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대사 끝나면 퇴장해야지
36. 배우가 대사 끝나면 퇴장해야지
아들은 물었다.
아버지는 죽음이 무섭지 않으세요?
아버지는 말하셨다.
배우가 대사 끝나면 퇴장해야지. 무대에 계속 남아있으면 어떡해.
배우는 연출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 거야. 정해진 대사 다 끝나면 당연히 나가야지. 괜히 무대에 더 있고 싶어서 어슬렁어슬렁 있거나 갑자기 상관없는 대사 하면 연극 망치는 거 아니겠어?
나도 대사 다 끝나면 퇴장해야지.
아들은 들었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보다 아버지의 말이 더 멋졌다. 아들은 죽음마저도 뭔가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아버지의 말에 헛웃음을 치며 더 대답하지 않았다.
긴 인생뿐만 아니라 일도 그렇다. 아들은 어디 가나 부여된 역할과 대사를 생각한다. 그 시작과 끝을 미리 고민한다. 내게 부여된 퇴장 시점은 언제일까. 그것이 오늘일 수도 있다.
연극을 해봤던 터라 인생을, 일을 연극으로 생각하면 많은 것이 좀 더 또렷하게 보이고 내가 할 역할을 더 즐겁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내 역할을 내가 연출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주인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