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셔젤이 그려냈다고 하기엔 믿기 힘든 어눌함.
3자 교신도 안되는데 어떻게 달에 간다는 거야?
- 여기서 실패를 해봐야 저 위에서 실패를 하지 않죠.
- 그 어떤 희생을 치뤄도?
- 그 말씀을 하시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데이미언 셔젤이 그려냈다고 하기엔 믿기 힘든 어눌함.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갔던 일을 그린 영화.
영화 퍼스트맨엔 '왜?' 가 없다. 인류가 달에 가려는 이유라면 그저 소련과의 우주경쟁에 열을 올리는 미국 정부의 아집과 고집만이 있을 뿐. 영화는 시종일관 다급함을 보여준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우주선 안에서 쉴새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는 인물을 잡을 때에도 여전하다. 마치 아마추어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줌-인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스페이스 오페라 형식의 오락영화는 전혀 아니다. 그렇기에 닐 암스트롱의 고뇌와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집중한 영화다. 그래서 굉장히 지루하고 마침내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의 모습에서 얻을 수 있는 영화적 쾌감 마저 반감된다.
인류 최초로 달의 지면을 밟았던 닐 암스트롱의 일대기를 보고싶으면 이미 나온 여러 영화들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된다. 무작정 미국을 찬양하는 영화는 또 아니어서 100조가 넘는 자본이 투입된 범 우주적 프로젝트에 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 잘 그려냈다. 하지만 데이미언 셔젤이 연출했다고 하기엔 심하게 조용하고 어눌하다. 그래서 이미 발표된 무수히 많은 달에 가는 영화들 중 뭔가 특별한 영화가 될 줄 알았던 나에게 퍼스트맨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드라마였다.
퍼스트맨은 인류가 달에가는 이야기가 아닌, 닐 암스트롱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는 그저 거들 뿐.
가끔씩 헐리웃은 달에 간 닐 암스트롱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제작하여 대중에게 선보인다. 마치 '우리가 달에 갔었던 걸 잊지 말라' 는 듯이. 편협한 미국 우월주의에 반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볼 때 마다 그 당시 그 기술력으로 지구를 뚫고나가 달에 갔다는 말이 거짓말 처럼 보일 뿐이다. 그리고 훌륭한 스페이스 오페라들이 넘쳐나다 못해 줄줄 흐르는 시대인데 대체 언제까지 달착륙 이야기만 회상하고 있을텐가. 노스텔지어와 우월주의에 찌든 헐리웃이 가끔 이렇게 한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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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영화 퍼스트맨에서 건질 만한 건, 닐 암스트롱의 부인 '자넷' 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 의 연기력이다.
딸이 죽고 동료가 죽고 폐쇄된 공간에서 죽음이 닐에게 다가오는 순간들에도 평점심을 잃지 않는 와중에 자넷은 닐의 정 반대의 감정선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고 소리치고 노여워한다. 연기 정말 잘한다.