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롤드골공항에서
파리의 첫인상은 비였다.
포르투갈 직행이 9월부터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아껴볼 마음에 매일 검색을 하다가 파리 경유가 그나마 좀 더 저렴함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파리도 한번 살짝 볼까. 모두에게 낭만의 도시인 파리는 어떤 곳일까. 나의 최종 선택은 가는 길에는 2시간, 돌아오는 길에는 15시간 파리에 머물 수 있는 티켓이었다.
샤를드골공항에 내렸을 때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었다. 파리의 낭만적인 비가 내리는 어떤 풍경이 마음의 서랍 속 어딘가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내 눈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설렘 혹은 피곤함을 안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고 거대한 창밖에 빗물이 주르륵 타고 내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샤를드골’이 누구인가 궁금해졌다.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할 때도 궁금해서 잠깐 찾아봤던 나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을 받은 프랑스에서 독립운동인 ‘레지스탕스 운동’을 펼쳤고, 연합군을 구성했을 때 프랑스 대표였으며, 전후에는 대통령까지 했던 인물. 내가 아는 아주 얕은 정보였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알려주세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항의 이름을 붙일 정도라면 프랑스 국민들에게는 대단한 영웅 아닐까. 공항 한쪽에 ‘나야, 샤를 드 골’ 정도의 동상이라도 있거나 ‘샤를 드 골 이야기’ 안내문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돌아다녀 봐도 찾기 어려웠다. (찾아보러 다닌 나도 참 웃기긴 하다. 혹시 보신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공항에서 샤를 드 골을 더 검색했다. 이제는 사색도 탐색도 모두 검색의 색 위에 얹어진다. 콧수염이 꽤 매력적인 사진을 보았고, 그가 상당히 자아도취적인 성격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이름을 쓸 때 ‘샤를드골’이 아니라 ‘샤를 드 골’로 쓰는 게 정확한 표기였다. 독재자적인 면모도 보였지만 그가 대통령이었던 시기에 경제 발전을 많이 이뤘다고도 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졌고 나중에 그에 대한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검색을 마무리했다.
전 세계인이 오는 첫 관문에 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이런 사람을 가진 나라야, 우리는 이런 사람의 뜻을 이어받은 나라야, 우리나라의 철학은 이런 사람이 대표해. 샤를 드 골의 이름은 나치에 짓밟혔지만 다시 살아나는 나라인 프랑스임을 강조한 건 아닐까. 그런 면에서 프랑스는 강한 국가의 이미지를 계속 갖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름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라는 생각까지 이르렀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100년도 지나지 않아 이건 대체 누구야 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착륙했다. 런던, 베를린, 암스테르담, 그리고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샤를 드 골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우리는 각자의 여행 속에서 내 이름이 쓰인 티켓을 쥐고 미지의 길을 찾아갈 뿐이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이제 탄다. 떠나는 순간까지 파리의 비는 그치지 않았다.
ps.
공항에서 반갑게 만난 <라따뚜이>의 생쥐. 미국이 만든 프랑스 캐릭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