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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진킴 Sep 01. 2020

8월: 생일 축하는 적금으로

"나는 나를 무조건 지지해" 

수박 없이 지나간 헝가리의 여름, 안녕 


생일 선물로 적금을 쇼핑하는 사람 

접니다 저예요. 8월 말에 생일이 있는데, 8월 1일에 생활비에서 적금을 20만 원 들었다. 크게 '한 턱' 쏘거나, 물건을 사는 것보다 나에게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이었다. 생일이니 뭔가 질러야겠다는 생각보다, 진짜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게 돼서 신기하다. 1년 동안 한 달에 20만 원의 저축 목표를 더 세우는 것은 처음에는 좋았는데 당장 9월 예산부터 영향을 주는 것을 보고, 적금은 쇼핑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자는 안 예쁘지만 카드마다 컬러도 바꿀 수 있고 통장이름을 마음대로 바꾸고 이모티콘도 넣을 수 있어서 카카오 뱅크에 만들었다. "나는 나를 무조건 지지해" 통장이다. 별도 반짝 달아주었다. 1년 동안 차곡차곡 쌓일 생일 축하 적금을 보면서 응원하는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다. 내가 나를 응원하는 느낌, 돌봐주는 느낌이 좋다. 최고의 선물은 역시 돈이 아닐까, 동의한다. 물건으로 사는 순간 가치는 25% 이상 떨어진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거나, 쓰면서 나에게 큰 가치를 주지 못하면 만족도는 더 내려간다. 소위 돈 값을 못한다. 더 큰 수익을 불러오는 투자도 아니고.(자기합리화 소비말고!) 사는 순간의 기쁨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나 기업의 주머니를 불려주지만 돈으로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니 '힘'은 나에게 있다. 그 돈이 나를 위해서 일하고, 돈이 돈을 불러오면 더 좋겠다. 투자 연습을 해보는 데 쓸 기본 자금이 될 수도 있겠다! 


적금과 함께 '근육 적금'도 같이 들었다. 개인 트레이너 8회를 끊으면서 다시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을 습관으로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셀프 선물을 했다. 미용목적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나에게 필요한 체력과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상 속 루틴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통장 쪼개기 완료! 


이번 달에 제대로 재테크 공부를 하려고 여러 책을 읽었는 데 그중에서 고전으로 알려진 <4개의 통장>, <심리계좌>,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를 읽었다. 특히 한국형 현실적 조언으로 가득한 4개의 통장은 최초 버전에선 10년 이상 차이가 나고, 최근 개정판도 시차가 느껴지지만 (이율 4%.. 언제 적인지) 핵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고전을 읽으면서 이미 내가 잘 실천하고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쭉 하면 되는 거구나. 시간이 제일 중요하고, 일단 임금 소득이 있을 땐 나에게 투자하는 게 중요하구나. 금수저 아니라고, 나는 모아둔 돈이 없다고 비교하지 말고 그냥 지금 내가 있는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개선해나가면서 +를 만드는 날을 고대한다. 자산부채 현황표에서 8월부로 드디어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현재 상환계획이라면 10월 말에 완제를 할 수 있고, 올해 저축 계획 달성 150%가 된다. 


1. 급여계좌 => 국민은행 직장인 통장 

- 자동이체 날짜를 전 직장 기준일 25일에서 말일로 모두 조정하여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리 

- 카드 & 각종 구독과 요금 결제를 생활비 통장으로 바꿈 

-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적금으로 바로 정리돼서 착착 나가고 0원으로 만든다. 


2. 생활비 계좌 => 카카오 뱅크 

- 인증서 없이 사용하기도 편하고, 카드 형식으로 컬러/이름/이모티콘/순서로 직관적으로 관리하기 좋다. 

- 체크카드 소소한 이벤트와 캐시백이 좋아 체크카드 사용한다. 

- 생활비는 '잘 먹고 살기 비용(춤추는 나)'로 이름 변경

- 저금통으로 10만 원 +2% 한번 모아보려 한다. 이렇게 새는 돈이.. 10만 원씩 차곡차곡 모이면 재산세 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 자기 계발비는 매달 30만 원을 넣어 매 분기마다 90만 원씩 예산을 정했다. 이름은 "(명상하며 마음 챙김 하는 나) 나를 키우는 장학금"이다. 셀프 장학금을 준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하고, 활동하고, 사람 만나며 풍성해지라고. 

- 여유 비는 자유적금으로 1년 생일 적금 "나는 나를 무조건 지지해 (반짝반짝 빛나라)"에 넣는다. 한 달 20만 원을 저축 목표로. 

 


3. 적금 계좌 => 근로장려금 받고 나서 만든 적금을 잘 유지하고 있다. (8회 차/12차, 8회 차/36차 까지 왔다) 

복리로 굴릴 예정이다. 적금 타고나서 예금 넣고, 새로운 적금과 투자 시도를 위한 몇 퍼센트 투자 통장을 시작해서 항상 1년 단위로 성적표가 나오는 식으로 트래킹 할 예정. 즉, 아직 기초 비상금과 대출을 상환하는 단계라 투자통장 까지는 없다. 



4. 비상금 계좌 => 네이버 통장 CMA 

비상금을 CMA에 넣어두었더니 귀여운 이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현재 3개월치 생활비를 모았다. 이후 6개월 생활비, 1년 연봉으로 비자금을 키워 놓을 것이다. 지금은 '예비 생활비'를 따로 카카오 뱅크 세이프 박스에 100만 원 별도로 확보해두려 한다. 원래 전체 금액이 카뱅 세이프 박스에 있었는데 이자 0.5% 보고 기분 나빠서 바로 네이버 통장으로 옮겼다. 8월부터 꾸준히, 하루에 웹툰 1개는 공짜로 본다는 생각으로 흐뭇하게 구경하고 있다. 이 맛에 CMA 하는가 보다. 다마고찌가 알아서 잘 커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금액이 적어서 웹툰 1개지만, 하루에 커피 1잔이 공짜로, 하루 생활비가 이자로 탁탁 들어오면 어떤 느낌일까? 기대된다. 


구독에서 얼마나 얻고 있는가? 


어느 형태던 정기 구독되어 있는 서비스들은 결제 문자가 날아 올 때 마다 항상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때마다 재평가하게 된다. '내가 이걸 왜 돈 내고 있지?' 라던가, '이 돈으로 정말 뽕을 뽑고 있군. 좋다'로 분명하게 나뉜다. 내는 금액만큼 가치를 얻고 있는지 바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모르던 구독료가 툭 나와도 기분 나쁘진 않다. 물론 미리미리 잘 취소해놓는 현명한 어른이 되고 싶지만, 엑셀에서 매달 구독료 트래킹을 하는데도 결제일이 다르고 달러화로 나갈 때도 있다 보니 들쑥날쑥이다. 그래도 매번 1년짜리 구독도 12로 나누어서 꼭 월마다 내가 내는 게 얼만지 확인하려 한다. 


이번 달 최고 주자는 리디 셀렉트. 효자 상품이다. 

이번 달 떨어질 서비스는 저번 달 북 저널리즘에 이어 폴인이다. 


뉴요커나 구독해놓은 잡지의 새로운 이슈, 한글로는 퍼블리같은 1년 구독하는 플랫폼의 콘텐츠를 볼 시간도 없는데. 폴인은 아쉽지만 탈락. 트렌드나 업계뉴스 모니터링에 둔한 사람이면 정말 좋은 서비스겠지만, 이미 어디서 들어본 내용을 한번 더 보는 느낌이라 현장감이 떨어졌다. 그래도 보고 싶다면 분기마다 한번 정도만 1달 몰아서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게 더 좋은 듯하다.


북 저널리즘에서 보는 어중간한 뉴스 서비스는 이미 외신으로 바로바로 읽고 있으니 한글로 번역 & 짬뽕 & 중립 st로 쓰인 글을 읽을 시간이 아깝다. 개인적으로 북 저널리즘은 정말 안타깝다. 2만 원 내도 아깝지 않은 서비스였는데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만족도가 팍 떨어졌다. 


최근 받아볼 때마다 좋은 서비스는 이다 작가의 매일 마감, 이슬아 작가의 한여름 편, 그리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배우게 되는 하퍼스 & 애틀랜틱의 뉴스레터. 스페인어판 뉴욕타임스도 일주일에 한 번 보기에 적당해서 좋다. 개인 큐레이션 뉴스레터로는 썸원의 콘텐츠, James Clear의 습관 형성 1-2-3이 좋다. 






>>> Best 소비 Top 3

"나는 나를 무조건 지지해" 생일 적금 810,000원
20만 원 + 돌아다니던 잔돈을 쫙 모아서 생일 선물로 넣었다. 이제 1년 동안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생일 선물로 적금을 쇼핑하다니, 적금 이름도 마음에 든다. 볼 때마다 나를 위해서 돈을 벌고, 쓰고, 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클럽 보증금 25000원 

이번 달에 완독 13권을 했다. 매일매일 읽는 습관을 만들어준 북클럽 챌린지! 같이 읽는 사람들이 인증하는 내용으로 자극도 많이 받고, 공부도 했다. <하틀랜드>는 충격적이었고, <이수정 이다혜 범죄영화 프로파일>과 <유럽 낙태 여행>은 회피하지 않고 드디어 읽기 잘했다. <여자는 왜 완벽하려 애쓸까> 같은 실용서나 다양한 재테크 책도 좋았고, <시선으로부터>를 읽고 정세랑 작가님의 미술계 고증에 새삼 놀라면서. 다정하면서도 투명한 시선이 뭔지 느꼈다. 

칼렌더에 완독한 날에 별표와 한줄평을 쓴다!


근육 적금 (PT 8회 및 멤버십) 120,000원 

필라테스를 2달 했지만, 근육운동 1번에 3일 동안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성격상 나는 오늘 어떤 운동으로 얼마큼 볼륨으로 움직였으며 그전과 비교했을 때 이만큼 더 할 수 있었다는 걸 정량적으로 체크할 수 있고, 혼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헬스가 좋다. 바디빌딩보다 기능적인 운동과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으로 3달 해보려 한다. 화띵! 


Worst 최악의 소비 Top 3

스페인어 수업 120,000원 

사실 수업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마케팅이나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했으니 청구를 해야 할 판이다. 어쭙잖게 협업 제안을 하지 말자. 다음부터 '도와주려는 마음'이 들 때 두 번 세 번 생각해봐야겠다. 시간 쓴 거도 힘들지만 돈까지 썼다는 사실에 힘이 빠진다. 가만히 있는다고 절대 벌 수 있는 돈이 아닌데. 인생 수업했다. 다시는 마케팅 도와준다고 말 안 꺼내야겠다. 


해외배송 대행비 21,000원 

저번 달에 질렀던 30만 원가량의 문구를 배송하는데 2만 원이 들었다. 한번 충동적으로 돈을 쓰면 연쇄 소비가 일어난다. 


원티드 글로벌 세일즈 콘 50,000원

단체 티켓으로 구입했는데 정작 헝가리 현지 업무시간이 바빠 들을 수도 없었고, 음성이라도 들으려 했더니 무슨 해괴한 플랫폼을 써서 모바일로 작동하지 않았다. 나중에 자막으로 해서 콘텐츠 준다는데, 그럴 거면 친구한테 듣고 같이 보지 돈을 쓰겠나. 전 회사 남 동료 들을 보면 콘텐츠나 수업을 절대 제값에 안 듣는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불법이라도, 꼼수라도 무조건 n/1을 해서 본다. 누군가의 지적 저작물에 쪼잔해지지 말고 예의를 갖추자라는 생각을 가진 내가 호구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이제 무료 강의나 영상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과 글'에 돈을 쓸 때 더 엄중하게 따져야겠다. 단순히 '이런 정보가 필요하고 도움이 될 거야' 정도의 생각에, 누군가의 마케팅에 5만 원을 쓰고 실제 얻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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