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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7

포르투의 길

by 장재형

내일은 포르투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다. 내가 오기 전 이곳에 며칠 동안 비가 왔다. 햇볕을 받은 포르투를 오늘밖에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하루라도 이렇게 밝으니 다행이다.


포르투는 리스본 보다 차도 폭이 넓어서 도시가 좀 더 시원시원해 보였다. 물론 서울 보다는 좁은 건데도 내 눈이 금방 리스본에 익숙해져서 리스본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포르투는 리스본 보다 건물 색을 더 다양하게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스본은 흰색과 주황색 사이에서 색을 정하는 일이 많아 보였다면, 포르투에는 초록색, 파란색 중에 고를 수 있는 옵션이 더 있어 보였다. 수도에서 떨어진 도시가 갖고 있는 자유와 여유일까.


포르투의 상징인 ‘동 루이스 다리’를 찾아갔다. 강변에는 분위기 좋은 노천 식당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포르투에 온 여행객이 모두 모인 듯 강가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포루트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긴다. 리스본에서 별로 듣지 못했던 한국어도 곳곳에서 들렸다.


이 기분을 더 느끼고 싶어서 꽤 오래됐다는 식당의 노천 자리에 앉았다. 직원이 메뉴판에서 뭔가를 추천하는데 뭔지도 모르고 가격도 안 보고 일단 주문했다. 물론 콜라와 함께. 관광객으로서 느끼는 사치였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천천히 지켜봤다. 버스킹 하는 가수들도 다양하게 있어서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확실히 리스본 보다 훨씬 더 활력이 넘치는 광경이었다. 시간이 꽤 지나서야 음식이 나왔다. 대구와 새우와 감자와 양파와 크림소스와 치즈가 섞여 오븐에 들어갔다 나온 음식이었다. 처음 한입 먹었을 때 약간 느끼했지만 전체적으로 맛있어서 없던 허기가 배에서 입까지 금방 올라왔다.


동 루이스 다리에 올라 강을 건넜다. 전차와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데 두 길 사이에 어떤 방해물도 없어서 사람들이 쉽게 두 길을 지나갔다. 한국의 지하철처럼 빠르지 않고 트램 정도 속도로 가지만 내 눈에는 상당히 아찔하게 위험하게 보였다.


경치를 잘 보려고 다리 난간을 따라 걷다가 다리 높이가 무섭게 느껴져서 얼른 안쪽으로 들어왔다. 절반 이상 지나서는 다리가 후덜덜해서 얼른 급하게 건넜다. 혼자 여행 와서인가, 나이가 들어서인가, 이번 여행에서는 유난히 높은 곳에서 살짝 고소공포증 같은 걸 느꼈다.


포르투 전경이 잘 보이는 공원에 앉아 꽤 멋진 버스킹 공연을 햇살과 함께 즐겼다. 좋은 풍경은 날 더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 오래 앉아있지는 못했다. 고독해질 수는 있지만 외롭기는 싫었다. 둘 사이의 차이는 내게 연민이 생기냐 아니냐다.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강남스타일을 틀고 춤추는 사람,

디자인을 고르면 곧바로 티셔츠에 도장처럼 찍어주는 사람,

꽃을 들고 가는 한국인 커플,

식당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여행객...


포르투에서는 건물 보다 사람이 더 보였다. 산티아고에서 순례자의 길 중 하나가 포르투를 지난다. 여기 오면 순례를 계속 걷기보다는 좀 쉬고 싶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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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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