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나는 요령껏 공부해서 시험을 잘 보는 재주가 있었다.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대학도 나름 좋은 대학을 나왔다.
휴학하는 친구들도 꽤 많았지만, 나는 4년 공부 후 바로 졸업했고, 취직도 바로 했다.
결혼도 빨리 한 편이었고, 첫아이도 결혼 후 얼마 안돼서 생겼다.
그래서 큰아이 기준으로 엄마들 나이를 따져보면,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딱히 인생의 쓴맛을 모르고, 남들보다 앞서면 앞섰지 뒤쳐지지는 않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가 둘이 되면서, 나는 과장 진급에서 누락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일한 기간도 적었고, 일의 강도도 낮았을 터, 씁쓸했지만 진급 누락을 받아들였다.
동기들은 잘도 앞으로 나간다. 특진에 특 특진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남자들은 거의 다 그랬다.
같은 시기에 입사한 신랑하고 비교해봐도,
입사할 때만 해도 내가 더 연봉이 높았는데, 이젠 신랑이 확연하게 더 많다.
내가 진급 누락을 할 때 신랑은 승승장구했으니.
아이가 셋이 된 지금, 나는 차장 진급에서도 누락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안다. 아이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고, 잘 하지도 못했던 거라는 거, 안다.
하지만 자꾸, 아이 핑계를 대고 싶다.
육아에 내 에너지의 절반을 쏟는 바람에, 회사 일에 에너지를 다 쏟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내가 못나서 누락한 게 아니고, 아이가 많아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난 원래 남들보다 앞섰으면 앞섰지 뒤쳐지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이 때문에 뒤쳐지게 되었다고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다.
못났다.
참 못났다.
까짓, 승진 한 번 더 누락하면 어떠랴.
솔직히 회사일을 그렇게 정성껏 하지도 않았으면서.
뭐가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아이들을 핑계 삼나.
못난 회사원으로서의 내 모습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괜한 자존심이겠지.
못났다.
참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