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냈다.
아웃풋이 나오는 업무면 일을 해도 보람찰 텐데,
그저 보고서 하나 쓰는 것 때문에 하는 일이라서
그리고 그 보고서마저 여러 번 퇴짜를 맞아서
영 보람이란 걸 느끼기가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감이었다.
내가 쓴 것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일단 아니다, 별로다, 맘에 안 든다며 잘라버리는데
이럴 거면 내가 왜 여기서 글을 쓰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렇게 못난이가 아닌데,
주변에서 자꾸 날 못난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내'가 마음에 안 든 게 아니고 내가 쓴 '글'이 마음에 안 들었을 거라고 계속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열흘 넘게 퇴짜가 반복되니 결국 '내'가 부족한 거라는 결론에 닿았다.
이 와중에,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멘탈을 지키려면 이 사람 밑에서 벗어나야 되는 게 아닐까
내가 내 생각만큼 잘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 밑에 있으면 점점 더 쭈글이가 될 것 같은 기분에.
나를 위해서 여기를 벗어나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외벌이나 중심적 벌이를 담당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벗어나겠다는 생각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아직 내가 여유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많이 벗어나긴 했지만, 아이들이 더 어릴 땐, '엄마 노릇'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나는 한다고 열심히 하는데, 주변의 모든 사람이 '엄마로서의 나'를 평가절하하는 느낌이랄까.
잘한다 수고했다 열심히 하는구나 해주는 사람은 없고,
왜 그러냐 그러면 안된다 이걸 더 해야지 이런 사람만 가득했었다.
아이 데리고 외출 한 번만 해보면 안다.
옷을 춥게 입혔네 덥게 입혔네 그러니 애가 감기 걸리지
왜 아이를 안고 다니냐 왜 애를 울리냐 애를 달래지도 못하냐 등등
다른 것보다 온갖 따가운 시선에 마음이 지쳐 돌아오기 일쑤였다.
엄마니까 엄마 노릇을 하느라 바둥대기는 했지만
늘 나는 '부족한' 엄마였고, 그래서 엄마 노릇이 즐겁지만은 않았었다.
주변의 평가에 내가 유독 예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 적어도 나 스스로라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찾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나 스스로가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요즘 말로 이런 걸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라고들 하던가.
아무튼 '남'이 아닌 '나'에 집중하니 삶의 만족도가 꽤나 높아졌었다.
한동안 잘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단단하진 못한가 보다.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으려 한다.
좋은 엄마라는 걸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걸 포기했던 것처럼.
회사원, 엄마이기에 앞서 나는 그냥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