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아이들을 데리고 하원해서 집에 오니 7시 되어간다. 이제 저녁 준비해서 먹고 씻고 해야 하는데, 퇴근하는 그 순간부터 유달리 힘이 들었다.
"엄마가 오늘 좀 피곤하네. 어서 먹고 양치질하자."
"엄마 너무 힘들어. 좀 누워있을게."
"아 진짜 오늘 너무 피곤하다. 엄마 옆에 있지 말고 나가서 놀아."
군소리 없이 말을 따르던 큰아이가 문득 말한다.
"엄마는 왜 맨날 피곤해?"
나는 그날만 유난히 피곤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나?!
나의 엄마,
30년 전, 회사 다녀온 엄마의 뒷모습에선 화난 아우라가 느껴졌었다.
엄마는 뾰족뾰족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날 선 목소리로 반응했다.
나는 엄마에게 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무섭기도 했어서,
엄마에게 다가가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행성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 주위를 맴돌았다.
엄마는 그 시절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엄마가 그때 좀 단호했지."
나는 대꾸했다.
"아니, 엄마는 매정했어."
못난 딸은, 아직도 마음속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
엄마가 왜 그랬는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섬뜩해진다. 엄마와 나의 관계가, 나와 애들의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엄마와의 관계는 많이 좋아졌지만, 완벽히 해소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는 30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딸들이 나의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다. 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근데 맨날 피곤한 엄마라니.
아이가 알람을 울려줬다.
지금은 멈춰야 할 때라고. 이것저것 하려고 하지 말고 쉬면서 충전해야 할 때라고.
이제 그만 피곤해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