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을 재워야 하는데, 두통이 너무 심하다. 손으로 여기저기 머리를 눌러보며 압통으로 두통을 잊어보려고 해도 지끈지끈한 아픔이 계속된다. 엄마가 아프거나 말거나, 막내는 여전히 뒹굴거리며 잠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웠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노래하며 춤을 추고, 뒹굴거리다가 내 얼굴에 발차기를 날리고, 안아달라며 옆에 찰싹 붙었다가 물을 마시겠다고 나갔다가 쉬하겠다고 변기에 갔다가....... 잠자리에 누운 지 1시간이 돼가는데 잘 생각을 않는다. 경험상 아이를 재우는 좋은 방법은 낮에 실컷 뛰어놀게 하는 거지만,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야 하고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두 시간씩 푹 재우니까 밤에는 기운이 남아돈다. 이제 세 돌이 지나서 자유의지가 명확히 있는 막내를 억지로 재우는 방법은 없다. 그저 잠자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 후 스스로 잠들기를 기다릴밖에.
머리가 아파서 조금만 움직여도 아픔이 가중되는데, 애가 계속 부대끼니 별 수가 없다. 이를 악물고 얼마나 참았을까. 나도 아이도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그러다 뭔가 거슬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두통은 좀 나았지만 여전히 아프다. 눈을 떠보니 막내가 켈룩거리며 기침을 하고 있다.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었다. 약간 사레들린 듯, 띄엄띄엄, 그러나 멈추지 않고 기침을 계속한다. 이걸 어쩌지. 뇌 회로가 멈춘 느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힌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열려있는 창문을 닫고,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상황을 지켜본다. 아이를 깨워서 물을 한잔 마시게 할까 말까 고민스러워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린다. 둘째가 자다가 쉬가 마려웠는지 일어나서 방안 화장실에 온 거다. 덕분에 그나마 남아있던 잠마저 홀랑 다 깨버렸다.
머리도 아프고, 아이 기침은 계속되고, 잠도 못 자겠고 해서 뒤척이다 부엌으로 나왔다. 물 한 잔 마시고,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자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누웠다. 이번엔 막내가 자다 말고 애앵 운다. 쉬가 마렵단다. 변기 대령해서 처리해주고, 아이를 토닥여 재운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잠자기는 글렀다. 문득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어가고 있다.
내가 어떤 밤을 보냈건 간에, 아침은 온다. 찌 뿌드 하게 일어나 보니 8시다. 학교에 가야 하는 첫째 둘째는 뭐라도 먹여서 보내야 하니까,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과일을 깎고 만두를 구웠다. 큰애들 먼저 먹여서 학교 보내 놓고, 밤새 뒤척이느라 늦잠을 자는 막내를 깨운다. 어르고 달래서 만두 반 쪽 입에 넣어주고, 옷을 챙겨 입혀 나오니 9시가 넘어간다. 아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안 들어가려는 걸 이리저리 꼬셔서 인사하고 돌아서니 피가 쏠리는 것처럼 머리가 핑그르르 돈다. 이렇게 아이들 보내기가 끝났다. 후다닥 회사에 오니 9시 반, 이제 회사의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누군가에겐 시작하는 시간일 텐데, 나는 이미 탈진상태다.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전반전을 치르고 나서, 휴식시간도 없이 후반전에 임해야 되는 느낌이다. 제정신은 아니지만 좀비처럼 또 일해야지 어쩌겠나. 회사 업무에 임하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아이들을 챙기긴 해야 된다. 첫째 학원시간이 바뀌어서 돌봄에 못 간다고 돌봄 선생님한테 연락해야 하고, 학원 픽업 시간이랑 장소 다시 확인해야 하고, 시터에게도 애 간식 챙겨달라고 말해둬야 하고, 한창 활발하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엄마들 반톡 방에서도 적절히 대답해야 하고.
그래서 오늘은 점심을 건너뛰었다. 커피 한잔 타들고 노래 들으며 휴게실에 앉아있으니 드디어 좀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다. 이제 이런 하루하루는 그냥 일상이라서, 너무 평범한 하루하루라서, 신랑과도 공유하지 않는다. 얘기해봐야 새벽에 나가서 밤에 오는 신랑이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조잘조잘 얘기하는 것도 기운이 남아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니. 애들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런 생활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아이들의 밤과 아침을 내가 책임지면서, 꾸역꾸역 회사일도 하고 있는 그런 생활.
모르겠다.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이 터널은 대체 언제 끝나는지. 애가 셋이고 터울이 있어서, 육아기가 더 길게만 느껴진다. 언제일지 모르겠는 그 터널 끝에서, 그동안 잘 버텼다고 만족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