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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Jan 13. 2020

[코멘터리] 겨울이니까

(아래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들으며 글을 읽으세요.)


겨울이니까


<setlist>

cuco, winter's ballad (00:00 ~ 04:36)

strawberry guy, without you (04:37 ~ 08:21)

alvvays, dreams tonite (08:22 ~ 11:31)

matt maltese, studio 6 (11:32 ~ 14:31)

floor cry, who's gonna drive u home? (14:32 ~ 18:05) 




    계절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어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벚꽃엔딩>처럼 대놓고 시즌을 저격한 노래가 아니고서야, 아직도 음악을 들으면서 딱 4가지 카테고리로 곡을 분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음악 취향이란 건 극히 개인적인 것이라지만 아열대 기후의 바다가 테마인 CHS의 음악을 겨울에 듣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내가 좀 이상한가?' 싶기도 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테마를 잡고 곡을 선정하는 것과 곡을 선정하고 테마를 붙이는 것.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매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걸 목표로 했기 때문에 결국엔 후자의 방식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스스로 평가해보건대, 분명 테마를 먼저 결정한 뒤 곡을 선정하는 게 어쨌든 좀 더 와 닿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최대한 테마를 먼저 정하려고 시도하되, 정 떠오르지 않는다면 곡을 먼저 선정하고 테마를 붙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계절을 기준으로 음악을 잘 나눠 버릇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겨울을 테마로 잡고 곡을 선정하는 것은 유독 어려웠다. 겨울이라는 계절은 다른 계절과 달리 담고 있는 감성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한쪽엔 해가 짧아 금방 어둑해지는 하늘과 잎을 털어내고 벌거벗은 가로수의 쓸쓸함이 있고, 다른 한쪽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비롯해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한 훈훈함도 있다. 두 가지 모두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긴 하지만, 일관성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싶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자 했다. 하지만 선곡을 다 하고 보니 머릿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두 감성 모두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1번 트랙 : cuco, winter's ballad (00:00 ~ 04:36)


    멕시코계 뮤지션 Cuco에게서 기대하는 바는 단순하다. 스페니쉬 혹은 스페니쉬 억양이 섞인 영어로 흥얼거리는 보사노바풍의 후텁지근한 음악이 그것이다. 그를 처음으로 주목받게 해 준 작품 <Hydrocodone>은 이러한 바이브의 전형인데, 사실 스스로가 자신의 장르라고 언급한 '얼터너티브 드림팝'은 현재 유행하는 '베드룸팝'과 큰 맥락에서 비슷하다. 둘 다 듣기 편하고 직관적인, 그런 음악이다. Cuco가 차별화되는 건 '베드룸팝'의 편안하면서도 차가운(Chill) 바이브에 라틴의 뜨거운 특성을 녹여낸 따뜻함이 있어서다. 그 따뜻함이 겨울을 위한 트랙인 <Winter's Ballad>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우면서도 따뜻한, 내가 좋아하는 겨울의 감성이다.




3번 트랙 : alvvays, dreams tonite (08:22 ~ 11:31)


    Alvvays는 그 반대다. 1집 [Alvvays]의 타이틀곡 <Archie, Marry Me>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은 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한다. 음악에선 무더운 여름에 잠깐씩 부는 시원한 바람의 청량감이 느껴진다. 나는 캐나다의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캐나다 출신의 Alvvays는 첫 번째 앨범에 한여름의 청량감을 담아냈다. <Dreams Tonite>가 수록된 2집 [Antisocialities]는 그보다 온도가 조금 낮다. 덕분에 그들의 겨울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Lo-Fi 질감의 믹싱과 무심한 듯한 보컬의 목소리가 합쳐져 북쪽 지방의 추운 밤을 묘사한다. 그렇다고 마냥 춥기만 한 건 아니다. 여기에 신비한 감수성이 몽환적인 멜로디를 통해 가미된다. 밤하늘에 빽빽하게 박힌 별과 오로라의 모습을 그려내며 듣는 사람의 마음을 은근하게 울리는 곡이다.




2번 트랙 : strawberry guy, without you (04:37 ~ 08:21) (가사)

4번 트랙 : matt maltese, studio 6 (11:32 ~ 14:31) (가사)

5번 트랙 : floor cry, who's gonna drive u home? (14:32 ~ 18:05) (가사) 


    이 세 곡은 겨울의 쓸쓸함이 더 강조된 작품이다. 사용된 악기의 구성이 단조롭고 곡에 여백이 많으며, 흐름이 모두 일정하게 이어진다. 대신 다른 두 곡보다 더 직접적으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훨씬 뭉클하다. Strawberry Guy는 <Without You>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절절한 짝사랑을 담아낸다. 위태로운 그의 보컬은 상대를 바라보는 괴로운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한다. <who's gonna drive u home?>는 1984년에 발매된 The Cars의 <Drive>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곡이지만 Floor Cry를 만나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 여자가 실의에 빠져있는 그를 걱정해주는 듯한 내용으로 느껴졌다. <studio 6>는 이별 후 기억나는 것은 커다란 사건이 아닌 사소한 일상이라는 사실을 주제로 한 잔잔한 발라드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흥미로우니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Matt Maltese - studio 6 (Official Video)




FYI. 커버 사진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이다. 두꺼운 파카를 껴입은 다정한 남녀와 눈이 내리지 않은 바다의 모습이 마냥 춥게만 느껴지진 않아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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