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와 직접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엄마들끼리 제법 편하게 수다가 가능한 점이다. 아이 방학을 맞아 아이친구 엄마들과 오랜만에 키카에 모였다. 도우미 선생님들이 있는 곳이라 키카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옆 커피숍에 자리 잡았다.
신나게 근황얘기, 아이들 크는 얘기, 남편 얘기, 시댁 얘기.. 서로 저마다 따발총처럼 다다다 쏟아낸다. 오랜만에 말을 한 번에 많이 해서인지 당이 딸린다. 수다도 체질에 맞아야 하는 건지, 2~3시간 집중적으로 얘기를 하다 보면 금세 기가 빨린다.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도 눈이 침침하고 얘기할 소재는 고갈되어 간다.
늘 그렇듯 뻔한 우리 얘기가 바닥날 때쯤 나름의 참신한 소재가 등장한다. 바로 남의 뒷담화. 사돈의 팔촌의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건너 건너 어쩌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 역시 어찌어찌 대충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자연스레 꺼내든다. 뭐, 건설적인 얘기가 아닐지라도 같은 나이대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서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지만 깊어지지는 않는다. 깊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비슷한 처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일대일이 편하니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분명 친한 건 맞는데 나의 넋두리가 어쩌면 내가 없는 공간에서의 안주거리가 될 수도 있기에 깊은 이야기는 꺼려진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깊은 저변의 깔린 진지한 얘기는 꺼내기 어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키카가 끝나고 점심을 먹고 쇼핑몰 내부 놀이터로 2차전에 들어간다. 퀭한 눈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 건지 내 입이 나와 상관없이 넋두리 중인지 모르겠다. 이런 날은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하게 놀았는데 나는 그냥 수다머신처럼 멍 때리며 이야기만 하다 온 거 같다. 알맹이 없는 얘기만 하다 온 좀 허무한 느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사실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매번 아이 위주의 근황 하기보다는 내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내 꿈 이야기, 관심사, 미래 얘기를 펼쳐 보아봤자 애 엄마의 뚱딴지같은 소리나 비현실적인 얘기로 공감을 사지 못할 까봐 결이 비슷한 사람에게만 나를 드러내게 된다.
물론 건설적이지 않더라도 이런 아줌마마성 수다는 가끔 필요하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하고 쏟아내고 나며 그 자체로 해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수다의 양은 다른 법! 그냥저냥 한 근황 얘기에 그칠 것이라면 나는 딱 2시간이면 족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