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포르투갈을 선택했던가
열흘 정도 여행의 기회가 생겼을 때
내 머릿속에는 몇 군데 후보가 떠올랐다.
예전부터 사하라 사막을 가보고 싶어서
모로코에 가볼까 생각했고
동남아시아를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그곳의 성장을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싱가포르, 베트남을 가볼까 생각도 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드니!>를 재밌게 읽고
그냥 나도 모르게 시드니가 가보고 싶어 져서
호주를 가볼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으로 가게 됐다.
리스본.
언젠가 봤던 이미지들이 겹겹이 쌓여서
리스본은 내게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게다가 혼자 길게 갈 수 있는 여행이니
기왕 가는 거 멀리 멀리 멀리 가보자 생각했다.
사실 리스본에서
어디를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딱히 없다.
(런던에서는 처칠의 동상을 보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그냥 리스본,
도시 그 자체를 보고 걷고 싶어서 가는 길이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삶에 대해 생각하고
글에 대해 생각하고
길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 도시는 괜찮은 선택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리스본 첫날은 밤에 도착하니
실제로 낮을 경험하는 시간은 8일이다.
중간에 포르투에 3일 다녀오고,
그러면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것이다.
얼마나 걸을 생각을 했던지
신발을 하나 더 챙겨가기로 마음먹었다.
내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새 양말을 좀 사서 가져갈까 생각했다.
(결국 몇 켤레 샀다 ㅎㅎ)
그만큼 걷고 걷고 걷는 여행이다.
부디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결국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ps.
오늘 확인해 보니
첫 3일 동안 비가 매일 온다....
*
제가 마흔하나가 되어 일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을 서울에 둔 채
홀로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부디 재밌게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