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배운 일을 쓰기 시작하며
아버지는 말하셨다.
참 많은 말씀을 하셨다.
아들은 들었다.
솔직히 너무 많이 말씀하셔서 소홀히 들었다.
누군가 내 ‘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이 누군지 물었을 때, 경영의 위인들이 떠올랐지만, 곱씹어보니 아버지에게 배운 게 가장 컸다.
아버지는 일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아버지는 큰돈을 번 사람도 아니고, 세상을 놀랄만한 일을 한 사람도 아니고,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깊이 해서 장인이 된 사람도 아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일의 지혜가 있으신 분이다. 본질을 볼 줄 아는 분이고, 인사이트를 말씀할 줄 아는 분이고, 세상에 대한 지식과 생각이 넓고 깊은 분이다.
아버지께 책을 써보시길 부탁드렸다.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그거 써서 뭐 하냐고 하셨다. 세상에 책이 많은데 뭐 하러 책을 하나 또 남기냐고 하셨다.
아버지도 일흔을 넘겼다. (그렇게 보이신다)
나도 마흔을 넘겼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배운 일을 쓰려고 한다. 아버지의 촌철살인 같은 말로 내 마음에 남겨진 영감을 글로 남긴다. 실제로 난 일을 하면서 종종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릴 때가 많다. 내 성장의 뿌리에는 아버지가 계셨다. (어머니도 계셨다.)
때로는 실패하고, 뒤통수 맞고, 돈을 잃고, 헛발질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신 그가, 아들은 좋은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르쳐주신 것들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아버지의 통찰이 함께 하길 바란다.
ps.
아, 아버지는 아들이 이런 글을 쓰는 거 모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