈꿔왔던 일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가 나쁘다. 정확히는 기억력이 나쁘다. 그래서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는 복습을 더 많이 해야 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협의를 할 때, 업무 이력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다. 순발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로 인해, 경험한 것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많은 양의 기록을 남겨 놓아야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나중에는 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기록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완성된 형태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UX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1년에 평균 2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이전 프로젝트가 머릿속에서 싹 지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뜩이나 기억력이 나쁜데 프로젝트가 자주 바뀌는 탓에 이전 프로젝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몇 개월 동안 경험한 것들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전히 나의 기억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시작은 프로젝트 경험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금융 프로젝트를 하고 난 뒤에 금융 시스템의 UX를 정리하는 것이다. 때로는 UX 방법론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방법론을 그대로 전달하기도 하고, 나의 해석을 더한 방법론을 공유하기도 했다. 팀 조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업무를 할 때 조직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도 글의 소재거리가 되었다. 경력이 더 쌓이니 회사 별 특성을 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직을 몇 번 하다 보니 회사들의 차이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게다가 그걸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한 콘텐츠를 보고 이직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자 성장기 사진을 모아 놓은 성장 앨범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직장인의 글쓰기를 정리하면
짜투리 시간 활용이 핵심이다.
업무와 글쓰기를 철저히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
가족과 여가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책은 한 번에 나오는 게 아니라 꾸준한 글쓰기 조각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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