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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Jan 17. 2020

WEEKLY MUSIC  : 2020년 1월 3주차

이 주의 추천 음악



1. Mac Miller <Good News>

    2018년 세상을 떠난 Mac Miller의 사후 유작 [Circles]가 미국 현지 일자로 1월 17일에 발매된다. 전체 트랙 공개 전 <Good News>가 싱글 형태로 선발매되었다. 유족은 [Circles]의 발매를 발표하며, 이 앨범이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Swimming]과 "Swimming in Circles"라는 컨셉으로 함께 작업되고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때문에 두 앨범 사이에 긴밀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공동 프로듀서 Jon Brion이 그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과 초기 스케치를 바탕으로 미완성된 트랙들을 마무리하였다.


가사(클릭하면 이동)와 함께 곡을 감상하기 바란다.




    그가 사망하기 전 작업한 곡이지만, 가사를 보면 어쩐지 그가 하늘에서 보낸 메세지 같다.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생전에 남긴 유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누군가 Mac Miller라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도 참 괜찮은 감상평이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던 뮤지션의 사후 유작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뮤직비디오는 <Good News>가 주는 신성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마치 그가 저 너머로 가는 여정을 그린 듯하다. Mac Miller가 사망한 나이와 같은 26송이의 꽃이나,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견 Ralphie와 함께 생전 그가 몰던 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장면 등 다양항 상징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2. 천용성 <중학생 (Feat. 임주연)>



    2019년 첫 앨범 [김일성이 죽던 해]로 많은 호평을 받았던 천용성이 두 곡 분량의 싱글 [중학생]으로 돌아왔다. 포크 장르의 아티스트로 분류되는 천용성이지만 [김일성이 죽던 해]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일반적인 포크 장르의 영역을 넘어선 스타일이 돋보인다. [중학생]의 두 곡은 '무기력'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다. <분더바>의 경우 지난 2014년 카페 분더바 강제 철거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카페 이름이었던 '분더바'를 "분하지. 더럽지. 바뀌는 건 하나 없지."라는 가사로 풀어내 현실을 풍자하는 것이 독특하다. 분더바(Wunderbar)는 독일어로 '훌륭해!'라는 뜻인데, 곡의 내용과 대비되는 제목이 비루한 현실을 더 세게 비꼰다.




    <중학생>은 사춘기 중학생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밥맛도 없고, 노는 것도 귀찮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시원찮은 무기력한 기분은 사춘기를 통과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 향수에 빠져 어린 시절로 회귀한 몸과 마음에 "세상의 예쁜 것들은 모두가 거짓인가요?"라는 질문이 날카롭게 던져지면,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이 덜컹하고 눈앞에 나타난다. 그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됐고, 예쁜 것은 대부분 거짓인 것을 알아버렸고, 계속 무기력하다. 7분 길이의 긴 곡이지만 임주연의 수수한 목소리와 우울한 기타 솔로 덕분에 지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3. Logic <Vacation From Myself>



    피치포크 평점 2.9점, 평론가 Anthony Fantano가 꼽은 2019년 최악의 앨범 7위 등 평단의 쏟아지는 비판을 받았던 랩퍼 Logic의 [Supermarket]. Logic 본인이 쓴 동명 소설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컨셉을 가진 이 앨범은 발매 당시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원래부터 Logic의 팬이었던 이들은 갑자기 손에 쥔 얼터너티브 락 장르의 앨범에 얼떨떨하였고, 락 팬들은 여러 아티스트의 레퍼런스를 가져다 대충 가상악기로 찍어낸 듯한 사운드를 들으며, 이 랩퍼라는 작자가 얼마나 이 장르를 우습게 보는 것인가 하는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이 성의 없는 앨범에서도 건질 곡은 있다. 바로 Mac DeMarco가 프로듀싱한 <Vacation From Myself>다.



   

    <Vacation From Myself>가 반가운 이유는 Mac DeMarco의 초창기 작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차분해진 그의 최근 모습도 좋다. 하지만 한편으론 [Another One]과 [Salad Days] 때의 기분 좋은 컨트리풍 바이브도 그리웠던 게 사실이다. 거의 뒤로 자빠질 듯이 레이백 된 기타 멜로디엔 여유가 한껏 느껴지고, 곡의 흐름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베이스 라인은 엄청 특별하진 않지만, 앨범 전체를 고려해보면 제대로 잡힌 베이스 라인 자체가 너무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이 반갑다. 이도 저도 아닌 보컬을 모든 트랙에서 보여주었던 Logic이 유일하게 이 곡에서는 괜찮은 활약을 보이는데, 왜냐하면 Mac DeMarco를 거의 모창 하다시피 노래를 불러서 그렇다. 솔직히 이럴 거면 그냥 Mac DeMarco가 불렀으면 어땠을까 싶다.






4. The Garden <Call This # Now>


"내가 얘네들을 왜 자꾸 들으러 오는지 모르겠어. 얘네 음악을 들은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내가 얘네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실히 말을 못 하겠다."


    위의 인용구는 The Garden의 <No Destination>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인데, 이것보다 더 적절하게 이 밴드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세계가 확실하게 잡혀있는 아티스트에겐 개성 있다, 독특하다(unique) 등의 단어가 따라오는데, The Garden은 그걸 넘어 이상하다(weird) 같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The Garden은 자신들의 장르를 'Vada Vada'라고 정의 내리고, 특정한 방향성을 고수하기보단 그저 표현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서 받아들여 작품 안에 뒤섞어버리는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대충 설명하자면 The Garden의 음악은 강한 펑크락의 색채에 Death Grips가 떠오르는 실험적인 힙합, 9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레이브 음악, 베이스가 강조된 일렉트로닉, 신디사이저로 몽환적인 느낌을 조성하는 드림팝 등 다양한 스타일이 융합된 완전히 새로운 예술이다.




    <Call This # Now>는 인트로와 아웃트로 부분의 스크리밍을 제외하면, The Garden의 작품 중에서 대중성이 꽤 가미된 편에 속한다. Wet한 베이스 라인이 귀를 트램폴린처럼 넓고 얇게 눌러주면 트럼펫 효과음과 호루라기 소리가 그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개성 있는 목소리는 "Call This # Now"라는 문장을 머릿속에 때려 박는다. 훅이라고 볼 수 있는 파트에선 높은 신디사이저와 비속어 섞인 가사로 흥(분)을 돋운다. 비루한 중년을 Big Shot(거물)으로 만들어주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도 흥미롭다. 쌍둥이로 구성된 The Garden의 두 멤버가 덮어쓴 고스 스타일의 분장이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 친구들 엄청 잘생겼다.



분장을 지운 The Garden. 둘은 입 생 로랑, 발렌시아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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