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 05분.
사내 메신저가 울린다.
상사의 맥주 한 잔 하자는 번개 메세지.
자연스럽게 몇몇의 남자들이 어울려 나간다. 두명은 중고등 두 아이를 둔 아빠, 한 명은 초중 두 아이를 둔 아빠, 한 명은 싱글 남자. 그들은 업무 추진을 빙자하여 회사 돈으로 저녁을 먹고 술도 마시고 회사일도 이야기하고 친분도 다지겠지.
나도 자유롭게 회식이란 걸 가보고 싶다. 나도 자유롭게 야근이란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처럼 행동해야 그들처럼 회사생활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인데, 나는 그들처럼 할 수가 없다. 야근을 하려면 사방팔방 전화하여 애들 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고, 회식을 하려면 며칠 전부터 신랑과 시터와 친정부모와 얘기하여 애들을 부탁해야 한다. 애 키우는 엄마에게 '갑작스러운 이벤트'는 허용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묵묵히 일해봐야,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어필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내가 어필을 잘 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어필할 수 있는 자리에서 슬그머니 배제되는 느낌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술 한잔 마시면서 공치사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늘따라, 저 메시지가 유난히 거북스러워서 한마디 남긴다.
"저도 가고 싶어요. 미리 말씀해주시면 좋았을텐데."
집안일에서 자유로워서 좋겠다.
육아에서 자유로워서 좋겠다.
회사일만 신경쓰면 되니까 참 좋겠다.
가사와 육아를 알아서 다 챙겨주는 와이프가 있어서 좋겠다.
나도 와이프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