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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Aug 19. 2019

FRED. [너의 가림막]

FRED. [너의 가림막]

FRED.(프레드) - 너의 가림막 (2019)



FRED.(프레드)의 첫 EP [너의 가림막]은 깔끔하다. 입체적인 신디사이저와 몽글몽글한 기타 톤으로 전반적인 뼈대를 구축하여 Bedroom Pop적인 특징을 살리되, 인위적인 Lo-fi 질감은 배제하고 사운드 하나하나를 또렷이 살려낸 것이 독특하다. Lo-fi 질감 대신 목소리를 겹겹이 쌓은 코러스를 활용해 부유하는 느낌을 형성하여 귀에 거슬리는 요소 없이 편안함을 앨범 전반에 심어준다. 여기까지만 짚어보자면 어느 정도 *앰비언트 뮤직의 문법을 따라가는 것 같지만, [너의 가림막]만의 '깔끔한' 개성을 만드는 것이 있다. 물론 FRED.의 목소리다.


FRED.는 쥐어짜내는 느낌 없이 자신이 편안하게 뽑아낼 수 있는 만큼의 고음까지만 음을 배치하여 시원한 가창력을 보인다. 이러한 장점은 만약 노래의 흐름이 역동적이지 않다면 밋밋하게 비추어질 수도 있다. 앰비언트적 요소가 많아 기승전결이 너무 눈에 띄면 촌스러울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음악은 특히 그렇다. FRED.는 요즘 주목받는 씽잉랩(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다)의 창법을 접목시켜 리듬을 당기고 푸는 텐션에 신경 쓰고, 발음을 굴려가며 듣는 재미를 더한다.


크러쉬나 딘 같은 PBR&B 장르의 보컬로 분류할 수 있겠다. 자칫하면 너무 흐릿하여 선  없이 색만 드러나 지루함에 빠질 수 있는 장르인데, 뚜렷한 보컬 운용을 통해 말똥말똥한 색채가 더 두드러지며 이를 극복한다.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지만, 언젠가라도 천천히 소중한 누군가에게 여러분의 가림막을 걷어내어 보아요. - 너의 가림막 앨범 소개 中


깔끔한 음색에 걸맞은 솔직한 가사도 눈에 띈다. 솔직한 가사로 유명한 몇몇 곡들을 듣다 보면 민망해질 때가 있다. 마음속에 꼭꼭 숨긴 것은 어쩌면 대놓고 말하기 유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노래는 '이건 솔직한 가사야. 어때? 너도 이런 마음 갖고 있지?' 하며 공감을 억지로 유발한다. [너의 가림막]의 가사는 유치한 주제를 말로 깊게 파고들어 모든 것을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장면을 그려내듯 서술하거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말들을 잘 정리해가며 천천히 핵심으로 다가간다.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계속해서 유예되다 곡의 분위기가 가장 끌어올려진 순간에 아무렇지 않게 제시된다. 앨범 소개처럼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하지만, 전달된 이야기는 충분히 와 닿는다.




신디사이저나 코러스를 빼고 최대한 드라이하게 녹음된 사운드클라우드의 미발매곡이나 데모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평범한 기타 톤이지만 코드와 멜로디 진행이 탁월하고, 수수한 사운드에 시원한 FRED.의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앰비언트 뮤직 : Ambient Music - 전통적인 음악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음색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음악







'좁고 깊게' 듣는 레토르트 에디터 정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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