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글쓰기가 주는 위로와 공감은 늘 힘이 되는 것 같다. 글쓰기는 처음엔 너무 낯설었고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거 같아 써도 써도 완전히 솔직해지기가 어려웠다. 남한테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내 글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고민한 첫 이야기로 가난했던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내려 갔다. 글을 쓰는 동안 당시의 어린 나를 마주하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고 짠했다. 겉으로 감정을 격하게 토해내지 않아도 글쓰기만으로 예전의 나의 감정을 무던히 바라보게 되었다. 인문학 시간 써온 글을 다 읽고 나니 묵묵히 들어주신 선생님들께서는 "정말 솔직한 글이네요"하시며 어깨를 토닥거려 주신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구구절절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내가 쓴 글을 나눈다는 거 자체가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날 나는 그렇게 글쓰기의 오묘한 매력에 빠졌다.
글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말 힘든 감정이 올라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온갖 잡생각, 이상한 상상 때문에 하루하루 너무나 힘들 때 누군가 글을 써보라 조언해 주었다.
엄마와에 극에 달은 불화로 점점 피폐해져 갈 때, 마음속에 있는 모든 분노의 감정을 노트 속에 다 담아버렸다. 독하고 지독한 감정의 찌꺼기까지 싹 쓸어 담았다. 분명 글을 썼는데, 분노하는 대상 앞에서 악다구니 쓰고 화내고 소리친 거처럼 진이 쭉 빠진다. 실제로 그랬다면 격한 감정이 올라오고 눈물이 가득 차버려하고 싶은 말의 반의 반도 못했을 텐데.. 글쓰기란 참 신기하다.
글의 힘은 꽤 큰 거 같다. 내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게 되니 나 자신에게도 솔직해진다. 왜 우리는 가끔 나 자신도 속이면서 살지 않은가..
지금도 그날그날 느낀 감정들을 글쓰기에 담아내고 있다. 글쓰기는 예쁘지 않던 내 감정이 내 안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시작한 나만의 예쁜 쓰레기통이다. 쓰레기를 담으면 그냥 더러운 쓰레기통이지 예쁜 게 어디 있을까 마는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용기 내지 못했던 나의 감정을 포장하지 않고 여실히 담아놓았으니 쓰레기통이지만 비우지 않고 계속 지니고 싶으니 예쁜 쓰레기통이다. 오늘도 어떤 감정을 나의 쓰레기통에 집어넣을까 생각해 본다. 솔직한 글에 내 마음을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