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워킹맘에게 미치는 영향

by 미선씨

사실 우리 집에는 TV가 없고, SNS도 잘 하지 않고, 뉴스를 열심히 찾아보는 편도 아니라서

태풍이 오는 줄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얘기가 들려오길래 찾아보니 규모가 큰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한다.

그때까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아이 학교 엄마들의 단톡 방에서 "내일 휴교래요" 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뭐라고? 휴교라고? 마음이 바빠진다. 어떻게 하지?

일단 세 아이가 다니는 곳에 각각 확인을 한다.

막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휴원은 아니지만 날씨 상황 봐서 조심히 등원하라 하고,

둘째가 다니는 학교 돌봄 교실은 운영을 한다고 한다.

첫째가 다니는 연계형 돌봄 교실은 운영을 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내가 출근해야 할 회사는?

하루 휴가를 내면 일이 밀리고 연차를 하나 써야겠지.

휴가를 낼 수야 있지만 내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하지?


휴가를 쓰자니 일이 좀 걱정이 되고,

휴가를 안 쓰자니 날씨가 안 좋을 경우 아이들을 과연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아이들을 보낸다손 쳐도, 큰아이는 갈 곳이 없는데, 혼자 집에 두어야 하나? 괜찮을까?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이 마음이라도 알아줬으면 싶어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 내일 휴교래 ㅠ.ㅠ"

분명 글은 읽었는데 대답도 없다.

아무렴, 애는 나 혼자 낳았고 나 혼자 키우는 거였지. 뭘 기대한 거야. 흥.


오후가 되고 분위기를 보니, 태풍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다.

좋아. 그렇다면 출근을 하고, 막내는 등원을 시켜야겠다.

큰 아이 둘에게는 의사를 물어본다.

"도서관 같은데 가있을래? 그냥 둘이 집에 있어볼래? 할머니를 오시라고 할까?"

집에서 놀겠다고 한다. 아이들만 두는 건 처음이지만, 좀 컸으니 둘만 두어도 될 것도 같다.

오후엔 학원을 갈 테니까. 오전만, 아이 둘이 있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은 불안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마음을 정한다.


다음날 아침. 막내를 데리고 출근하면서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항상 전화기는 가지고 있어.

누가 집 벨을 눌러도 절대 열면 안 돼.

무슨 일 생기면 엄마한테 바로 전화해야 해.

친구 만나거나 어디 딴 데 갈 거면 꼭 엄마한테 먼저 말하고 움직여.

점심 엄마가 챙겨줄 테니까 전화 꼭 받아.

숙제해놓고 학원 시간 맞춰서 챙겨 가고

...


출근해서 조금 있으려니까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 엄마, 우리 마트 가도 돼?"

조금 있으니 또 전화가 온다.

" 엄마 우리 마트에 왔어. 언니는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있어. "

다시 또 전화.

" 엄마, 우리 마트에서 노래하고 인형 뽑기하고 사탕도 사 먹었어. 용돈 다 썼어"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는 걸 감사해야 할까. 둘이 마구 돌아다니는 걸 걱정해야 할까.

"마트에서 기다려. 엄마랑 점심 외식하자. 12시에 햄버거집에서 만나~"

햄버거집에서 만난 아이들은 재밌게 놀았다며 재잘댄다.

어제부터 정신없이 들쑥날쑥했던 마음이 이제야 가라앉는다.


불안했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어쩌다가 반강제로 아이들만 물가에 내어놓았지만, 무사히 즐거운 물놀이를 마친 격이랄까.

첫째도 아직 아이인데 너무 일찍 자립심(?)을 키우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니 그렇게 아이에게 미안할 것 없다 싶기도 하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사고가 나면 어쩔뻔했나 그저 감사할 일이다 싶기도 하고.

이와중에 애아빠는 뭐하나 싶어 화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태풍은 이렇게 워킹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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