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진킴 Dec 27. 2020

11월: 헝가리에서의 마지막 한달

늦은 결산일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10월까지는 대출을 갚는 다는 목표가 있었고, 쓰는 돈 보다 목돈을 뭉치로 상환한다는 단순한 규칙이 있었다. 11월에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쁨 보다 허탈함이 더 컸다. 부자언니 부자연습이나 다른 재테크 관련 도서에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1억'을 우선 종잣돈으로 모으자는 추상적인 목표는 있었지만 갈 길이 멀어보여 시작하기도 전에 질려버렸다. 걱정했던 것 처럼 대출을 갚자마자 다시 과소비의 굴레로 들어가진 않았다. 


푸른살림 재무상담 코칭을 하면서 1년 동안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도 체질이 변했다는 게 느껴졌다. 돈을 보는 관점도 변했다. 돈과 나의 관계가 보다 객관적으로 변했다. 돈=나의 가치라고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대출을 상환하면서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돈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5월 무렵 읽었던 보도 셰퍼의 <돈>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돈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온 정신이 돈에 사로잡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이 문제를 한 번 철저하게 파헤쳐보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생기면, 돈이야말로 우리 인생 전반을 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테니까. 

돈에 대한 기준이 생기니 물건과 나의 관계, 사람과 나의 관계, 세계와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쓰는 삶보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 여기에 있는 나-타인-세계가 온전하게 존재하는 삶을 살고 싶다. 푸른살림에서 인생주기에 따른 재무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신년에는 더하고 싶은 열가지, 빼고 싶은 열가지'를 써보게 되었다. 


서로 다른 가치들을 원하고, 상충하는 목표들을 잡으면 혼동이 생긴다. 보도 셰퍼의 말처럼 '서로 다른 가치들이 대립하는 동안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맨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대립을 먼저 해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Best 소비 Top3 


1. 폴란드 항공권 16

극적으로 비자를 받고 친구가 일하고 있는 폴란드의 보르츠와프로 출발. 헝가리에서 만난 인연 4총사 중에 세 명이 뭉치는 초겨울 여행이었다. 코로나로 쇼핑이나 먹방을 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문을 닫은 광장과 유적지를 마음껏 걸으면서 풍경을 즐기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과 호텔에 있는 식당과 카페는 문을 열어서 우연히 초대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폴란드에서 아름다운 호수, 산, 도시 풍경을 보면서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완전한 느낌을 충만하게 받았다. 


2. 오쏘몰 이뮨 3상자 16

쿠팡 직구로 구매. 겨울만 되면 힘을 못쓰고, 자가격리 기간부터 3달 동안 컨디션 회복을 위해서 큰맘 먹고 영양제계의 에르메스(!)라는 오쏘몰을 구입했다. 먹을때 마다 빠릿빠릿한 건 플라시보효과인지... 여하간 좋다. 오메가3, 질유산균,유산균과 함께 챙겨먹고 있다. 1년 건강식품 예산을 10만원으로 나뒀는데 이렇게 비싼 영양제만 먹는다면 1년에 60만원이 필요하다. 영양제/보험등 건강 관련된 예산에 고민이 필요하다. 



3. 어머니 선물 2.7

크라코프 구시가지를 걷다가 도자기 스튜디오를 발견했다. 이렇게 유명한지 몰랐지만, 찻잔 세트를 수집하는 어머니의 취향에 너무 잘 맞을 것 같아서 선물로 접시와 주전자를 샀다. 무게를 고려해서 세트를 사지 않은게 너무 후회가 된다.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셔서.... 고민하면서 망설일때 친구들이 그래도 꼭 하나 사가라고 해줘서 고맙다. 선물은 예쁜 쓰레기라는 생각에 왠만하면 사지 않고, 돈을 모으기도 바쁜데 '필수'가 아닌 물건에 돈을 쓰는게 참 힘든데.. 이웃들이 올 때마다 진이가 헝가리에서 사온거라고 자랑을 하는 어머니를 보니 '기여비'항목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Worst 소비 3


1. (환불한) 세컨스킨 볼륨패드 1

올해 와이어 브라를 완전히 떠나서 브라렛만 입기 시작했다. 여러 브랜드 중에 가장 잘 맞는 디자인이 세컨스킨의 캐미브라인데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때 새로 사서 한국 도착하면 속옷을 바꾸려고 했다. 1년 넘게 입었으니 이제 바꿀 때도 된 것 같아서 신중하게 구매한 건데 마지막에 '볼륨패드'가 눈에 박혀서 2개를 집어넣었다. 안그래도 몸이 부해서 신경쓰이고 볼륨 등 꾸밈을 하고 싶지 않은데, 습관적으로 주문해버려서 계속 마음에 밟혔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후기를 읽어보니 비추가 대부분이라, 어렵게 고객게시판을 통해서 취소했다. 애초에 사려고 했던 것 이외에 급하게 장바구니에 넣으면 꼭 후회를 하게 된다. 


2. (추가로 하나더산) 호보니치 짜가 다이어리 1.2

매년 사용해야지, 정착하려고 마음을 먹은 무인양품의 버티컬 위클리 다이어리가 올해 단종되었다. 무인양품 유럽, 미국, 본사를 찾아봐도 아예 없다.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호보니치 커즌'인데 너무 비싸고 직구를 해야해서 번거롭다. 고민을 하다가 다른 분이 추천해주신 알리바바 호보니치st를 구입하기로 했다. 위클리가 있는 커즌만 사면되는데.... 또 고민하다가 데일리 까지 사버렸다. 이미 1월이 다가오는데 배송은 도착하지도 않았고, 또 작년처럼 위클리만 3개 먼슬리만 2개 중복으로 사지 않으려고 그렇게 결심했는데 2권을 내 돈으로 샀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