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차이

by 미선씨

주말에 시가 쪽 모임이 있다.

어르신부터 신랑 사촌들, 사촌을 아이들까지 무려 총 37명의 대가족이 모인다.

매월 돈을 모아서 일 년에 한두 번씩 식사도 하고 간단한 레크리에이션도 하는 그런 모임이고,

신랑네 사촌누나들이 주도하여 일정 등을 짜고, 우리는 참석만 하면 되었어서, 늘 부담 없이 참여했었다.


그런데 올해 모임 장소가, 바로 우리 집 앞의 식당이라는 것이다.

음? 신경이 곤두선다.

뷔페식 식당도 아니고, 그냥 식사만 하는 식당이다.

분명히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할 텐데,

어디 가기에는 37명이 너무 대가족이라 갈만한 데는 없을 텐데,

우리 집은 하필 식당 바로 앞인데...?


신랑한테 물어봤다. 신랑 사촌들끼리는 이런 얘기를 하는 카톡방이 있으니까, 무슨 얘기라고 했겠지 기대하며.

신랑 반응은 '나도 잘 모르겠다'이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미리 준비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장을 미리 봐 놀까?" 물어보니

"음, 사촌누나들이 이야기하는 중이야."

역시 결론을 내주지 않는다.


어느덧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어떻게 해 준비를 해 말아?"

신랑 왈,

" 그니까.. 우리 집에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데,

혹시 오게 되더라도 들어오는 길에 과일 같은 건 사서 들어올 거니까 미리 준비는 하지 말래"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럼 갑자기 오게 되면, 한두 명도 아니고 37명인데 컵이며 접시며 포크가 있기나 하며

상도 당연히 모자랄 거고, 앉을자리도 모자랄 테고, 심지어 열댓 분은 70대 어르신들인데

과일을 사 온다고 하면 그거 어느 세월에 깎아서 대접하는지.. 과도는 하나밖에 없는데

어쩌라는 거지 도대체?


차근차근 성질 안 내게 얘기를 했다.

나 : "과일을 사 온다 그래도 깎을 시간이 없을 거 같은데, 과도도 하나밖에 없잖아."

그 : " 아 그렇네, 내가 먼저 가서 딸기 같은 거 사다가 씻어놓을게."

나 : " 과일은 아무래도 깎는 시간이 있으니까 다른 것도 좀 사놔야 되지 않을까?"

그 : " 어 내가 그날 아침에 마트 가서 과자 같은 거 미리 사놓을게"

나 : " 어르신들은 거실 자리를 드려야 될 거잖아. 아이들은 작은방에서 놀라고 하고..

나머지 어른들이 있을 자리가 없는데? 어떡하지?"

그 : "아.. 그러게. 그나마 큰 상이 어디 있더라. 지난번에 누구 빌려줬었는데, 가져왔었나? 내가 찾아볼게"


하나하나 짚으면서 얘기하다 보니 그제야 큰일 났다 느껴지나 보다.

나에게 부담 안 주려고 하는 마음은 느껴지긴 하는데,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을 좀 더 했었어야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해결될 줄 알았니 신랑아...


왜 시가 쪽 식구들이 우리 집에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무언가 준비하는 건 신랑이 아니고 내 몫인 걸까.

집이 지저분하거나 대접을 제대로 못했을 경우, 그 화살이 나에게 올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그게 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신경 쓰이는 걸 보면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롭진 못한가 보다.

그러고 보면 신랑을 탓할 일만도 아닌 거다. 내가 좀 더 쿨해도 해결되는 일인 거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우리 집에 와서 보시고 시 어르신들이 시부모님한테 소감을 말씀하실 테고,

시부모님은 그걸 토대로 나를 평가하거나 나를 뭐라고 하실 텐데. 그걸 쿨하게 넘길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거고 결과는 맡길 수밖에.

시간아 흘러가라 어서. 지나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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