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좀 쓰시나 봐요

아니요.

by 벚꽃 리듬

살면서 들어 본 칭찬이 몇 개 없다.


있어 봤자 ‘잘생겼다’, 그리고 ‘잘 쓴다’는 정도. ‘잘생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냥 그런가 싶어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이지만 어쩌다 ‘잘 쓴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게 정말 그런가 싶어 아 그런가요, 하고 받아넘기게 된다. 잘생긴 줄은 거울만 봐도 알겠는데, 잘 쓰는 줄은 몇 번을 봐도 잘 모르겠거든요.

글 잘 쓴다는 칭찬은 뭐랄까. 아무리 들어도(사실 가끔 듣지만)


"어제 봤는데, 네 거시기 예쁘더라."

요런 얘기를 듣는 느낌이다. 아니, 그걸 왜 봐? 아니, 그리고 보면 본 거지 뭐, 나한테 어쩌라고? 하는 마음도 어쩔 땐 든다.

가끔씩 써 달라고 하는 곳이 있어 써주기는 하는데, 솔직히…… 뭔가를 써서 보여 줄 때마다 강제로 바지가 벗겨지는 거 같아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너무나 작고, 냄새나는 부분이 들춰지는 기분이라, 살포―시 두 손으로 가리고 싶어진다(물론 한 손으로도 충분하죠).


정말 최악은 “에게, 생각보다 작네.”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인데, 다행히 면전에선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데 최근 들어 브런치에 글 한 번 써봐라, 왜 안 쓰느냐 옆구리를 콕콕 찔러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어물어물 대답을 피하게 되는 건, 뭐? 어디서 바지를 벗으라고? 브런치? 차마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일 터다.

그러고 보면 누드모델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잡는 걸까. 나는 돈 받고 일하는 프로니까 확실하게 보여 주겠어. 어서들 와서 보라고. 거기 말고 여길 좀 더 자세히. 아니, 거기가 아니라니까.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집중해야지, 집중! 이렇게들 스스로 되뇌고 있는 거라면 정말 대단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니겠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누드모델은 해본 적이 없어서.


좌우간. 개인적으론 돈을 받는 프로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글이 더 잘 써질 거 같지도 않고, 많은 독자들이 봐준다고 해서 더욱 더 신이 날 거 같지도 않다. 생판 모르는―아는 사람도 꽤 포함되어 있는―백 명, 천 명, 만 명의 관중 앞에 서야 하는 누드모델을 상상해 보자. 아니면, 자기 알몸 사진이 인터넷에 쫙 퍼져서 여기저기 도용되고 합성되는 상상이라든가.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음.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해 보는 건데, 여러분.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글을 써보라고 재촉하실 땐, 잠깐이나마 그 사람이 낯을 많이 가리는지 아닌지 고려해 주세요. 어쩌면 그 사람도 자기 바지는 자기가 알아서 하고 싶은 건지 모릅니다. 벗고 싶을 때 벗고, 보여 주고 싶을 때 보여 주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손이 자기 몸에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보는 사람 입장도 잊으면 안 되겠죠. 보여 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보기 싫은 걸 억지로 보게 하는 건 폭력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해 보는 건데, 전국의 바바리맨 여러분. 정정당당하게 누드모델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떠신지.




말은 이렇게 해놓고 결국 브런치까지 와서 슬금슬금 벨트를 풀고 있다. 씻다가 거울을 봤을 때는 분명 '음.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은데' 라며 스스로에게 빠져드는 맛이 있었다.


……이상하다. 왜 그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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