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이 노는 법
"저는 세나 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친구들 안녕~
저는 노래 부르는 거예요. 안녕~ 고맙습니다 여러분"
세나의 두서없는 인사를 시작으로, 우리 집안 세 딸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두나는 장난감 마이크를 들고 가요부터 만화 주제가까지 노래를 부르고,
막내도 어설프게 노래를 따라 하며 엉덩이를 씰룩씰룩 흥겹게 춤을 춘다.
학원 다녀온 하나까지 합세하여 걸그룹 노래와 춤을 따라 한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자, 아이들은 방으로 몰려 들어간다.
무얼 하나 했더니, 발레복과 드레스를 마구 꺼내 입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발레 공연이 시작된다.
팔도 올려보고 다리도 찢어보고, 어디서 본 듯한 발레 자세를 열심히 흉내 내본다.
5등신 막내도 언니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따라 한다.
발레 공연이 시들해지니, 거실은 학교로 바뀐다.
의자를 여기저기서 가져오고 책을 꺼내오더니, 하나가 선생님, 두나 세나가 학생이 된다.
"오늘은 숫자공부를 할 거예요~ 자 이게 뭐죠? 일! 맞아요.
그럼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뭐가 될까요?"
두 학생은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며 큰 소리로 따라 한다.
아이들이 슬슬 배가 고파하는 것 같아 간식을 준비한다.
이제 거실은 어린이집 식당으로 바뀐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다지 맛있게 먹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학생 놀이 중에는 너무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어느새 거실은 가게로 바뀌었다.
각종 물건과 장난감 돈을 들고 오더니 판매자와 구매자가 되어 가게 놀이에 한창이다.
" 어디 보자, 이건 5만 원이에요. 천원이 부족하네요. 다른 거로 사보세요."
" 그러면, 이거는요? "
" 네. 카드 주시고요. 또 골라보세요. 먹는 것도 골라도 돼요."
" 난.... 어.... 이거 하고 이거 하고 이거 하고 이거 하고 이거."
" 이건 너무 비싸서 안되고요. 이거 하고 이거 두 개, 여기요."
" 고맙습니다~"
책은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벽처럼 쌓아서 집을 짓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장사를 하면서 판매하는 물건이 되기도 하고, 수업 놀이를 할 때 교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집 거실은 공연장이기도 하고, 학교이기도, 식당이기도, 가게가 되기도 한다.
마냥 아가였던 막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제법 언니들과 함께 놀 줄 안다.
언니들도 막내 수준에 맞춰서 놀이를 해준다.
아이들의 역할놀이를 보고 있자면, 몇 개 없는 장난감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노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딸들 저들끼리 각종 놀이를 하고 노는 날에, 아이가 많은 것의 장점을 실감한다.
엄마 아빠가 신경 써서 놀아주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복작대느라 각종 자극이 부족할 틈이 없다.
(물론 대부분의 놀이는 거의 싸움으로 끝나곤 하지만)
아이 셋을 낳고 키운다는 건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같이 놀고 때론 다투는 늘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준 것.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부모로서 가장 잘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