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아이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매일 아침 도시락 반찬을 마련하는 것도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어서,
최대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가공식품들을 잔뜩 마련했다.
어묵, 오리고기, 3분 카레, 봉지 김 이런 것들.
오늘 아침엔 뒤늦게 일어나서 오리고기 몇 점을 구워 넣고
냉장고에 있던 (매일 기본 찬으로 집어넣던) 김치와 콩자반을 담았다.
아이가 와서 보더니, 오리고기도 싫고, 콩자반도 싫단다.
그래서 봉지 김과 감동란 하나씩을 더 담았다.
아이는 그래 봤자 반찬 김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기어이 울기 시작했다.
계란말이라도 해달란다.
시간은 벌써 8시 반인데, 계란말이 할 시간이 어딨냐며 윽박지르고 돌아서니,
아이가 그럼 자기 스스로라도 하겠다며 계란을 꺼내서 풀고 있다.
하아, 어쩌겠나. 해줘야지.
그렇게 아침의 도시락 싸기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문득, 내가 뭘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먹을만한 반찬을 싸줘야지
도시락통 채울 생각만 한 건 아니었나
반찬통을 채워봐야 아이가 안 먹으면 그만인 것을.
(솔직하게 말하면 원래도 알고 있었다. 아이가 오리고기랑 콩자반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내 잘못이다.
아이를 달래고 무마하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다른 반찬을 준비했었어야 했다.
정작 중한 게 무엇인지, 잊었었다.
덧, 그날 저녁, 귀가한 큰 딸이 말했다.
"엄마, 아침에는 미안해. "
또다시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접어둔 나와 달리, 엄마에게 먼저 사과하는 아이라니.
딸아, 네가 나보다 더 성숙한 것 같구나. 미안하고, 고맙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