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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배운 일 1

매번 리더가 해결하면 조직은 망한다

by 장재형

아버지는 말하셨다.


매번 리더가 해결하면 조직은 망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리더가 가서 해결하면 리더는 자기가 잘했다며 우쭐하지. 그런데 다음 문제가 생기면 모두 리더를 바라봐. 임원들이 대표한테 와서 힘들다며 징징거리지. 대표는 또 거기 가서 해결하고.


그런데 리더도 몸이 하나잖아. 어느 순간 문제가 여기저기 생긴다고. 그때 그걸 못 막아서 회사가 망하는 거야. 리더가 다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


그러니까 자기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돼. 계속 찾아야 돼. 그래야 리더가 다음 일을 하지. 언제까지 문제만 해결할 거야. 정주영, 이건희, 모두 그걸 잘했던 사람이야. 물론 그분들도 힘들었겠지만. 회장 혼자 잘났다고 다니는 곳은 IMF 때 다 자빠졌어.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90년대 초반에 대우가 망할 거 같다고 말했던 걸 알고 있다. 당시에 세계주의를 내세우던 최고의 기업 대우가 망할 거라는 의견의 근거는 ‘대우의 리더십’이었다. 김우중 회장 외에는 다른 리더들이 계열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회사 밖에 있는 아버지의 눈에도 보였다. 지금 아들보다 젊었던 아버지의 말은 결국 어느 순간 현실이 되었다.


회사를 세우는 건 한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있어도, 회사를 역사로 만드는 건 이인자를 비롯한 다음 리더들이 필요하다. 큰 회사 곳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들.


비단 큰 회사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작은 팀이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한 명만 있으면 위험하다. 우리는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모두 몸이 하나뿐인 사람이다.


아들은 어디서 일을 하든 팀, 본부, 회사 단위로 리더가 사라지면 그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하곤 했다. 작은 단위의 팀이라도 한 사람의 역량으로만 끌고 간다면 그건 리스크다. 문제를 해결할 다른 사람을 찾거나 기존 사람을 성장시켜야 한다.


아들이 조직을 볼 때 중요하게 보는 관점은 여기에 있었다. 현재 잘 되는 것보다 앞으로 계속 잘 되는 회사를 꿈꿨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관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동시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가 질문도 함께 품었다. 리더는 단지 관직이 아니라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회사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의 총합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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