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ves Tumor, 재달
수현이형(@yoll_sugi)이 카드뉴스로 정리한 Mixmag 피쳐 기사 [현시점에서 정리해보는 2020년 최고의 앨범 33장] 중 맨 위에 소개된 앨범이다. 음악을 디깅함에 있어 한국이라는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장르별로 들어볼까? 그래도 씬이라는 게 있는데, 국가별로 들어보는 게 낫겠지? 아냐, 옛날처럼 피처링을 따라가?’ 사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더라도 결국엔 ‘이건 어차피 다 못 들어’로 귀결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고민이다. 이렇게 막막할 때는 이런 영양가 높은 음악 추천 글들을 찾게 된다. 덕분에 그나마 흥미를 잃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꼭꼭 씹어먹을 수 있다. 33개 앨범 중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앨범들이 대부분 애플 뮤직에 유통되고 있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Heaven to a Tortured Mind]는 이 쟁쟁한 33개 앨범 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앨범이다. 단지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해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알파벳 순으로 정렬하여 굳~이 찾아서 들어야 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적당히 쿨하면서도 으레 느껴지는 부담스러움이 없다. 오래오래 들을만한 앨범.
* 멜론 앨범 소개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출신 Yves Tumor가 이번 앨범의 수록곡 <Gospel For A New Century>와 <Romanticist>에, 이송아의 <당신은 무얼 몰라>와 김남미의 <오! 그말>이라는 7080년대 한국 곡들을 각각 샘플링 요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디깅한다고 까불지 말고 일단 한국 노래부터 열심히 들어야겠지?
이재현 연습생, 소마 남친, 내일의 숙취 뱃사공이랑 블랭 뒤에 걔... 여러모로 이상한 경로로 재달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리짓군즈에서 음악은 재달이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생활관 침대에서 <눈꺼풀>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은 아직도 생생하고, 온스테이지에서의 <Flop> 라이브는 한때 꿈꿨던 롹스타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벅차오른다. 최근 아이콘칩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재달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힙합과 락의 사이에서 묘하게 자신만의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는 재달의 음악은... 음... 재달의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보려고 했는데, 딱히 하고 싶지 않아 졌다. 솔직히 힙합과 락을 따로따로는 즐겨 듣지만서도, 그 둘 사이에 있다고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음악이나 그 둘을 어떻게든 섞어보려는 시도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좀 작위적이었달까? 재달의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힙합의 요소와 락의 요소를 아주 족집게로 한 올 한 올 뽑아서 만들어낸 음악 같다. 유치하지 않고, 구차하지 않고, 낭만적이고, 멋있고. 이번 [Bomb Head]는 메인 프로듀서인 제임스 키스의 영향인지 강렬한 리프를 중심으로 한 락(Rock)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선이 더 굵어진 것 같아서 전작들보다 더 마음에 든다. 딩고와 진행한 앨범 스포일러 영상을 본 뒤 앨범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감상하다 보니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돈키호티>에서 구현되는 느낌이 들었다. 가사도 그렇고, 벌스나 훅의 반복 없이 우직하게 나아가기만 하다가 갑자기 반전되는 곡의 구성도 그렇고. 더 구체적인 끼워 맞추기를 해보고 싶지만, 구차하지 않아서 멋있는 재달의 음악에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쯤에서 멈춘다.
* 세로 영상으로 제작된 <돈키호티>의 뮤직비디오도 아주 인상적이다. 최근 구교환x이옥섭의 [펫숍 브이로그]와 함께 가장 영감을 많이 줬던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