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난 항공권 티켓이 손에 쥐어지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여행 준비는 사실 여러가지 불확실성과의 사투였다. 내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땅의 기후는 어떨지, 어떤 사람들일지, 어떤 곳을 가야 할지, 어떤 것도 내게 확실한 것이 없다. 여행책을 비롯해서 유튜브까지 이것저것 찾아보지만 그건 모두 간접적인 정보와 지식일 뿐 실제로 내가 아는 것이 맞을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 불확실이 싫어서 여행갈 때마다 더 공부하고 가려고 했다.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면서 여행이 점점 실체화가 되어간다. 이제 진짜 가는구나 싶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동하고 먹고 자는 것과 해외 생활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건 일종의 계약이고 실제로 계약이 이행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약속한 대로 되지 않을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그리 많지 않고 정상화를 하는 데 꽤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 영어로 해야 되지 않은가! 학교에서 영어 문장의 형식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영어부터 가르쳐줘야 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 일찍 나왔다. 사람들의 출근길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 설렘도 있지만 문제는 없을까 걱정도 되는 길.
에스컬레이터 몇 번을 갈아타 올라가면 드디어 항공권을 받을 수 있는 거대한 홀에 도착한다. 여기 와서야 설렘의 무게가 걱정의 무게를 이긴다. 외국은 잘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만난 항공사 직원들은 모두 미소를 갖고 있다. 그것이 교육에 의한 것인지, 그런 미소를 갖고 있는 사람만 채용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비행기 앞에서 여전히 불안의 소리가 속삭이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꽤 감사한 응원이 된다. 이번 여행, 괜찮아요, 괜찮을 거에요.
하얗고 긴 항공권 티켓이 손에 닿는다. 도착지와 출발지, 출발 시간, 내 자리. 이 모든 약속이 이제야 물질이 되어 잡을 수 있게 된다. 계약의 이행. 이행의 감사. 이제 마음을 놓고 설레는 미소를 마음껏 지을 수 있다. 열흘간 집을 비우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였다.
여전히 불확실은 많지만 첫 번째 약속이 지켜지니 다음 약속도 지켜질 것이라는 막연한 안심이 고개를 든다. 게다가 내 가방에는 칼도 없고, 폭탄도 없고, 표창도 없고(일본 공항에서 본 캐리어 넣으면 안 되는 물건 리스트에 표창이 있었다), 비행기 타는 건 문제 없겠지.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건너가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