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결성된 the booyah! kids는 Julian Kaufman, Emma Lee, Aidan Ludlam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로, 2018년 10월 앨범 [bedroom headroom]을 발매하며 데뷔하였다. 그들은 약 3개월 만에 10곡 분량의 앨범 [Booyah]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새로운 앨범의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데뷔작보다 미니멀해진 구성과, 이에 맞춰 훨씬 따뜻해진 앨범의 결이 눈에 띈다.
the booyah kids <Don't Trust Me>
the booyah! kids는 동양인 여성 프론트맨과 단출한 악기 구성이라는 특징에서 자연스럽게 Superorganism을 떠올리게 한다. 멤버 수만큼 겹겹이 쌓인 소리의 층과 그 속에서도 각자의 독특한 개성들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Superorganism의 음악이 왁자지껄한 대가족 같다면, 상대적으로 조촐하지만 멤버 세 명이 똘똘 뭉쳐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the booyah! kids의 음악은 조용하지만 화목한 소가족 같다. 셋이 다정하게 껴안은 귀여운 앨범 커버만 봐도 그렇다.
2. solomonophic <the carol in her eyes>
solomonophonic은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제대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다. 2014년 친구와 함께 테이프 레코더로 데모를 만들던 Jared Solomon은, 이후 solomonophonic이라는 활동명으로 soundcloud, bandcamp 등의 음원 유통 서비스를 통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solomonophonic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
그의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도대체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는 것인지 정의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 곡에 많은 장르가 섞여있다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내는 곡마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한다는 뜻이다. 이는 solomonophonic이 워낙 넓게 음악을 듣기 때문인데, 위에 열거된 아티스트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다양한 범위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첫 앨범 [A Collection of Love Songs and Instrumentals for the Post Millennial's Tortured Soul]은 이런 그의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신스팝, 슈게이징, 칠웨이브, 힙합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이 들어있다. 곡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듣다 보면 서로 너무나도 다른 곡들이 흐름 없이 산재되어 있어 듣다 보면 좀 정신 사납다.
solomonophonic <The Carol In Her Eyes>
이 때문에 solomonophonic은 자신이 하는 음악의 스타일이 트렌드가 된 시대가 왔음에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를 주로 조명하는 큐레이터들마저도 solomonophonic에게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The Carol In Her Eyes>는 묻히기 너무 아까운 곡이다. 이 싱글은 solomonophonic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잔잔한 트랙인데, 만약 그가 명확한 하나의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면 딱 이 느낌이 좋을 것 같다. 캐치한 기타 리프에 로맨틱하고 직접적인 노랫말이 소울풀한 가성을 타고 스며들고, 정직한 진성으로 부르는 후렴은 되려 차분한 인상을 준다. 앨범 커버처럼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 어울리는 트랙이다.
3. Macintosh Plus <Sick & Panic>
2011년 베이퍼웨이브의 바이블과도 같은 앨범 [Floral Shoppe]로 새로운 인터넷 서브컬쳐를 이끌어낸 Macintosh Plus. 베이퍼웨이브 마니아들의 신봉과는 달리 본인은 [Floral Shoppe]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Machintosh Plus는 이번 싱글 <Sick & Panic>을 발매하며 자신의 SNS에 '어떻게든 X같은 [Floral Shoppe]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 해답으로 [Floral Shoppe]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음악을 만드려고 했다'고 밝혔다.
Macintosh Plus <Sick & Panic>
확실히 <Sick & Panic>은 [Floral Shoppe]과 다르다. 어떻게든 그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 애를 쓰는 모습과 은근한 짜증이 현란하고도 어지러운 음악에서도 느껴져서 [Floral Shoppe]을 자주 들었던 것이 미안해질 지경이다. 12분 동안 온갖 Glitch 사운드가 자아내는 묘한 감성을 중심으로 트립합, 인더스트리얼, 베이퍼웨이브 등 다양한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지루할 틈 없이 곡이 이어진다. Machintosh Plus를 알던 사람, 모르던 사람 모두 처음 들으면 여러 가지 의미로 Sick & Panic할 곡이다.
4. 이규호(Kyo) <머리끝에 물기>
나른한 시티팝, 절절한 발라드 등 레트로 열풍 덕에 다시 조명받는 옛 음악들이 많지만, 유독 밴드 음악만은 그 영향권 밖에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밴드 음악은 감성적인 부분에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음악에서 배어 나오는 촌스러움을 숨기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규호의 <머리끝에 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990년에 나온 음악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멜로디와 가사가 세련됐다. 지하철에서 이성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는 당장 오늘 친한 친구에게 들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공감을 일으킬만한 내용이다. 다른 기교 없이 악기 본연의 사운드를 살린 것은 오히려 요즘 음악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이규호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둘의 성별은 다르지만) 새소년의 황소윤이 오버랩되며 현세대에 어필할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곡의 녹음이 아주 선명하고 깔끔하게 된 것도 세련된 느낌에 한 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