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포르투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숙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길에서 처음 만난 건물은 좁아 보였지만 막상 들어가니 집이 깊게 길게 있었다. 문을 두 개 여니 거실이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는데 계단 옆 책장에 책이 빼곡했다. 넓은 공간에 소파와 테이블 TV만 있는 안락한 거실을 지나서 문을 하나 더 여니 부엌과 식탁이 나왔다. 미국 드라마에서 볼법한 서양 잘 사는 집 스타일의 느낌이었다.
통유리로 된 문을 여니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바닥이 돌로 깔려 있고 한쪽에는 창고와 자전거가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거기에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니 작은 정원이 있었고 그 끝에 아담한 집이 하나 있었다. 그곳이 내가 2박 3일 묵을 숙소였다.
아마도 집주인이 게스트하우스로 쓰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어릴 때 집을 그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리는 사각형 위에 삼각형이 있는 모양의 집이다. 샤워실까지 있는 화장실, 간단한 요리 해서 먹을 수 있는 주방, 퀸사이즈 침대, 정원이 보이는 곳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책상까지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말이 어울리는 집이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더 머물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공간이었다. 보통 여행지에 도착하면 대충 짐 풀고 얼른 나갈 생각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나는 의자에 앉아 이 집의 아늑한 공기를 만끽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포르투의 하늘과 소박한 정원을 즐겼다.
그리고 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새 나타나서 정원에 앉아 이번에는 누가 왔나 살펴본다. 고양이의 조용히 살금살금 걷는 모습이 이 평화로움에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여행의 시간에 향긋한 향신료를 한 줌 올려놓았다.
좋은 장소, 좋은 날씨, 좋은 고양이, 고마운 시간이다.
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